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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미순 작가

수필로 길을 찾다-발간사-2023-1219

작성자변미순|작성시간24.01.01|조회수8 목록 댓글 0

책을 만든다는 것은

변미순

 

   한 해 동안 수필창작아카데미 20기, 21기 두 과정이 지나갔다. 회원들은 부지런히 출석하고 글을 적으면서 조금씩 조금씩 글의 발전을 이루었다. 

   오늘 수업에서는 집의 크기에 따라 이름이 다름을 배웠다. 가장 작은 규모로 문 하나 없는 정(亭)에서부터 루(樓), 헌(軒), 재(齋), 각(閣), 당(堂), 전(殿), 궐(闕), 그리고 마지막으로 임금님이 사시는 궁(宮)까지 각각의 명칭이 다르다.

   우리는 겨우 사방 문 하나 없는 정자(亭子) 하나 지어보려 한다. 기초를 공부하는 아카데미반 수업은 집의 기초를 다지듯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기초반에서 오래 머무는 사람들은 기초의 중요성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다 어느날 '루'도, '헌'도 지을 날 있지 않을까 꿈을 꾸는 중이다.

   최근 기초반에 남자와 여자의 성비가 1:1이라 균형이 잘 맞다. 제일 어린 친구가 30대 초반이고 40대도 몇 있고, 50, 60, 70대까지 나잇대도 적당히 버무려져 있어 글의 내용이 다양하다. 그래서 좋다. 서로의 일상적인 글이 자극이 되기도 하고, 위로가 되기도 하며 우리의 습작에 채찍이 되기 때문이다. 아주 가끔 차 한잔, 아주 더 가끔 술 한잔 그리고 기수별 문학기행 한번이 고명처럼 예쁘고 맛나다.

   전혀 모르고 살아왔던 사람들이 '글'이라는 한가지 점을 향해 무리를 지어 걸어간다. 한두 걸음에 책을 만들자 해 보는 것은 세상에 한 획을 긋는 일이다. 그러다 정제된 각자의 글로 개인의 책을 만들거나 세상 속 글 대회에서 수상을 하기도 한다. 이것이 가장 큰 목표인양 하지만 이것은 피상적인 것이다.

   글을 적는다는 것은 뜬구름 같은 나의 생각을 정립하는 것이 가장 첫째이고, 살아가는 방법에 채찍을 들어 바로 살도록 하는 것이 둘째이며, 힘들고 외롭고 숨이 턱턱 막힐 때 가만히 벗 되어 주는 것이 셋째의 잇점이다.

   그런 흔적을 모아 책을 만들었다. 아직은 아기의 아장아장 같은 걸음이고, 아기들이 타는 유모차 같은 임시 집이지만 언젠가는 우리의 발걸음이 곧고, 바르며, 각자의 집이 정자, 루, 헌을 넘어 점점 커 가지 않겠는가. 그런 꿈을 가진 사람들의 글이 모였으니 글쓰기, 글배우기가 두렵다며 머뭇거리는 독자들에게 이 책이 작은 용기를 주면 참 좋겠다. 그래서 우리는 마음을 모아 책을 만들었다.

 

2023년 12월 <수필로 길을 찾다. 3호 발간사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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