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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양에포 26기

26기-14차시 합평작 (6월 16일 화)

작성자홍억선|작성시간26.06.14|조회수81 목록 댓글 0

 

 

ESSAY IS MY LIFE

 

언양에세이포럼

 

26-14차시

일시: 2026 6 16 ()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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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제 목작 가편수합평 담당
1샹그릴라조영정9이경자
2남동생김선애5이상순
3도서관이 준 선물김인옥5이혜경
4으스름달 뜨기 전에권춘애4김연희
5        

 

 

합평순서/권춘애 김선애 김연희 김인옥 박동조 박정애

박희자 예수백 이경자 이상순 이혜경 조영정

 

 

 

 

 

 

 

 

 

 

1. 샹그릴라 /조영정9

 

 

1. 제임스 힐턴이 쓴 잃어버린 지평선을 읽었다이 소설은 1930년대 인도에서 근무하던 영국인 네 명이 티베트인에게 납치되어 히말라야산맥 너머로 사라지면서 시작된다비행기가 불시착한 곳은 티베트의 험준한 산중에 감춰진 불가사의한 ‘샹그릴라이다그곳은 세상과 단절된 낙원으로늙음과 죽음에서 벗어난 영원한 공간이며근대적 시설이 갖추어진 사원과 풍요로운 농작물이 가득한 신비로운 땅으로 묘사된다.

2. 티베트 불교 경전에는 설산이 고성을 둘러싸고 있고 황금 불탑이 빽빽이 늘어서 있는 성스러운 낙원이 등장한다티베트 사람들은 언젠가는 이곳을 찾을 수 있다고 믿어왔다히말라야산맥이 있는 몇 나라가 자기들 마을이 그곳이라고 주장하고 있었으나 중국 정부에서 중뎬이 ‘샹그릴라라고 발표한 후 몇 년이 지나 도시 이름을 ‘샹그릴라로 바꿨다그 후 세계 모든 사람이 ‘샹그릴라라고 부르고 있으니 선점 효과는 대단하여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고 있다예전엔 티베트 땅이었다가 현재는 중국 윈난성의 현급 도시인 장족 자치주다.

3. 윈난성 중뎬은 힐튼이 이상향으로 그린 ‘샹그릴라와 비슷한 산과 호수가 있는 천혜의 자연 경관을 갖고 있다병풍처럼 큰 산들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고 겨울에는 사방의 산이 설산으로 변한다진사강이 이곳을 감싸 흐르고그림 같은 호수 나파하이도 가까이에 있다.

4. 얼마전샹그릴라를 향해 길을 나섰다해발 3,200m에 있는 고성이 중국인들은 소설에 나오는 샹그릴라 마을이라고 말하는데과연 어떤 모습으로 비칠지 몹시 궁금했다.

5. 설레는 마음을 안고 고성에 처음 발을 디뎠다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돌바닥 길이 펼쳐졌다소수민족인 장족 복장을 한 부녀자들이 삼삼오오로 지나가며민속 복장을 통해 그들의 고유한 민족성을 드러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1층은 상점으로 개조되어 옛 모습을 잃었고그나마 2층은 전통적인 티베트 건축양식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차별화된 독특한 분위기는 느낄 수 없어 아쉬움이 남았다.

6. 샹그릴라의 호수 풍광과 소설 속에 나오는 라마사원을 둘러보기 위해 먼저 나파하이 전망대로 향했다산으로 둘러싸인 호수와 초원에는 말과 야크가 한가롭게 쉬고 있었다나파하이는 해발 3,226m에 있는 계절성 고원 습지 호수로면적이 660km²에 달한다맑고 푸른 물빛과 흰 구름이 어우러져 마음을 확 트이게 했다그 옆으로 또 다른 풍경이 시선을 붙잡았다원뿔 모양의 돌탑 둘레에는 경전이 적힌 오색 천이 여러 단으로 감싸여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티베트 불교 문화의 상징인 ‘타르초.

7. 해발 3,400m의 언덕 위에는 윈난성 최대 규모의 티베트 사원인 송찬림사가 자리 잡고 있었다이 사찰은 티베트 예술박물관이라고 불리며종교와 건축예술의 진수를 보여주는 성스러운 전당이다마을 언덕 위에 우뚝 솟아있는 4개의 사찰 건물은 마치 장엄한 성곽처럼 웅장했고황금색 지붕은 광채를 뿜어내어 시선을 끌었다마을 길을 따라 대웅전 법당까지 108계단을 오르는데고산 지대라 숨이 금세 가빠졌다.

8. 법당 안은 원색적이고 강렬한 색채로 가득 차 있어 다소 놀라웠지만그 화려함 속에서도 평화롭고 경건한 분위기가 느껴졌다붉은 승려복을 입은 수도승들이 여러 명 앉아 염불하거나 경전을 읽는 모습이 신성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이곳 라마교 승려들도 경전 속에 나오는 ‘샴발라’ 라는 신화 같은 이상향을 평생 추구하며 수행의 길을 걷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9. 누구나 이상향을 꿈꿀 때가 있다하지만 윈난성의 샹그릴라를 둘러보면서이상향은 현실 속에서는 찾기 어려운 환상의 장소라는 생각이 든다더 나은 삶을 꿈꾸며 그리는 가치의 상징이라면 이상향이 굳이 장소일 필요가 있을까그럴 때 이상향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를 것이다어떤 이는 마음을 움직이는 예술 작품이누군가는 흔들림 없는 일상이또 다른 사람에게는 텃밭이 그럴 수 있으리라.

10. 거창하게 이상향을 찾기보다일상에서 누리는 소소한 즐거움과 따뜻한 순간들을 소중히 여기며그 속에서 마음속의 작은 꿈과 희망이 바로 진정한 이상향이 아닐까결국 이상향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바로 마음속에 품고 있는 이상적인 삶의 모습이라고 느낀다.

11. 많은 이들이 늙음과 죽음의 그림자를 벗어나 영원한 낙원의 세계를 꿈꾸지 않던가나 역시 안정된 일상에서 걱정 없이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이웃과 화목하게 어울리며 가족과 함께하는 평화로운 삶이 내가 그리는 이상향의 모습이다.

12. 나는 오늘도 이상향에 갔다친구들과 따뜻한 점심을 나누어 먹고 즐겁게 담소를 나누었다내일은 또 어떤 샹그릴라로 떠날지 기대해 본다.

 

 

 

 

 

 

 

 

 

 

 

 

 

 

 

 

 

 

2. 남동생 /김선애5

 

 

1. 오랜만에 동생한테서 전화가 왔다부산 출장을 온 김에 우리 집에 들르겠다고 하면서 자기가 저녁을 사겠다고 했다그러자고 하고 전화를 끊었지만바로 마트에 가서 장을 잔뜩 봐왔다몇 년 만에 보는 동생인데 손수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 싶었다.

2. 자랄 때 동생하고 유난히 가깝게 지냈다위의 오빠들은 귀여워하기는 했지만 늘 놀리기 일쑤였다동생은 나보다 아래여서 상대하기가 좋았다유년의 시절을 되돌아보면남동생과 함께 뛰놀던 골목길과 사소한 일로 티격태격했던 기억들이 뚜렷이 떠오른다동생은 장난도 심하고 말썽도 잘 부렸지만부모님은 막내라서 그런지 항상 푸근하게 감싸주곤 했다동생은 사춘기를 지나고 나서 철이 들자착한 아들로 변신을 했다덕분에 멀리서 사는 나보다 어머니가 돌아가실 무렵에는 매일 요양원에 들러서 잘 보살폈다올케들보다 동생은 바쁜 일정에도 매일 어머니를 보러 가고 목욕도 직접 시킬 정도였으니 어머니는 막내아들의 효도를 지극정성으로 받고 돌아가셨다.

3. 각자 결혼해서 살고사는 지역이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친정 모임에는 잘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몇 년 전 조카딸이 결혼할 때 참석해서 얼굴을 봤지만동생이 온다니 반가움이 앞섰다드디어 저녁에 동생이 왔다외식을 하기로 했는데 음식을 잔뜩 차려 놓은 것을 보더니 좋아하는 눈치다그래도 말은 차린다고 고생했다고 한다맛집에 가서 저녁을 대접하려고 했는데 미안하다고 한다.

4. 저녁을 맛있게 먹고 동생은 그동안 살아가면서 쌓였던 이야기보따리를 내놓기 시작했다가까이 살면 자주 들었을 이야기지만세월이 많이 흐르다 보니 이야기가 뒤엉켜서 끝날 줄을 모른다동생은 자기 식구인 올케와 조카들 이야기를 하는데난 옛날에 밥을 같이 먹으면서 자랐던 친정 식구 이야기가 떠오른다그 옛날로 필름을 되돌리니 영화를 보는 것처럼 영상들이 내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다.

5. 밤이 깊어 가는 줄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데동생의 휴대폰이 울렸다통화를 마친 후예약한 호텔에서 빨리 입실하라고 해서 가 봐야겠다고 한다난 당연히 우리 집에서 자고 가는 줄 알았는데웬 호텔을 예약했느냐고 취소하라고 했다전화를 해 보더니 특가 행사 가격이어서 취소가 안 된다고 한다몇 년 만에 누나 집에 왔는데 여기서 자고 가야지 어딜 가냐고 했지만기어코 간다고 우겼다동생이 하는 말이 서로 편하게 하는 것이 좋지 않냐고 한다참 어이가 없다당연히 자고 갈줄 알고 침구도 깨끗하게 마련해 놓았는데 호텔로 가겠다니.

6. 서로 편한 공간이 더 낫다는 동생 말에는 어린 시절 함께 보냈던 소중한 시간들과는 또 다른 현실의 거리가 느껴졌다그 순간 내 가슴 한켠에는 차갑게 스며드는 작은 서운함이 있었지만그것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오히려 이 거리감이 어쩌면 서로를 위한 배려인지도 모르겠다고 속으로 다독였다.

7. 옥신각신하다가 할 수 없이 호텔에 데려다주겠다고 했더니 택시를 불러놨다고 하면서 엘리베이터 앞에서 인사를 하고 가버렸다동생이 가고 난 뒤의 풍경이 서늘하게 느껴졌다세월은 어쩔 수가 없고 각자 결혼해서 살다보니 가치관도 많이 변한 것 같다개구쟁이였던 동생은 격식을 차리고 있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이다나는 오랫동안 남매의 정을 나누고 싶었지만동생은 민페를 끼치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8. 날이 밝은 후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벌써 호텔에서 나와 공항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다음번에 오게 되면 꼭 자고 가라고 하니 그러겠다고 하면서도 누나가 힘들지 않겠냐고 걱정을 한다언제든지 오면 환영이라고 하면서 잘 가라고 했다어제의 만남은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라온 우리가 그 누구보다도 가까웠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의 삶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셈이다그나마같이 앉아 나눈 대화와 웃음이 한데 어우러져 우리 사이의 간극을 조금은 메워주었다.

9. 이 모든 생각은 내게 가족이란 결국 떨어져 있어도 마음으로 이어지는 존재임을 말해주었다늘 함께였던 그 시절이 아니더라도서로의 삶을 존중하고 응원하는 마음이 깊어질 때 진정한 우애가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 말이다오랜만에 만난 남동생과의 짧은 하루가 그리움을 되살리고서로에 대한 애틋함을 확인하는 시간이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3. 도서관이 준 선물/김인옥5

 

 

1)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처음 글자를 익혔다그것은 엄청난 사건이었다자음과 모음이 결합되어 글자가 되고그것이 의미를 품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놀라웠다글을 읽을 줄 안다는 게 너무 신나서 국어교과서를 달달 외울 정도로 읽고 또 읽었다동화책이 귀하던 시절읽기에 굶주린 꼬마는 거리의 간판상표풀빵 봉지까지글자란 글자는 모조리 읽고 다녔다.

2) 도서관 다운 도서관을 처음 본 것은 중학생이 되어서였다학교 도서관에 들어서자 가슴이 벅차올랐다수천 권의 책들이 나를 향해 손짓했다틈만 나면 도서관으로 달려갔다책 속의 신기한 세계에 푹 빠져 있으면맛난 음식을 배부르게 먹은 듯 포만감이 일었다.

3) 그러나 삶이란 그리 녹록한 게 아니었다고학생이었던 내게 허락된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직장에 다닐 땐 읽어내야 할 책만으로도 숨이 가빴다결혼 후엔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점점 책과 멀어져 버렸고나는 책에 몹시 허기졌다.

4) 퇴직을 하고 가장 기뻤던 것은 내 시간을 내 맘대로 쓸 수 있는 시간부자가 됐다는 사실이었다세상 무엇도 부럽지 않았다나는 책을 만나기 위해 우리 지역 공립도서관으로 달려갔다열람실에 들어서자 코 끝에 스며드는 책 냄새왈칵 반가움이 몰려왔다오랜 벗과 조우하듯 서가 사이를 천천히 걸으며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그 많은 책들을 모조리 다 읽고 싶은 욕심에 가슴이 뛰었다.

5) 도서관에 자주 드나드는 나를 유심히 보신 관장님께서 도서관 독서동아리를 소개해 주셨다동아리의 이름은 자운영이었다. 2014년 말설레는 마음으로 자운영의 문을 두드렸다회원 수가 열두 명 남짓이었는데신입인 나를 따뜻하고 친절하게 맞아주었다회원들이 돌아가면서 추천한 책으로 매달 1회 도서관 동아리방에서 독서토론회를 열었다내 운명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6) 첫 독서토론회 날 상당히 놀랐다자유토론 형식으로 이루어졌는데과연 십여 년 토론을 이어온 사람들답게 토론 수준이 매우 높았다책을 꿰뜷어 보는 눈이 예리하고이해하고 해석하는 능력이 뛰어났다내가 미처 깨닫지 못하거나 예사롭게 읽은 대목에도 깊은 뜻이 숨어있음을 깨달았다나와 시각이 다른 이도 있어 책을 폭넓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나는 서서히 독서토론회에 동화되어 가며 독서 활동에 적극 참여했다.

7) 내가 입회한 지 5년 뒤인 2019회원은 18명으로 늘어나 있었다우리들의 소망이었던 작품집 발간을 관장님으로부터 허락받았다십여 년 독서동아리 활동을 한 회원 중에는 동아리 강사님의 권유로 글쓰기 습작을 하고신춘문예나 전국 공모전에 당선되어 소설가수필가시조시인으로 등단한 회원들이 있었다그들과 함께 편집위원을 꾸려 회원 작품집 제3권을 만들었다. 2집을 낸 지 9년 만이라 했다독후감을 중심으로시조수필소설일기 등의 회원 작품을 모아 250쪽의 작품집을 만들어 냈다자운영 제3내 작품이 인쇄된 최초의 책이었다교정 보느라 여름 한 철을 반납했지만책이 되어 나오는 데 일조했다는 사실이 참 뿌듯했다나는 편집 후기에 이렇게 썼다.

우리들의 글이 근사한 작품집이 되어 나올 생각에 벌써부터 마음이 설렙니다문집 발간을 기꺼이 허락하신 관장님 참 고맙습니다일기에서 소설까지 다양한 작품 내어주신 회원님들 수고 많으셨습니다감동하고 공감하며 때로는 목이 메었습니다세 분 선생님의 애정어린 축사도 가슴 뭉클했습니다여러 차례 귀한 시간 내어 교정을 봐주신 ㅇㅇㅇㅇ님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측면 지원하신 ㅇㅇㅇㅇ님께도 감사한 마음 전합니다이 가을 오래오래 기억될 아름다운 날들이길 기원하며 수고하신 모든 분께 사랑을 전합니다.’

8) 작품집을 엮는 과정에서 내 작품을 눈여겨 본 편집위원들이 문재가 엿보인다며 글쓰기에 도전해 볼 것을 권유했다나는 독서활동을 병행하며 용기를 내어 난계문학관 수필부에 등록했다그곳엔 이미 수년 전부터 시수필소설 강좌가 개설되어 있었다나는 수필 강사님의 열정에 큰 감동을 받았다백지를 앞에 두고 막막하기만 한 초보자를 등 떠밀어 말이 되든 안 되든 일단 써보도록 부추겼다나는 거기에 고무되어 넋두리하듯 글을 쓰기 시작했다수필 공부를 한 지 5년 만에 등단을 하고 내 이름으로 된 수필집도 출간했다도서관에서 시작된 책과의 인연이 가져다 준 행운이었다.

9) 이 무렵 편집위원들과 가끔 사적 모임을 하고 있었는데본격적으로 정기적인 모임을 만들어 보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그리하여 다섯 명의 편집워원들이 독서동아리를 결성하였다매월 한 권의 책을 함께 선정하여 읽고 독서토론을 하는 한편미술관과 전시회를 견학하기도 하고이슈가 되는 영화를 함께 관람한 후 감상회를 열었다이는 내 시야가 확장되고 문화 전반에 걸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10) 자운영에 입회한 지 10년 정도 되었을 때 회원이 30명 가까이 늘어났다장소가 협소하게 느껴지고토론하기에도 인원이 부담스러웠다동아리 회원 중에 집안 사정으로 또는 직장을 갖게 되면서 오전에 이루어지는 토론에 참여하기가 어려운 회원이 과반을 넘었다동아리 모임을 모두 참석이 가능한 저녁 시간으로 옮겼다자운영 회원 중에 직장과 집안일로 독서토론회에 참석이 어렵게 된 회원 두 명이 더 합세해 회원 수가 일곱 명으로 늘어났다모두 자운영에 발 담근지 10년이 넘는 사람들이라 심기일전하여 혼자 읽기 어려운 책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11) 때마침 이 모임 중에 한 멤버가 골목 안에 동네책방을 차려 모임 장소가 수월하게 정해졌다마음껏 떠들 수 있고 오래 앉아있어도 눈치 볼 일 없으니 마음 편했다저녁 7시에 시작된 모임이 10시를 훌쩍 넘기는 일이 잦았다토론을 펼치는 가운데 자연스레 속마음이 드러나고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면서 사이가 점점 가까워지고 돈독해져서 토론회 날을 기다리며 살게 되었다.

12) 책이 선정되면 한 회원이 작가와 작가의 사상에 대해 미리 공부하고 요약 정리해서 인쇄해 온다이 자료는 작품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우리가 읽은 30여 권의 책들은 대부분 도스토예프스키의<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과 같은 방대한 책이거나괴테의 <파우스트>,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사르트르의 <닫힌 방>, 알베르 카뮈의 <시지프 신화같은 다분히 철학적인 내용을 담은 소설이었다무더운 여름에는 피천득 수필집 <악수도 없이 헤어졌다같은 수필집을 읽으며 머리를 식히기도 했다.

13) 도서관은 나의 운명을 바꾸어 준 엄청난 선물이었다수많은 양서들을 읽으며 세상과 사람을 보는 안목을 틔웠고노후의 삶을 풍요롭게 했다꿈도 꾸어보지 못한 ‘수필가라는 이름을 얻었으며자신의 수필집을 가진 작가가 되게 했다책을 통해 좋은 벗들을 사귀어 그들의 영향을 받아 나를 성장케 했다그리고 며느리와 책을 서로 나누어 보는 책 친구가 되게 해주었다내 책장엔 엊그제 도서관에서 대출해 온 책이 두 권이나 꽂혀있다그래서 나는 오늘도 행복하다.

 

 

 

 

 

 

 

 

 

 

 

 

 

 

 

 

 

 

 

 

 

 

 

 

 

 

 

 

 

4. 으스름달 뜨기 전에/권춘애4

 

 

1. 으스름달이 뜬다어둠과 밝음이 교대하는 시간이다으스름달의 엷은 빛이 어둠을 감싸안는다으스름달은 낮과 밤을 가르는 시간이다놀이터에서 놀던 아이들도 집으로 돌아가고 짐승들도 잠자리로 돌아가는 시간이다직장인들은 일터에서 가족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온다.

2. 오늘처럼 으스름달이 떠 있는 걸 보면 잊고 있었던 일이 떠오른다맞벌이였기에 아이를 놀이방에 보내야 했었다그 시절엔 선거철이 되면 손으로 선거 명부 작성을 해야 했기에 밤을 꼬박 새우는 일이 다반사였다어쩔 수 없이 선거가 끝날 때까지 아이를 시골 친정집에 맡겨야 했었다.

3. 해거름이 되어 으스름달이 뜰 무렵이면 친정엄마가 전화했었다종일 잘 놀던 아이가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소파 뒤에 숨어 울음을 터뜨리고 엄마를 찾기 시작한다고 했었다친정엄마는 애처로워 볼 수가 없다며 전화선 너머로 어쩌면 좋겠느냐며 안타까워했다수화기를 아이 귀에 대어 주고 내 목소리를 듣게라도 해 주라고 했었다세 밤만 자고 데리러 간다는 말로 달래어 전화를 끊고 직원들에게 들키지 않으려 옷자락으로 눈물을 훔쳐야 했다그 시절엔 사는 것이 힘들어 뒤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4. 놀이방에서는 어둠이 내리면 엄마가 나타났었는데 으스름달이 뜰 때까지 엄마가 나타나지 않았으니불안과 공포감이 오죽했을까하루이틀 시간이 흐를수록 어쩌면 엄마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했을 것이다아이는 그때부터 손톱을 물어뜯는 습관이 생겨났다분리불안과 애정결핍에서 오는 현상일 수도 있다는 말이 가슴에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오랫동안 가슴앓이를 했었다.

5. 오늘도 손자는 사각 블럭 쌓기 놀이에 빠졌다갑자기 벌떡 일어나 블럭을 내팽개치고 엄마를 부르며 문 쪽으로 뛰어간다한참 동안 기다려도 현관문이 열리지 않자다시 돌아온다놀이에 빠져 있는 줄로만 알았는데 손자의 마음은 문 쪽에 가 있었다어둠이 내리는 시간이면 엄마가 올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6. 손자가 엄마 생각을 하지 않게 간식을 챙겨주고 같이 블럭 쌓기 놀이를 한다그것도 엄마가 돌아올 시간이 되면 소용이 없다작은 소리에도 몇 번을 문 쪽으로 뛰어간다애정결핍이 생길까 봐 조바심이 난다할아버지 등에 업혀 베란다에서 지나가는 차들을 내려다본다기분이 나아졌는지 할아버지 등에서 깔깔거리며 웃는다.

7. 손자를 보면서 아들을 떠올린다하루도 아니고 몇 날을 친정에 맡겨 둬야 했던 그 시절 아들의 마음이 어떠했을까지금 생각하면 아들의 부모에 대한 소중한 그 시간을 되돌려줄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흘러간 시간은 다시 되돌릴 수가 없기에 손자에게 마음을 쏟는다.

8. 아이나 어른이나 할 것 없이 누구를 기다린다는 건 똑같은 마음일 것 같다가까이에서 눈을 마주하며 같이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기다리는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질까기다리는 마음이 그것으로 아주 미미하게나마 치유가 되면 좋으련만.

9. 손자는 할아버지와 사각 블럭 쌓기 놀이에 다시 빠졌다블럭이 총으로 변신하였다며 “변신!”을 외친다할아버지는 쓰러지는 시늉을 한다손자는 신이 났다갑자기 할미에게도 변신을 외친다할미도 소파에 쓰러지자통통 뛰어다니며 이겼다고 좋아한다.

10. 어둠을 언뜻 안은 으스름달이 뜨기 전부터 엄마를 기다리고 있는 손자엘리베이터 멈추는 소리가 난다발걸음 소리가 나자부리나케 문 쪽으로 뛰어간다현관문이 열림과 동시에 아파트가 떠나가라 “엄마!”를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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