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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양에포 26기

남동생/ 김선애 5

작성자김선애|작성시간26.06.13|조회수34 목록 댓글 0

남동생

 

김 선 애

 

1. 오랜만에 동생한테서 전화가 왔다. 부산 출장을 온 김에 우리 집에 들르겠다고 하면서 자기가 저녁을 사겠다고 했다. 그러자고 하고 전화를 끊었지만, 바로 마트에 가서 장을 잔뜩 봐왔다. 몇 년 만에 보는 동생인데 손수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 싶었다.

2. 자랄 때 동생하고 유난히 가깝게 지냈다. 위의 오빠들은 귀여워하기는 했지만 늘 놀리기 일쑤였다. 동생은 나보다 아래여서 상대하기가 좋았다. 유년의 시절을 되돌아보면, 남동생과 함께 뛰놀던 골목길과 사소한 일로 티격태격했던 기억들이 뚜렷이 떠오른다. 동생은 장난도 심하고 말썽도 잘 부렸지만, 부모님은 막내라서 그런지 항상 푸근하게 감싸주곤 했다. 동생은 사춘기를 지나고 나서 철이 들자, 착한 아들로 변신을 했다. 덕분에 멀리서 사는 나보다 어머니가 돌아가실 무렵에는 매일 요양원에 들러서 잘 보살폈다. 올케들보다 동생은 바쁜 일정에도 매일 어머니를 보러 가고 목욕도 직접 시킬 정도였으니 어머니는 막내아들의 효도를 지극정성으로 받고 돌아가셨다.

3. 각자 결혼해서 살고, 사는 지역이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친정 모임에는 잘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몇 년 전 조카딸이 결혼할 때 참석해서 얼굴을 봤지만, 동생이 온다니 반가움이 앞섰다. 드디어 저녁에 동생이 왔다. 외식을 하기로 했는데 음식을 잔뜩 차려 놓은 것을 보더니 좋아하는 눈치다. 그래도 말은 차린다고 고생했다고 한다. 맛집에 가서 저녁을 대접하려고 했는데 미안하다고 한다.

4. 저녁을 맛있게 먹고 동생은 그동안 살아가면서 쌓였던 이야기보따리를 내놓기 시작했다. 가까이 살면 자주 들었을 이야기지만, 세월이 많이 흐르다 보니 이야기가 뒤엉켜서 끝날 줄을 모른다. 동생은 자기 식구인 올케와 조카들 이야기를 하는데, 난 옛날에 밥을 같이 먹으면서 자랐던 친정 식구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 옛날로 필름을 되돌리니 영화를 보는 것처럼 영상들이 내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다.

5. 밤이 깊어 가는 줄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데, 동생의 휴대폰이 울렸다. 통화를 마친 후, 예약한 호텔에서 빨리 입실하라고 해서 가 봐야겠다고 한다. 난 당연히 우리 집에서 자고 가는 줄 알았는데, 웬 호텔을 예약했느냐고 취소하라고 했다. 전화를 해 보더니 특가 행사 가격이어서 취소가 안 된다고 한다. 몇 년 만에 누나 집에 왔는데 여기서 자고 가야지 어딜 가냐고 했지만, 기어코 간다고 우겼다. 동생이 하는 말이 서로 편하게 하는 것이 좋지 않냐고 한다. 참 어이가 없다. 당연히 자고 갈줄 알고 침구도 깨끗하게 마련해 놓았는데 호텔로 가겠다니.

6. 서로 편한 공간이 더 낫다는 동생 말에는 어린 시절 함께 보냈던 소중한 시간들과는 또 다른 현실의 거리가 느껴졌다. 그 순간 내 가슴 한켠에는 차갑게 스며드는 작은 서운함이 있었지만, 그것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오히려 이 거리감이 어쩌면 서로를 위한 배려인지도 모르겠다고 속으로 다독였다.

7. 옥신각신하다가 할 수 없이 호텔에 데려다주겠다고 했더니 택시를 불러놨다고 하면서 엘리베이터 앞에서 인사를 하고 가버렸다. 동생이 가고 난 뒤의 풍경이 서늘하게 느껴졌다. 세월은 어쩔 수가 없고 각자 결혼해서 살다보니 가치관도 많이 변한 것 같다. 개구쟁이였던 동생은 격식을 차리고 있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나는 오랫동안 남매의 정을 나누고 싶었지만, 동생은 민페를 끼치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8. 날이 밝은 후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벌써 호텔에서 나와 공항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다음번에 오게 되면 꼭 자고 가라고 하니 그러겠다고 하면서도 누나가 힘들지 않겠냐고 걱정을 한다. 언제든지 오면 환영이라고 하면서 잘 가라고 했다. 어제의 만남은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라온 우리가 그 누구보다도 가까웠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의 삶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셈이다. 그나마, 같이 앉아 나눈 대화와 웃음이 한데 어우러져 우리 사이의 간극을 조금은 메워주었다.

9. 이 모든 생각은 내게 가족이란 결국 떨어져 있어도 마음으로 이어지는 존재임을 말해주었다. 늘 함께였던 그 시절이 아니더라도, 서로의 삶을 존중하고 응원하는 마음이 깊어질 때 진정한 우애가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 말이다. 오랜만에 만난 남동생과의 짧은 하루가 그리움을 되살리고, 서로에 대한 애틋함을 확인하는 시간이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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