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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양에포 26기

금정산 산행/조영정 8

작성자조영정|작성시간26.06.07|조회수36 목록 댓글 0

금정산 산행

 

조영정

 

1. 천년의 역사를 품은 범어사로 발걸음을 옮기며, 그 오랜 세월 동안 쌓인 역사의 향기를 오늘도 깊이 느껴보고 싶다. 금정산의 맑은 기운을 가득 들어마시며, 자연이 선사하는 신선한 에너지로 몸과 마음을 새롭게 채우기 위해 산행을 시작한다.

2. 범어사는 해인사, 통도사와 함께 영남의 3대 사찰로 꼽힌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금빛 물고기가 하늘에서 내려와 우물에서 놀았기 때문에 산 이름이 금정산(金井山)이 되었고, 그곳에 세워진 절이 범어사(梵魚寺)라고 기록되어 있다.

3. 범어사 입구에서 맨 먼저 일주문을 만난다. 가람 진입로의 첫 번째 문으로 산문이라고 하며, 기둥이 일렬로 나란히 서서 지붕을 받치므로 일주문이라고도 부른다. 이곳의 일주문은 자연 암반 위에 둥글고 긴 돌기둥 네 개를 세워 세 칸을 이루고 있다.

4. 경내는 아직 이른 시간이라 고즈넉하다. 일상에서 벗어난 불심의 세계에 들어와 마음도 한결 맑아진다. 범어사를 오른편에 두고 금정산성 북문으로 향한다. 범어천을 따라 오르니, 바윗돌 아래를 어루만지며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가 청아하다. 자연 속에서 듣는 이 아름다운 멜로디는 귀를 즐겁게 하고 힐링을 준다.

5. 북문으로 가는 길에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바위가 지천으로 널려 있다. 이른바 돌바다(암괴류)’. 바위는 물리적·화학적 작용으로 절리 사이로 물이 스며들고, 얼고 녹는 과정을 거치면서 깨진 후. 중력에 의해 흘러내려 지금의 돌바다를 형성했다. 이 돌바다 밑으로는 물이 흘러 범어천을 이루고 있다.

6. 바위길 등산로를 따라 오른다. 돌이 많고 가파른 구간도 있어 숨이 차다. 예전에 이 길로 하산한 적이 있었다. 길이 무던하여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까 조심했을 뿐, 다음에 등반하더라도 무리가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은 유난히 힘겹다. 일주일 전 감기 몸살로 고생한 후유증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7. 중년 여성이 애완견 두 마리와 함께 오르고 있다. 개들은 헐떡이며 뛰어오르다가, 주인이 부르면 금세 내려온다. 힘들 법도 한데 숲속의 새로운 분위기 덕분인지 무척 즐거워 보인다. 활기찬 그 모습을 보니 나도 절로 힘이 솟는다.

8. 조선 후기에 세워진 북문에 도착한다. 성문 위에는 팔작지붕을 얹은 단층 문루(門樓)우뚝 서 있다. 적이 침략했을 때, 지휘관이 이 문루에서 전투를 이끄는 모습이 떠오른다.

9. 금정산성은 주변의 산세 지형을 이용하여 축조한 포곡식(包谷式) 석축 산성이다. 둘레가 17천여 미터에 이르며 동서남북 사방에 성문이 있다. 성벽은 이곳에 많은 화강암 중 적정 크기의 자연석과 네모반듯하게 다듬은 돌로 지형에 맞추어 쌓여있다.

10. 북문에서 바라본 고당봉의 바위산은 멀리 아득하다. 산림 감시원은 고당봉까지 왕복 한 시간이면 다녀올 수 있다고 한다.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등산로 양옆에는 진달래 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 꽃이 만개하면 등산객들에게 좋은 선물이 되겠다. 약수터에서 맑고 시원한 자연수를 마시니 갈증이 해소되고 몸에 활력이 돈다.

11. 금정산 주봉인 고당봉 정상에 섰다. 낙동강 줄기가 한눈에 차고, 북문과 부산 시가지도 눈에 들어온다. 김해시와 양산시 일대가 점점이 아득히 멀어진다. 따사로운 햇살이 온몸을 감싸 포근하고, 맑은 하늘은 짙푸른 빛으로 시야에 가득하다. 너럭바위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해본다. 단단한 바위의 기운이 온몸에 전해져 온다.

12 산을 오르는 여정은 우리의 삶과 닮았다. 들숨 날숨을 반복하며 산을 오르다 보면 가파른 오르막에서는 숨이 차고 힘들다. 산길은 험하고 가파른 구간도 있고 지형에 따라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야 하는 경우도 있다. 오직 정상에 오르겠다는 의지 하나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정상을 극복한 성취감은 삶의 고단함 속에서도 결실을 볼때 느끼는 감동과 다름없다. 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혀 힘들 때도 많지만, 새로운 각오와 결단으로 최선을 다해 길을 찾아 나가게 된다.

13. 금정산성 마을의 식당가 음식점에 들어간다. 파전과 흑염소 불고기, 풍성한 밑반찬과 향토주인 산성 막걸리가 상에 오른다. 좋은 누룩과 금정산의 청정한 물로 빚은 막걸리는 맛이 뛰어나다. 지금은 공동 양조장에서 빚어 마을 안에서만 소비되고 있다니 안타깝다. 산성 막걸리는 시중 막걸리와 달리 향토적인 맛을 풍긴다. 술을 몇 잔 나누고 나니 산행 후의 피로가 씻은 듯 사라진다.

14. 새로운 도전과 즐거움을 선사할 또 다른 등반할 산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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