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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미순 작가

닮은 꼴

작성자변미순|작성시간24.01.01|조회수8 목록 댓글 0

 

 

닮은 꼴

변미순

 

   아버지는 피부가 검다. 나는 아버지를 그대로 닮아서 어릴적 별명이 깜순이었다. 그래도 검은 피부를 닮아서 건강하다고 생각했다.

   대학 때 단짝 친구는 유난히 흰 피부였다. 책상 모서리에 살짝 부딪혀도 멍이 들었고, 그것을 본 남학생들은 그녀를 과보호해 주었다. 검은 피부인 나는 넘어져 피부가 벗겨지고 시커먼 멍이 들어도 표시가 잘 나지 않았다.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검은 피부로는 누구의 보호를 받기는 힘들다는 것을 배웠다.

   이래 저래 아버지와 붕어빵인 나는 가끔 엄마의 화풀이 대상이 되었다. 두 분이 부부싸움이라도 하는 날이면 심했다. 용돈 받는 날인데도 아버지한테 받아가라 미루셨고, 낮잠자는 모습까지 아버지를 닮았다고 툭 차고 지나가셨다.

   아버지와 나는 독특한 자세로 잠을 잔다. 오른쪽 손이 왼쪽 어깨를 잡고 잔다. 그게 뭐 특별한가 싶지만 아버지랑 나랑 같이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면 누가 봐도 무서운 닮은 꼴이라고 놀란다. 그 모습을 한번이라도 본 사람은 부녀가 말투, 행동뿐만 아니라 잠자는 모습까지 붕어빵이라며 놀렸다. 아버지의 식성까지 빼 닮은 것에 대해 난 오히려 아버지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아버지와 나의 얼굴은 길어 말상이라고 했다. 얼굴이 사각지거나 둥근 것보다 길쭉한 계란형의 미남, 미녀형이라 좋았고, 살이 쪄도 얼굴형 때문에 날씬한 사람으로 인정받기도 하였다.

   딸도 얼굴이 길다. 어떻게 3대째 얼굴형이 그대로인가 싶다. 딸은 긴 얼굴형이 기린 같고, 검정색 옷을 입으면 저승사자형이라 놀림 받는다며 불만이었다. 작고 동글한 얼굴형이 여성스러우며 귀엽다는 것이 요즘 세대들이 좋아한다며 나와 아버지를 원망하기도 했다.

   아버지와 나는 옥수수, 번데기, 누룽지, 땅콩을 좋아한다. 눈앞에 있으면 바닥이 보여야 멈출 정도로 집착한다. 가족 중 누가 옥수수를 사 와서 먹으면 내 것을 남겨두거나 흔적을 남기지 않아야 한다. 식은 밥이 남으면 프라이팬에 얇게 노릇노릇하게 누룽지를 만든다.

   외손녀가 이를 닮았다. 겨우 세돌이 지난 손녀가 공원에서 종이컵에 담아 파는 번데기를 사서 맛있게 먹는다. 옥수수, 누룽지, 땅콩을 사랑한다. 좋아하는 간식까지 이렇게 닮아가는 것을 보면서 피로 이어진 가족간 사랑이 어찌 깊어지지 않겠는가.

   나는 아버지의 딸이라는 것이 참 좋다. 내 딸이 소중하고 다시 이어진 외손녀가 내 인생 최고의 행복이다. 그 백년의 시간 속에서 외형도 습관도 식성까지 닮은꼴이라서 놀라울 뿐이다.

 

2023. 12. <수필로 길을 찾다. 3권 : 10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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