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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수필쓰기 강좌

문장의 허구성과 의도성/윤오영

작성자정임표|작성시간26.06.16|조회수25 목록 댓글 0

문장의 허구성과 의도성/윤오영

 

 

(…전략…) 문장의 허구성을 생각해 본다. 진(眞)에는 과학적 진과 예술적 진이 있다는 것은 이미 해묵은 이야기요, 허구에는 구성의 허구와 표현의 허구가 있다는 것도 너무 기초적인 이야기다. 수필의 구성은 허구가 아니다. 사실이 없으면 수필은 없다. 그러면 여기서는 표현의 허구만이 화제가 된다. 표현의 허구에는 지적인 허구와 정적인 허구가 있다. 지적인 허구는 의식적이요 소설적이며, 정적인 허구는 상상적 환상적이요 시적이다.

 

 모파상의 <진주 목걸이>에서 연회의 초대장은 목걸이를 빌기 위해서요, 목걸이를 빈 것은 잃어버리기 위해서요, 잃어버린 것은 일생을 속아 고생할 운명을 위해서다. 그리고 이 사실의 열쇠를 비밀로 한 것은 클라이맥스의 해결을 위해서 보관한 것이다. 이것은 지적 허구요, 소설의 수법이다.

 

 이하(李賀)의 시에 오동잎에 바람이 일고, 귀뚜라미가 우는데 어여쁜 혼(魂)이 비를 타고 찾아온다. 자기는 무덤 속에 누워서 포조(鮑照)의 시를 읽겠다는 것이다. 환상이 아니면 있을 수 없는 허구다. 이 정적 시적 허구는 본인에게는 백 번 물어봐도 사실이다. 소설의 허구는 진실의 필연성을 위한 기교지만, 시적 진실은 허구 그대로의 진실인 것이다. 까닭에, 시를 읽을 때는 소설을 읽을 때와는 달리 작자의 세계 즉 그 시 세계에 들어가지 아니하면 그 시와의 인연은 끊어진다.

 

 수필가 램의 앞에서 어른대던 어린이들은 무서운, 아니 슬픈 선언을 하고 사라진다. 앨리스의 아이들은 버트럼을 아버지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버트럼은 자기 옛 애인의 남편이다.) 이 말이 사실로 한 말이냐 아니냐를 묻는 것은 어리석고 무의미하다. 그 어른대는 아이들 자체가 환상이다.

 

 수필도 단순한 사실의 기록이 아닌 문학인 이상, 상상의 세계에 서 있다. 그러나 그 허구는 어디까지나 진실이어야 한다.

 

 다음은 작품의 의도성을 생각해 본다. 일체의 문학작품은 구상이 익어야 붓을 든다. 이것 때문에 어느 작품은 많은 세월이 걸리는 수가 있다. 구상이란 하나의 의도적 작위다. 수필은 소설과 같이 플롯을 필요로 하지 아니하며 사건의 줄거리가 중심이 아니고, 정서적 서술이 줄거리다. 그러나 어느 것은 단편의 구성과 같이 의도적이다. 단편은 단일효과를 노리지만 수필은 다각적으로 음미할 수 있는 복합감정과 문제성을 많이 내포하면 할수록 좋다.

 

단편에서는 클라이맥스의 기경(奇警)한 해결을 위하여 핵심의 열쇠를 감춰 둠으로써 흥미와 효과를 배가시킨다. 그러나 수필은 그런 기지를 가장 배격한다. 그것은 해결이 필요하지 않고, 감정의 조화가 하나의 스타일을 완성하면 족하기 때문이다. 항상 동행인과 같이 이야기하고 생각하며, 그에게 상기할 수 있는 자유와 음미할 수 있는 여유를 주며, 같은 분위기 속을 걷다가 최후에 통일된 전체에서 시적 감정을 나누면 된다. 이것이 수필적 솔직성이요, 수필적 시정(詩情)인 것이다. 수필은 기획성을 배제한다. 의도성은 자기 표현의 의욕적인 기교이니 정적 수법이요, 기획성은 독자를 의식한 지적인 수법(주: 소설이 의도하는 것처럼)이다. 물론 이것은 상대적인 의미에서 하는 말이다. (…후략…) (평론가 모씨某氏와의 문답 중에서)

 

 

 출처 - <<수필문학입문>> 부록 중 <4. 문장의 허구성과 의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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