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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양에포 26기

샹그릴라/조영정 9

작성자조영정|작성시간26.06.13|조회수28 목록 댓글 1

샹그릴라

조영정

 

1. 제임스 힐턴이 쓴 잃어버린 지평선을 읽었다. 이 소설은 1930년대 인도에서 근무하던 영국인 네 명이 티베트인에게 납치되어 히말라야산맥 너머로 사라지면서 시작된다. 비행기가 불시착한 곳은 티베트의 험준한 산중에 감춰진 불가사의한 샹그릴라이다. 그곳은 세상과 단절된 낙원으로, 늙음과 죽음에서 벗어난 영원한 공간이며, 근대적 시설이 갖추어진 사원과 풍요로운 농작물이 가득한 신비로운 땅으로 묘사된다.

2. 티베트 불교 경전에는 설산이 고성을 둘러싸고 있고 황금 불탑이 빽빽이 늘어서 있는 성스러운 낙원이 등장한다. 티베트 사람들은 언젠가는 이곳을 찾을 수 있다고 믿어왔다. 히말라야산맥이 있는 몇 나라가 자기들 마을이 그곳이라고 주장하고 있었으나 중국 정부에서 중뎬이 샹그릴라라고 발표한 후 몇 년이 지나 도시 이름을 샹그릴라로 바꿨다. 그 후 세계 모든 사람이 샹그릴라라고 부르고 있으니 선점 효과는 대단하여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고 있다. 예전엔 티베트 땅이었다가 현재는 중국 윈난성의 현급 도시인 장족 자치주다.

3. 윈난성 중뎬은 힐튼이 이상향으로 그린 샹그릴라와 비슷한 산과 호수가 있는 천혜의 자연 경관을 갖고 있다. 병풍처럼 큰 산들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고 겨울에는 사방의 산이 설산으로 변한다. 사강이 이곳을 감싸 흐르고, 그림 같은 호수 나파하이도 가까이에 있다.

4. 얼마전, 샹그릴라를 향해 길을 나섰다. 해발 3,200m에 있는 고성이 중국인들은 소설에 나오는 샹그릴라 마을이라고 말하는데, 과연 어떤 모습으로 비칠지 몹시 궁금했다.

5. 설레는 마음을 안고 고성에 처음 발을 디뎠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돌바닥 길이 펼쳐졌다. 소수민족인 장족 복장을 한 부녀자들이 삼삼오오로 지나가며, 민속 복장을 통해 그들의 고유한 민족성을 드러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1층은 상점으로 개조되어 옛 모습을 잃었고, 그나마 2층은 전통적인 티베트 건축양식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차별화된 독특한 분위기는 느낄 수 없어 아쉬움이 남았다.

6. 샹그릴라의 호수 풍광과 소설 속에 나오는 라마사원을 둘러보기 위해 먼저 나파하이 전망대로 향했다. 산으로 둘러싸인 호수와 초원에는 말과 야크가 한가롭게 쉬고 있었다. 파하이는 해발 3,226m에 있는 계절성 고원 습지 호수로, 면적이 660km²에 달한다. 맑고 푸른 물빛과 흰 구름이 어우러져 마음을 확 트이게 했다. 그 옆으로 또 다른 풍경이 시선을 붙잡았다. 원뿔 모양의 돌탑 둘레에는 경전이 적힌 오색 천이 여러 단으로 감싸여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티베트 불교 문화의 상징인 타르초.

7. 해발 3,400m의 언덕 위에는 윈난성 최대 규모의 티베트 사원인 송찬림사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 사찰은 티베트 예술박물관이라고 불리며, 종교와 건축예술의 진수를 보여주는 성스러운 전당이다. 마을 언덕 위에 우뚝 솟아있는 4개의 사찰 건물은 마치 장엄한 성곽처럼 웅장했고, 황금색 지붕은 광채를 뿜어내어 시선을 끌었다. 마을 길을 따라 대웅전 법당까지 108계단을 오르는데, 고산 지대라 숨이 금세 가빠졌다.

8. 법당 안은 원색적이고 강렬한 색채로 가득 차 있어 다소 놀라웠지만, 그 화려함 속에서도 평화롭고 경건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붉은 승려복을 입은 수도승들이 여러 명 앉아 염불하거나 경전을 읽는 모습이 신성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이곳 라마교 승려들도 경전 속에 나오는 샴발라라는 신화 같은 이상향을 평생 추구하며 수행의 길을 걷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9. 누구나 이상향을 꿈꿀 때가 있다. 하지만 윈난성의 샹그릴라를 둘러보면서, 이상향은 현실 속에서는 찾기 어려운 환상의 장소라는 생각이 든다. 더 나은 삶을 꿈꾸며 그리는 가치의 상징이라면 이상향이 굳이 장소일 필요가 있을까. 그럴 때 이상향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를 것이다. 어떤 이는 마음을 움직이는 예술 작품이, 누군가는 흔들림 없는 일상이, 또 다른 사람에게는 텃밭이 그럴 수 있으리라.

10. 거창하게 이상향을 찾기보다, 일상에서 누리는 소소한 즐거움과 따뜻한 순간들을 소중히 여기며, 그 속에서 마음속의 작은 꿈과 희망이 바로 진정한 이상향이 아닐까. 결국 이상향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마음속에 품고 있는 이상적인 삶의 모습이라고 느낀다.

11. 많은 이들이 늙음과 죽음의 그림자를 벗어나 영원한 낙원의 세계를 꿈꾸지 않던가. 나 역시 안정된 일상에서 걱정 없이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이웃과 화목하게 어울리며 가족과 함께하는 평화로운 삶이 내가 그리는 이상향의 모습이다.

12. 나는 오늘도 이상향에 갔다. 친구들과 따뜻한 점심을 나누어 먹고 즐겁게 담소를 나누었다. 내일은 또 어떤 샹그릴라로 떠날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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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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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김연희 | 작성시간 26.06.13 조영정선생님
    샹그릴라의 골목길에 서있는 기분입니다.
    나의 이상향은 어딜까 생각 해 보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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