가야의 손끝에서 빚은 토기 (2부) / 김성문
<1부에서 계속>
가야 토기의 손잡이는 둥근 고리 형태가 대부분이고, 뚜껑의 꼭지는 단추형이나 모자형으로 다양하게 만들어졌다. 문양도 물결, 원형, 빗금, 유충, 새의 발 모양으로 자연과 생명에서 영감을 얻은 듯 섬세하고 다채로웠다. 곡선 하나, 무늬 하나마다 삶을 바라보는 가야인의 눈길이 담겨 있는 듯했다.
가야 토기의 특징은 부드러운 곡선에 있다. 신라의 토기가 직선적인 느낌이라면, 가야의 토기는 유연하고 여성적인 미감이 살아 있다. 긴 목 항아리 토기의 옆선을 따라 흐르는 S자 곡선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기능성과 아름다움이 조화를 이루며, 한 시대의 미의식이 투영되어 있다.
그러나 진정 내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이승과 저승을 잇는 상형 토기들이었다. 죽음을 단순한 끝이 아닌 또 다른 여정으로 받아들인 가야인들의 철학이 그 속에 담겨 있었다. 배 모양 토기는 영혼이 건너는 길을, 신발 모양 토기는 먼 여정의 편안함을 기원하는 마음을 상징했다. 그들의 부장품에는 슬픔보다 남은 자의 배려와 믿음이 깃들어 있었다.
새 모양 토기를 보며 『삼국지』 「변진」 조의 기록을 떠올렸다. 무덤에 새의 깃털을 넣었다는 그 옛 풍습처럼, 가야인들은 새가 영혼을 하늘로 인도한다고 믿었다. 날개와 부리에 새겨진 섬세한 선들은 마치 영혼의 길잡이처럼 빛나 보였다.
말 모양 뿔잔과 거북 모양 토기에서는 가야의 뿌리와 세계관이 느껴졌다. 말은 이동과 신뢰, 생과 사를 잇는 상징이었고, 거북은 그들의 신화와 기원의 표상이었다. 그 형상들은 장식이 아니라, 삶과 죽음을 잇는 언어였다.
그처럼 가야의 토기들은 흙으로 만들어졌지만, 그 속에는 인간의 희로애락이 녹아 있었다. 그들은 흙으로 기도하고, 불로 염원하며, 형상으로 사랑을 남겼다. 오랜 세월이 흘러도 손끝의 온기가 식지 않은 이유다.
전시실을 돌며 잠시 가야인의 마음속으로 들어갔다. 오늘날과는 다른 삶의 방식이었지만, 그들 역시 사랑하고, 기원하고, 떠나보내며 살았다. 그들의 손끝에서 빚어진 흙은 그들의 삶이자 신념이었다. 토기는 단순한 그릇이 아니라, 한 시대의 정신을 담은 존재였다.
지금 우리가 쓰는 유리잔이나 금속, 플라스틱 그릇은 편리하지만 차갑다. 가야의 토기에는 인간의 체온과 숨결이 스며 있다. 그 따뜻함이 세월을 넘어 오늘 우리의 마음에 닿는다. 토기들은 말없이도 우리에게 속삭인다.
“나는 흙으로 태어나 불로 견디고, 다시 너희 곁으로 돌아왔다. 나는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지금도, 너희 삶의 등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