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일반수필

제4회 천강문학상 수필부문 심사평

작성자김희자|작성시간12.09.25|조회수105 목록 댓글 0

제4회 천강문학상 수필부문 심사평

 

본 천강문학상은 이제 그 연조도 4년에 이르렀고 상금도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는 문학상으로서는 상위에 속하여 상의 연조나 상금이 응모작품의 질을 좌우한다면 글쟁이들은 기성과 신인을 막론하고 눈의 초점을 키워 볼만한 상이다.

몇 백 명 단위의 초선을 거처 결선에 넘어온 작품은 30여 편이었다. 어느 장르를 막론하고 결심자는 좋은 작품이 나오기를 희망하며 가슴 두근거리기 마련이다. 결심을 맡은 두 사람은 좋은 작품이 나오리라 믿고 부라보를 눈으로 주고받으며 작품을 반으로 나누어 읽기 시작했다.

가을하늘에 경쾌히 떠가는 구름같이 맑고 명랑한 작품, 가족이나 친구간의 애정과 고향과 어머니 등 추억과 그리움이 넘실거리는 작품, 자연과 인간의 아름다움과 친화적이고 철학적인 이야기, 사랑방 고노(高老)들이 구수하고 재미있는 이야기, 작가만이 쓸 수 있는 희귀하고 진귀한 체험담 등이 쏟아져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작품을 읽어 갈수록 실망이었다. 여느 대회와 마찬가지로 자기 고향이나 가족 친구 들을 통한 추억과 그리움, 자기현시가 판을 치고 어디서 본 듯한 상금을 노리는 응모꾼들의 작품이 여기저기서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러나 좋은 작품은 타작 중에서 나오는 법. 애정과 끈기를 가지고 다시 읽고 3독 4독을 시작했다.

서정적이며 진솔한 자기 체험의 고백에 관점을 주느냐, 지식적이며 철학적이고 논리적 관조에 초점을 두느냐, 다시 말하면 신변적 미설러니냐, 지식정보의 미적 모색인 에세이를 택하느냐가 문제였다. 평가의 척도를 어느 쪽으로 두느냐를 논의 했다.

오늘날 우리 수필은 지나친 서정과 자기현시의 추구에서 병들어 가고 있다. 한때 수필은 누구나 접하기 쉽고 쓰기 쉽고 감상하기 쉬운 매력 있는 산문으로서 웬만큼 문재가 있는 사람은 도전의 적이 되었다. 그러나 쉬운, 나만의 문학, 설명위주의 문장에서 무너져 가고 있는 감이 없지 않다. 잔잔한 서정에다 지식정보를 섞어서 지적 매력을 일으켜야 하고 특히 문학적 특성인 상징과 비유, 상상적 요소를 적정히 가미하여 독자의 가슴에 감동의 꽃을 피워야한다.

「버닥론(論)」은 지나친 천착이 난해한 문장으로 만들었지만 그 주제가 오늘의 극심한 자기 높아짐과 자기자랑의 사회적 현실에 보다 간결한 낮아짐과 양보의 지향을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하면 이 글은 수필이 그렇게 메마르고 어려워서야 되겠는가. 아니면 그렇게 쉬워서야 되겠는가를 또다시 불러일으키는 수준 있는 문제작이라 하겠다.

밑바닥은 사각형의 고뇌와 영광을 가지고 있다. 아래와 윗면의 상대적 고통과 영광, 양쪽측면 기둥의 무한대를 보여준다.

「인생 소묘」는 가구를 만들며 거듭되는 강력한 사포질을 통하여 가구의 미적 재생과 창조를 가져오듯 인생도 마찬가지라는 문학의 교시적 기능을 발휘하고 있다. 하나의 가구를 잘 만들기 위해선 설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밑칠이 끝난 재료에 포크아트(Folk art) 기법으로 문양과 색감을 익히면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인용이 작자의 건축학적 역량을 살며시 보여주어 믿을 수 있는 작가의 이론과 체험의 관계를 실감케 한다.

「틈이 말하다」는 누구나 한 번 써보고 싶은 소재다. 읽어본 후에 실기(失幾)를 느끼고 빼앗긴 기분에 사로잡히는 글이다. 관찰력과 분석 종합 의미화(주제화)가 잘되어 있다. 너무 오래된 소재로 어디선가 본 듯한 인상을 주는 글이다.

우리 생활에 틈은 중요하다. 바늘같이 작은 틈새가 하늘같이 큰 풍선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낭패를 가져오는가 하면, 작은 틈새 하나가 생명을 살리는 능력의 발견은 신이 준 은혜일 수도 있다.

                             

■ 본심 : 강석호(수필가), 유혜자(수필가)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