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과 갱죽(2)
환율이 계속 오르고 집 값이 계속 오르고 물가가 계속오르면 나는 갱죽이 생각 납니다. 어릴 때 하던 인사말 "아침 잡수셨습니까?" "점심 잡수셨습니까?"하고 밥을 먹었는지를 물었던 인사말도 떠오릅니다. 그래서 이런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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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과 갱죽(2)
-아파트 가격이 오르고 금 값이 오르니 기분이 좋습니까?
몇 년 전 30만 원도 안 하던 금 한 돈이 이제 90만 원을 넘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입을 모아 "금 산 사람들 대박 났다"며 부러워하죠. 하지만 착각하지 마십시오. 금값이 오른 게 아닙니다. 우리가 목숨 걸고 버는 그 '돈'이라는 종이의 가치가 1/3로 떨어진 것입니다.
경제의 '경'자도 모르는 사람들은 숫자가 불어난 것을 보고 돈을 벌었다고 좋아하지만, 진짜 경제를 아는 사람들은 "내 현금이 가만히 앉아 있는 동안 수십만 원어치나 증발해 버렸구나" 하고 공포를 느낍니다. 우리가 쓰는 지폐는 더 이상 금으로 바꿔주는 귀한 증표가 아닙니다. 달러에 대한 금태환을 정지시킨 사람은 닉슨입니다. 우리 지갑 속의 지폐는 국가가 보장한다는 허울 좋은 약속이 적힌 '종이 딱지(법화)'일 뿐 실질적인 구매력을 보장해 주지는 않습니다. 아이들이 딱지치기하듯 우리는 숫자가 적힌 종이를 더 많이 모으려 발버둥 치지만, 정작 그 딱지를 부지런히 모아봐야 예전에 사던 빵 하나, 집 한 채를 온전히 사지 못합니다.
서울 아파트값이 20억, 30억을 찍었다고요? 그래서 부자가 된 것 같습니까? 아닙니다. 그저 물가가 10배 넘게 미쳐 날뛰고 있다는 비명일 뿐입니다. 시멘트 값, 철근 값, 인건비가 다 올랐는데 내 집값만 올랐다고 춤을 출 수가 있습니까? 1억에 산 집이 10억이 되었다면, 당신은 9억을 번 게 아니라 내가 사는 정도 수준의 헌 집을 하나 구하기 위해 지불해야 할 비용이 10배 늘어난 상황에 처했다는 것입니다. 내가 사는 집값이 올라도 남의 집값도 다 올랐다면, 거주이동의 자유는 오히려 제한됩니다.
진짜 비극은 여기서 시작됩니다. 국가는 이 '뻥튀기' 된 숫자를 보고 "돈 많이 벌었으니 불로소득이라고 세금 내놔라"며 달려듭니다. 양도세, 양도소득분 지방세, 새로 이사갈 집 취득세, 등록세 떼고나면, 30년 넘게 살던 내 집을 팔고나서 손에 쥐는 그 나머지 돈으로는 지금 살고 있는 똑같은 수준의 집조차 살 수 없는 거지가 되는 것입니다. 결국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고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기 재산이 야금야금 세금이라는 이름으로 국가로 이전되고 있는 줄도 모르는 경제 문맹들 뿐입니다.
지금 10원짜리 동전은 옛날 1원짜리만 합니다. 실재 구리 값이 10원 이상 소요되니 구리가 10원 보다 덜 들도록 물에 뜰 정도의 알루미늄에다 구리를 도금한 작은 동전을 만드는 것입니다만 거래는 되지 않는 이름 뿐인 돈이지요. 경제를 모르니 소용이 없어진 10원짜리 동전을 보면서도 지금 내 소득이 500만원이라도 과거의 50만원 받던 시절보다 나아진 게 없다는 걸 느끼지 못합니다. 우리는 지금 거대한 '숫자 사기극' 속에 살고 있습니다. 숫자가 늘어나는 환상에 취해 있을 때, 당신의 실질적인 삶은 서서히 무너지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당신 손에 든 것은 '부의 증거'인 돈입니까, 아니면 언제든 가치가 사라질 '종이 딱지'입니까? 부동산에 대해서 가혹한 세금을 메겨서 집값을 잡겠다고 하면 우리 국민은 있는 집도 버리고 전부 길거리에 나 앉는 신세가 될 것입니다. 인플레이션은 소리 없는 스마트한 세금일 뿐입니다.
기술이 창출되고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곳으로 돈이 몰려가지 않고 그냥 돈이 돈을 따먹기하는 딲지 시장으로만 몰려가면 인류의 미래는 무너지는 것입니다. 이제는 천원짜리 한장 들고 가서는 과자 한봉지도 살 수가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트럼프가 기를 쓰고 세계적인 기술 제조기업들을 미국으로 불러 들이려는 이유를 배워야 합니다. 인플레이션은 내가 어릴 때 많이 먹은 갱죽과 같은 것입니다. 물을 더 부어서 여러 식구가 나눠 먹는 갱죽 말입니다. 기술 강국을 만드는 데 모든 것을 쏟아 부어서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갱죽"에서 벗어날 수가 있습니다. 오늘이 어버이 날이네요. 돌아가신 아버지는 어릴 때 하도 갱죽을 많이 드셔서 평생 죽을 싫어하셨습니다. 아버지 산소에나 다녀 와야겠습니다. ( 26.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