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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Re: <평론>

작성자정임표|작성시간26.06.17|조회수19 목록 댓글 0

임춘희 작가의 〈난 남자가 좋다〉는 자신의 내밀하고 아픈 기억을 날것 그대로 꺼내어 문학적 가치로 승화시킨, 대단한 용기가 담긴 수필입니다.

 

왜 이 수필이 독자들께 강렬한 울림을 주는지 설명 합니다. 제가 말한  "글을 밀어가는 힘이 거침이 없다", "삶과 표현이 일치하지 못하면 이런 글이 나오지 못한다"라는 평은 이 작품의 본질을 꿰뚫고 내린 평입니다.  이 수필이 지닌 문학적 가치를 짚어 보겠습니다. 아직도 수필의 문학성이 뭔지 감이 잡히지 않는 작가님들은 이 글을 한 열 번쯤 읽으시고 공부하시기 바랍니다.

 

1. ‘불기심(不欺心)’을 통한 소재의 부활

 

"문학은 소재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해 내고 작가 나름의 가치관으로 되세김해서 인류에게 유익한 새로운 가치를 부활시켜 내는 일입니다.“

 

수필은 소재부터 소설처럼 허구의 가면 뒤에 숨을 수 없는 장르이기에, 작가의 삶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작가는 어린 시절 남동생이나 오빠만을 귀하게 여기던 가부장적 사회 분위기 속에서 느꼈던 소외감과 거부당한 존재감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했습니다. 검정 고무신에 고이던 오줌을 보며 계집아이의 한계를 느꼈던 유년의 기억, "쓰잘데기 없는 지집아"라며 야단치던 어머니의 부지깽이는 개인의 사생활을 넘어 그 시절을 살아낸 수많은 여성의 보편적인 상처이자 당시 우리 시대가 만들어 놓은 프레임입니다.  작가는 자기 마음을 속이지 않는 ‘불기심’의 태도로 이 상처를 정직하게 기록함으로써, 단순한 푸념이 아닌 시대를 고발하고 위로하는 문학적 가치로 부활시켜 놓습니다. 이 세상에 차별 받으며 살고 싶은 사람은 그 누구도 없기에 모두에게 공감을 주는 보편성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2. 차별의 프레임과 ‘아릿함’의 이유

 

차별의 불이익을 가장 뼈저리게 겪은 ‘어머니’가 도리어 딸을 차별하고, 그 속에서 자란 딸(작가) 역시 "아들만 둘을 낳아 세상 전부가 내 것이 된 것 같다"고 느끼는 부분은 성차별의 프레임이 얼마나 뿌리 깊게 우리 민중들의 의식 속에 내재화되어 대물림이 되어왔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여자이기에 가능한 일은 그 남자를 지배하는 것이다"라는 작가의 마지막 선언은 얼핏 당차 보이지만, 결국 '남성 중심적 권력 구조' 를 이겨 내겠다는 선언이기에 노정희 님이 느낀 '아릿함(슬픔과 애잔함)'의 원인이 됩니다. 완전히 자유로운(Freedom) 세계로 나아가지 못하고, 여전히 지배를 통한 극복이라는 그 프레임 안에서 분투해야 하는 여성의 한계이자 우리사회의 한계가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혹독한 차별의 대물림을 통해서, 오늘에 와서도 크게 변하지 않은 고질적인 인간 내면의 차별 의식, 역으로 말하면 선민의식을 신랄하게 고발내지는 비판하고 있는 높은 문학적 성취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3. 수필문학을 대하는 태도: 관음증 vs 가치 발견

 

나는, 독자는 물론이거니와 문인이라는 이름을 단 작가들조차 "수필을 작가의 사생활 분석하듯 읽는 것은 문학을 모르는 소치"라며, 심지어는 “돌대가리”라는 표현도 서슴치 않고 쓰며 강하게 비판합니다.  훌륭한 수필 문학은 작가의 사적인 진실된 고백을 통해, 작가가 아닌 독자의 자기 내면을 비추어 보게하는 거울이 되는 거기에 있습니다. 소설 “장발쟌”을 읽고, 또  “춘항전”을 읽고 무엇을 느낍니까? 빅톨위고가 전과자라는 사실을 숨기며 살았는지,  춘향전 작가의 어미가 기생인지 그 사생활을 분석 합니까? 

 

임춘희 작가가 "저는 주민등록증에는 2자(여성)입니다만, 실제로는 1자(남성)입니다"라고 너털웃음을 지으며 거친 비즈니스 세계를 헤쳐 나가는 모습에서, 우리는 단순히 '한 여성 사업가의 사생활'을 보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강요한 성 역할의 굴레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를 강하게 연단해야 했던 한 인간의 위대한 투쟁을 보아야 합니다. 이 작품에서 그게 안보이면 문학을 모르는 사람입니다. 

 

수필의 미래는 이처럼 담대하고 솔직해야 합니다. 쓸데없는 잡답이나 군음식들은 그만 자시고, “잘난 것 하나도 없는 지 잘난 체”도 그만하시고, 좋은 작품을 알아보고, 그것을 한 땀 한 땀 음미하며, 그 진수를 알아채는 안목과 문학의 참된 가치를 이해하는 지적, 영적 수준이 높은 독자가 먼저 되어야 제대로된 작품을 창착해 낼 수가 있습니다. 이 거침없고 솔직한 수필이 일반 독자들 보다 우리 수필 작가님들의 가슴 속에 오랫동안 묵직한 울림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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