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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작가

살금살금

작성자자윤김태선|작성시간24.02.29|조회수24 목록 댓글 0

                                                                        살금살금

 

 

  쉿! 형제가 숨을 죽이고 살금살금 다가간다. 사촌 간이지만 둘이 호흡이 척척 맞는다. 비둘기는 흩어진 새우깡을 주워 먹느라 아이들이 접근하는 줄도 모르고 오롯이 먹이에만 몰입한다. 저러다 진짜 잡히는 것은 아닐까. 옛날이나 지금이나 아이들이 새를 잡으려는 호기심은 여전하다. 문득 어릴 적 일이 떠오른다.

  새들은 먹이가 귀한 겨울철이면 민가 주위로 자주 내려왔다. 눈이 하얗게 대지를 덮으면 더 많이 몰려나왔다. 스치는 바람결에도 깜짝 놀라 후루룩 날았다 다시 내려앉기를 반복하면서도 먹이 쪼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숨어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어떻게 하면 잡을 수 있을까 궁리하며 입맛을 다셨다.

  나와 내 친구들은 참새구이를 먹어 본 적이 없었다. 단지 우리가 맡았던 그 어떤 냄새이리라 어림짐작만 하고 군침을 흘렸다. 내 어린 시절에는 먹을거리가 그리 넉넉지 않았다. 사람들은 배가 고프면 새나 물고기를 잡아먹었다. 굽거나 삶는 냄새가 나면 아이들은 코를 흥흥거리며 두리번거렸다. 바람에 섞여오는 구수한 맛을 따라가면 모닥불 피운 자리만 검게 남아있고 모두 떠난 뒤였다. 잡아먹은 흔적이 선명해서 아이들은 발을 동동거리며 아쉬워했다.

  어느 날 오빠 친구가 참새구이 맛을 알게 해주겠다며 으스댔다. 새를 잡자는 거였다. 오빠는 친구의 부추김에 어머니 몰래 싸라기 한 줌과 소쿠리, 빨랫줄까지 풀어다 날랐다. 빨랫줄에 묶인 막대기로 소쿠리를 버티게 하고 줄을 사랑채까지 길게 늘였다. 그 주변에다 쌀 몇 톨을 흩고 등겨는 소쿠리 안에다 뿌렸다. 모이를 찾느라 등겨를 뒤집을 때 줄을 재빨리 당기는 거였다. 대장 오빠의 작전에 참새들이 깜박 속을 것 같았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드디어 한 무리의 새떼들이 마당에 내려왔다. 쌀을 쪼아 먹더니 짚가리 쪽으로 몰려갔다. 미끼가 있는 소쿠리 밑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되었다. 앉아서 용을 쓰며 손이 아프도록 주먹을 쥐었다. 배가 출출할 때 쌀을 씹으면 구수했다. 참새는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른 곳만 기웃거려 우리 속을 태웠다. 그때 한 마리가 소쿠리 밑으로 들어왔다. 지켜보는 아이들 눈이 빛났다. 당기자는 눈빛과 기다리라는 눈빛이 부딪쳐 불똥이 튀었다. 한 마리 가지고 누구 입에 묻히나 하는 어머니 목소리와, 너희들에게 잡힐 바보가 어디 있냐 한쪽 눈이 없으면 몰라도, 하는 삼촌의 놀림이 들리는 듯했다.

  나는 다만 두 마리라도 들어갔으면 했다. 왜 참새는 병아리보다 작을까, 암탉만큼 크면 좋을텐데. 그때 털썩 소쿠리가 넘어졌다. 눈가루를 하얗게 날리며 새들이 날아갔다. 오빠가 소쿠리 안에 조심조심 손을 넣었지만 허탕이었다. 그 겨울 우리는 참새잡이를 되풀이했지만 끝내 한 마리도 잡지 못 했다.

비둘기 잡으려는 손주들 따라 내 마음도 설렌다. 추억 한 톨을 입에 물고 비둘기는 폴짝 날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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