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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희 작가

장태산 메타세쿼이아 숲

작성자서소희|작성시간24.03.07|조회수59 목록 댓글 0

장태산 메타세쿼이아 숲

 

 

  ‘문학기행이라는 명패를 앞세우고 문우들과 여행을 떠나는 날이다. 목적지는 대전에 있는 장태산이다. 그곳까지는 두 시간이 걸리는 거리다. 짧지도 그렇다고 긴 시간도 아니다. 함께 가는 사람에 따라 시간은 들쑥날쑥하게 된다.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질문이 주어진다. 코로나를 겪으며 돌이켜 보는 문학적 나의 위치는 어디인가. 혹은 나는 어떻게 지내왔는가. 질문이 어찌 생각하면 심오하다. 답도 심오하게 나와야 하는 것일까. 살짝 걱정이 된다. 또 곱씹어보니 심오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자주 보지는 않지만 그래도 꾸준히 만나온 문우들 아닌가. 그냥 살아온 이야기, 앞으로 살아갈 이야기를 하면 되는 것이다.

  각자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누구는 책과 멀어져서 생활했고, 열심히 그림을 그렸고, 혹은 부지런히 글을 썼고, 또 그냥 편하게 지냈고······. 나는 어떠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코로나를 겪으며 어떤 이는 감옥 아닌 감옥 같은 생활이었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그 시절이 나쁘지 않았다. 마스크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사람을 가려가면서 만나야 했지만 오히려 나를 찾는 사람이 없어 나만의 시간을 오롯이 보낼 수 있었다. 그 시간동안 운동을 실컷 했다. 혼자서 가까운 숲을 자주 거닐었고 숲에서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이 좋았다. 그래서 일까. 가끔 그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다보니 어느새 대전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오래된 말이 있다. 옛 조상은 어찌 그리 사람의 마음을 족집게처럼 알까. 여행의 가장 큰 묘미는 맛있는 것을 먹으며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것이 아닐까. 그러니 대전에 도착하고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식당에 가는 일이다.

  미리 예약된 곳에서 우리는 식사를 한다. 역시 답사를 한 덕분인지 음식이 맛있다. 배를 불리고 나니 저절로 콧노래가 흥얼거려진다. 이곳에서 여행을 마친다 해도 아쉬울 것이 없을 것 같다. 그래도 목적지는 장태산 메타세쿼이아 숲이다. 이곳에 다시 온다는 기약이 없는 법이다. 그러니 목적지까지 가서 최선을 다해 즐겨야 한다.

  드디어 목적지인 장태산에 도착한다. 장태산은 개인이 가족과 함께 지내기 위해 메타세쿼이아로 조성한 사유림이다. 현재는 대전 시에서 인수를 하여 시민을 위해 개방하고 있다. 한 개인이 산을 사서 온통 메타세쿼이아만 심었다니······. 숲은 대체 어떤 풍경일까.

  숲 초입부터 키다리 아저씨 같은 모습의 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있다. 대구 촌놈이 거인국에 와서 키다리를 만난 기분이다. ‘와아하는 감탄이 저절로 튀어나온다.

  숲길을 걸어 한참 가다보니 숲속 어드벤쳐라고 적힌 문이 보인다. 한글과 영어가 조합된 이상한 이름이다. 문을 들어서면 데크로 만들어진 길이 펼쳐진다. ‘스카이웨이즉 하늘길이다. 데크의 시작은 땅과 인접해있다. 하지만 걷다보면 어느새 땅은 발밑에 있고 나는 하늘과 자꾸 가까워진다. 얼마가지 않았는데도 메타세쿼이아의 허리가 눈에 들어온다. 또 걷다보면 시선은 그 허리를 훌쩍 넘어서 있다. 발밑을 내려다보면 허공이 있고 그 허공 한참 밑에서 사람들이 가고 오는 모습이 보인다.

  하늘길 끝에 스카이 타워가 있다. 높이가 27미터나 된다고 한다. 밑을 내려 보면 까마득하고 위를 보면 파란 하늘이다. 그리고 메타세쿼이아의 정수리를 볼 수 있다. 이곳에서 빠질 수 없는 일이 기록을 남기는 일이다. 즉 사진을 찍어야 한다. 하늘과 장태산이 잘 드러나는 곳에서 모두는 어깨둘레를 하거나 허리둘레를 하고 여러 장의 사진을 찍는다. 풍경보다 사진이 우선이다.

  다시 길을 나선다. 이번에는 전망대를 찾아가야 한다. 이곳도 전망이 좋은데 전망대라고 이름 붙여놓은 곳은 또 얼마나 전망이 좋을까. 그곳으로 가는 길은 가파르다. 돌계단도 밟아야 하고, 작은 바위도 올라야 하고, 급경사에는 밧줄도 잡아당겨야 한다. 이렇게 가파르면 내려갈 때 무릎이 아플까 살짝 걱정도 된다. 하지만 조금만 더 가면 전망대가 나온다고 하니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좁은 산길은 험하지만 다행히 길지 않다. 어느새 전망대에 도착한다. 도착은 가파른 길에 시달린 몸을 쉬게 할 수 있다는 뜻이 포함된다. 역시 몸이 힘든 뒤에 찾아오는 휴식은 너무나도 달콤하다. 시원한 바람에 얼굴을 내어주며 장태산 전경을 바라본다. 스카이 타워에서 봤던 풍경과는 또 다르다. 나무는 뾰족뾰족한 고깔모양으로 무리지어 숲을 이루고 있는 모양새다. 저 멀리 산 아래가, 우리가 타고 왔던 관광버스가 한 눈에 들어온다. 눈으로 우리가 지나온 길을 더듬어 본다. 저곳에서 스카이 타워를 거쳐 이곳으로 왔구나.

  올라왔으니 또 사진을 찍어야 한다. 가물가물하는 기억 속에서 확실하게 박제되는 것은 역시 사진뿐이다. 먼 훗날 지금의 모습을 보며 , 저 때는 젊었구나하며 회심의 미소를 지을 것이 분명하다. 찰칵찰칵 찍을 만큼 찍고 둘레둘레 자리를 잡아 앉는다. 몸이 쉬면 입은 무어라도 먹어야 하고 맛있는 것을 먹다보면 수다 꽃이 피기 마련이다. 오늘이 아니면 언제 우리가 이렇게 다 함께 자연 속에 앉아 실컷 수다를 떨어 보겠는가.

  짧은 등산도 마쳤겠다, 간식도 먹었겠다, 마지막으로 숲의 고요를 즐기는 시간이 주어질 예정이다. 우리는 고요를 즐기기 위해 전망대를 내려와 휴양림으로 간다. 휴양림에는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즐비한 가운데 벤치도 있고 평상도 놓여 있다. 나무 밑, 원하는 곳에 자리를 잡아 돗자리를 펴고 우리는 눕거나 앉는다.

  나는 누워서 하늘을 바라본다. 하늘 가까운 곳에 나무의 끝이 있다. 바람이 불면 나무는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가지를 흔든다. 먼 곳에서 나뭇가지가 하늘하늘 흔들린다. 그리고 잎들이 물소리를 내듯 샤르르 샤르르 소리를 낸다. 마치 하늘이 흔들리며 내는 소리 같다. 모두를 숲의 마법에 빠져 잠이 든 것일까. 조용하다. 오직 숲을 흔드는 바람 소리 뿐이다. 이상한 풍경이다. 나는 동화 속 같은 숲에서 이상한 풍경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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