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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미순 작가

진짜 프로들

작성자변미순|작성시간24.01.01|조회수56 목록 댓글 1

 

 

진짜 프로들

 

변미순

   1. 자세

   세상에 태어난 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직업을 가지고 살아간다. 돈을 벌어야 하는 생계형이든 자신의 역량을 펼치며 전문가로 성장해가든 직업을 대하는 자세가 각기 다르다. 어떤 자세로 일하는지에 따라 자기 만족도가 다르고 보는 사람도 감동이 다르다.

   내가 다니는 미용실 원장은 자기 옷 중에서 가장 멋진 옷을 입고 고객의 머리칼을 만진다. 머릿카락이 달라붙어 옷이 상할지도 모르고, 염색약이 튈 수도 있어 머리손질하기에는 다소 불편할 것 같아 아슬아슬하다. 그러나 그녀는 머리 손질할 때 자기가 제일 멋져야 하고, 출근할 때도 근무할 때도 프로로 보여져야 한다고 했다. 그녀의 끝없는 도전적 자세와 많은 책을 읽는 모습에도 박수를 보낸다.

   네일샵을 하는 조카가 있다. 유독물질 아세톤에 취하여 두통도 있고, 세밀한 그림을 그려내야하는 일이라 눈도 어깨도 자주 아프다 한다. 그러나 신기할 정도로 매일 재미있다하면서 십여년째 집중한다. 디자인은 독창적이고, 마지막 핸드크림을 발라주는 손의 압력에는 고객에 대한 정성과 감사의 마음이 묻어 있다. 고객의 입장에서 어떤 것이 부족한지, 어떤 것을 고려하면 좋을지 등을 수시로 묻는다. 조언을 해 주면 수긍이 되는 일은 바로 고쳐나간다. 수정하고 변경하는 것은 용기있는 행동이고 자신감도 있기 때문이다. 나날이 발전해가는 힘을 본다.

   결국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삶을 대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자신감이다.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최고의 자세로 고객을 대하는 것은 내 직업에 의한 소비자의 만족도도 최고이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다.

   주변사람들 중 진짜 프로다운 자세로 삶을 수놓아 가는 사람들이 많다. 다수를 위해 기꺼이 내려 앉아 다시 우러러 보이는 분도 있다. 강해보여 무서운 줄 알았는데 아무도 모르게 약자를 도우고 계시는 따뜻한 분도 있다. 이렇게 대중속 진짜 프로들에 의해 세상은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2. 좋아하다

   최고의 직업이 뭘까? 소득이 높은 것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경제적인 잣대로 평가하는 것이 너무 일반화되어져 버렸다. 그러나 평생동안 활동할 일이고 그것을 진심으로 좋아해야 한다는 것이 더 큰 기준이 되어야 한다.

   모 플라워샵 대표는 남다른 상품을 내어놓아 고객을 놀라게 한다. 상품이 아닌 작품을 만들고 있다. 농구공을 1/3 잘라내고 그것을 화분으로 만들어 귀한 석송을 심었다. 아이디어 넘치는 화분, 꽃다발, 색상배합으로 꽃집이 제일 어렵다는 이 불경기 속에 승승장구하고 있다.

   생각지도 못한 꽃다발 포장지를 사용하거나, 평범한 의자에 브랜딩 강한 반팔 티셔츠를 입혀 전혀 새로운 상품으로 창조해 내기도 한다. 그 곳에서 판매되고 있는 모든 것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상품이었다. 플라워샵을 찾는 고객은 그런 상품을 사고 싶어 한다.

   마카롱을 판매하는 곳이 커피샵만큼 넘친다. 그래서 개업만큼 폐업도 많다. 그런 가운데 1, 2 3호점에 이어 마카롱 아카데미까지 개업한 대표가 있다. 생딸기로 마카롱을 만드는데 딸기가 제일 비쌀 때, 제일 맛이 좋을 때, 제일 큰 첫 수확한 딸기를 구입해 간다. 제작 단가가 비싸지 않냐고 물으니 “귀할 때, 가장 맛있을 때 고가로 판매해야죠” 라고 한다. 남들도 다 딸기 마카롱 만들 때는 딸기 값이 조금 싸지만 맛도 한단계 떨어진다면서 남다른 도전정신이 온 몸에 배여있는 사람이다.

   어떤 일을 해도 잘 될 수 밖에 없는 창의력과 최상의 상품을 만들어 내는 분들이다. 하나밖에 없는 상품을 만들어 내어 놓으니 고객은 값을 제대로 지불할 수 밖에 없다. 바로 그 플라워샵을, 그 마카롱 집을 찾아갈 수 밖에 없도록 한다. 고객은 그런 상품을 만들어 내는 주인에 대한 팬심도 생긴다.

   불경기 속에서도, 같은 판매점들이 늘어나고 만연할수록 나만의 차별성을 만들어 내고자 하는 상상력은 끝없이 쏟아 내야 한다.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이 동력이 되어야 한다. 좋아하면 언제나 긍정적인 자세와 에너지가 넘칠 수 밖에 없다. 그런 직업을 가지기 위해 가장 먼저 '나'를 제대로 진단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3. 진심

   모임마다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을 맨 먼저 하게되는 분이 있다. 외모도 목소리도 늘 따뜻하다. 유머감각으로 누구라도 즐겁게 만들어 주는 능력을 가졌다. 아이들과의 대화에서 남다른 이해와 소통력은 모두가 부러워하는 그분만의 재능이다.

   주 직업은 원예복지사이다. 결손가정의 아이들, 문제 아이들과 식물수업으로 소통한다. 그들에게 안정감, 치유, 힐링을 전달하는 목적을 가지고 혼신의 힘을 다하신다. 어느 5차수 수업을 마치는 날 “선생님 이제 안오셔요? 세상에 태어나 제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남학생의 떨린 목소리를 듣고 모든 힘듦이 상쇄되었다고 했다. 이슬이 맺힌 그녀의 눈에 진심이 가득하였다. 그런 따뜻한 진심이 그 소년에게 닿았으리라. 딱 어울리는 직업을 가졌다. 그래서 더욱 빛이 난다.

   나에게도 하나 진심어린 자세가 있다. 누가 부탁을 하면 기꺼이 들어주려 한다. 남에게 부탁하는 것이 절대 쉽지 않은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대학시절 현미경 하나를 빌리기 위해 타 대학에 가서 몇시간을 기다렸다. 현미경도 하나 없냐는 비야냥 소리까지 들어야 했던 일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 상처는 누구보다 나은 논문으로 수모를 극복하였지만 누구도 나에게 어떤 부탁을 하면 그런 상처를 주지 않으려 마음 먹은 계기도 되었다.

   기꺼이 하면 불평, 불만, 짜증이 없어진다. 그것만으로 이미 일은 순조로워진다. 억지로 하는 일이, 투덜되며 하는 것들이 아름답거나 잘 될 턱이 없다. 시종 일을 대하는 자세가 더욱 진심이기를 노력하고 따뜻함으로 어루만지려 한다.

   우리는 지금 어떤 진짜 프로다운 모습으로 다른 사람들과 공감대를 만들어 가고 있는 지 뒤돌아 보아야 한다. 정성과 진심이 발효되어 힘든 단 한사람에게라도 기댈 어깨를 내어 줄 수 있으면 세상 살 맛이 나지 않겠는가. 예순이 넘으면 누구라도 어떤 부분에서라도 프로가 되어야 한다. 이만큼 살았으면.

 

2023년 12월 <수필 알바트로스 4권:6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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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김영희 작성시간 24.01.02 '정성과 진심이 발효되어 힘든 한 사람에게라도
    기댈 어깨를 내어 줄 수 있으면 세상 살 맛이 나지 않겠는가.'
    무척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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