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신간 안내

(신간) 옥경자의 『 원 플러스 원』

작성자수필세계|작성시간23.11.17|조회수13 목록 댓글 2



우리시대의 수필작가선 100

옥경자의 『 원 플러스 원』




ISBN  979-11-93364-00-0 (03810)
판형   152*210mm 208쪽
저자  
 옥경자
가격정보  13,000원
발행일 2023. 9. 25
발행처 수필세계사
키워드  옥경자 수필가, 수필세계사



작가/옥경자

대구 출생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월간 한국수필(2014), 계간 수필세계신인상(2023) 등단
대구문인협회, 대구수필가협회, 대구에세이포럼, 수필알바트로스 회원


도서 안내


유감스럽게도 이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누구에게는 많은 것이 주어지고누구에게는 적은 것이 주어진다어떤 나무는 푸른 들판에서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살고어떤 나무는 비탈진 언덕에서 찬바람을 맞고 서 있다어쩌면 이것이 운명이고신의 섭리이고자연의 이치일 것이다다행스러운 것은 큰 것을 가진 자가 늘 희망적인 것이 아니고작은 것을 가진 자가 늘 절망적이지 않다는 것이다생명체에게 부여되는 이러한 도전과 응전이 곧 개인의 흔적이고집단의 역사이며모든 생명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이며 가치일 것이다.
옥경자의 글은 조금은 남다르게 살아온 자신의 삶에 대한 고백서이다때로는 나에게 주어진 생에 대한 통절한 눈물이며때로는 한 줌 물을 찾아 떠나는 연약한 뿌리의 간절한 몸짓과도 같은 것이다마침내는 가장 낮은 마음이 되어 성찰과 회한의 진액으로 엮어내는 새벽녘의 기도 같은 것이다. -홍억선(수필가)의 '발문'에서



<원플러스 원>
 
 
원 플러스 원으로 두 개가 하나로 묶여있는 제품을 샀다. 공짜로 얻은 것 같은 생각에 손끝에 전해지는 묵직한 느낌이 싫지만은 않다. 그렇지만 썩 내키지 않는 마음도 한편에 있다. 붙어있는 제품이 하나가 시원찮아 하나를 더 보탠 듯한 의심이 든다.
어느 날 문득 장애를 가진 아이와 내가 이렇게 힘들게 살려고 이 세상에 태어났나 하는 물음표가 생기기 시작했다. 매일 똑같이 힘들어 지쳐가기 시작했다. 살기가 싫어졌다.
"엄마 배고파요."
이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이를 쳐다봤다. 나는 죽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구나, 내가 아니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이를 봐서라도 정신을 차리고 비상구를 찾아보자. 고심한 끝에 열 개의 버킷리스트를 만들었다.
열 개의 리스트 중에 첫 번째는 여행을 가는 것으로 정했다. 데리고 다니는 것도 힘에 부치고, 떼어놓고 혼자 가는 것도 힘들어 여행은 꿈도 꾸지 못하고 살았다. 죽기 전에 힘든 것도 한 번 해보고 죽자. 이렇게 결정하고 형편이 같은 자식들을 데리고 여행하는 원플러스원 팀을 만들었다. 정해 놓고 보니 아이하고 가보고 싶은 곳이 너무 많았다.
어른이 된 자식들을 하나씩 옆구리에 끼고 일행은 동대구역 매표소 앞에 모였다. 장애인복지카드를 내밀며 원 플러스 원이 요.”라고 했더니 매표소 직원이 우리 일행을 쳐다보았다. 지적 장애인은 보호자와 같이 평일에 50% 할인 요금이 적용된다. 혼자서는 여행을 갈 수 없는 아이들, 그렇다고 우리 엄마들 역시 시간이 멈춘 애들을 떼놓고 여행을 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조용한 평일에 한해서 한 번씩 여행하자는 취지에서 결성한 여행조의 이름은 '원 플러스 원'이다. 오늘의 목적지는 부산이다.
자갈치 시장에 들러서 점심을 먹고, 지하철을 타고 해운대 해수욕장으로 갔다. 겨울철에 보는 해수욕장은 콘서트가 끝난 공연장처럼 허전했다. 바다를 처음 본 것처럼 불안하게 따라오던 아이가 갈매기를 보며 외쳤다.
"! 비둘기다."
아이는 꽃은 전부 장미꽃이라 하고, 날개가 달린 것은 무조건 비둘기라고 생각한다. 따라오던 다른 아이들도 그 말에 동참했다. 우습지만 짠했다. 일반사람들과 섞여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이들과 우리 엄마들의 일상이 너무 우울해서 시작한 여행이 나름으로 의미 있게 가슴 한편에 자리잡는 순간이었다.
Y는 마흔 살의 남자아이다. 그의 엄마는 나보다 더 나이가 많다. 아들은 딸보다 힘이 더 든다. 화장실에도 따라갈 수 없고, 목욕탕에도 따라갈 수 없으니 신경도 더 많이 써야 한다. 엄마라고 부르며 요구사항이 하루에도 수십 번이다. 그래도 그녀의 눈에선 하트가 수십 개씩 떨어진다.
Y는 몇 년 전까지는 건강했다. 아이는 없었지만, 결혼도 했다. 교통사고로 머리를 다쳐 몇 달을 식물인간으로 있다가 깨어났다. 어른에서 다시 어린아이가 되어버린 아들은 아내도 떠나버렸다. 엄마 없이 저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녀는 병원에서 의식이 없는 아들을 붙잡고 할 수 있는 게 눈물 흘리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대소변을 받아내도 좋고, 평생을 업고 다녀도 좋으니 깨어나기만 하면 그 어떤 일도 불평하지 않겠노라 수백 수천 번을 기도했다고 한다.
추억할 수 있는 옛날이 있는 그녀가 나는 부럽기만 하다.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어린아이에 머물러 있는 아이와 내게는 그런 추억조차 없으니. 그래도 내 아이보다 더 심한 아이들도 있는데 이만하길 다행이라며 나름 긍정적인 생각으로
위로해 본다.
인생에 있어 가장 좋을 때가 육십 대라고 누군가가 말했다. 자식들 독립시키고 큰돈 들어갈 일도 별로 없고, 나 한 몸 건강하면 이때가 인생의 황금기라고 말했다. 공감하는 말이지만 장애아를 가진 부모에게는 언감생심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은 어른들에게만 적용되는 것 같지만 서너 살 지능밖에 되지 않는 아이에게도 해당이 된다. 아이는 어른으로 성숙해도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내가 해줘야 할 일은 많아지고 나는 하루하루 늙어간다. 그래서 예전보다 더 힘들다. 삼십 대에 하던 일을 육십 대가 된 지금도 여전히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참을 걷다가 일행 중 누가 물었다. 우리가 있는 오늘은 괜찮지만 내일은 어쩔 것인가?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아이의 손이 슬그머니 옆구리를 비집고 들어왔다. 빨리 가자는 신호다. 11이 기대어 사람 인자가 되듯 그렇게 기대어 살아가자! 고 나의 원플러스 원에게, 옆의 원 플러스 원에게 응원을 보내며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옥경자 수필집 중에서-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자윤김태선 | 작성시간 24.01.12 원플러스 원
    책을 잡으니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거실을 서성이며 책을 다 읽었습니다. 저도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고 여기다 60대에서야 나도 남보다 플러스가 있구나 느끼며 살았습니다. 옥 작가님의 플러스 원은 나와의 정반대 플러스 원이라 여겨졌습니다. 그 플러스 원을 긍정의 플러스로 승화시킨 작가님의 삶에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이젠 어떠한 것도 나의 동반자로 바꾸는 기지를 이책에서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 작성자옥 경 자 | 작성시간 24.02.17 이제사 답글 보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