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반딧불이였다
김 선 애
1. 오늘은 반딧불이 체험 수업을 하는 날이다. 선착순으로 접수를 한다는 문자를 올리자마자 5분도 안 되어 마감되었을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현대사회는 도시화와 인공조명 등으로 인해 밤하늘의 별이나 자연의 어둠을 경험하기가 매우 어려워졌다. 캄캄한 숲속에서 스스로 빛을 내는 생명체를 마주하는 것은 일상에서 경험할 수 없는 경이로운 일이다.
2. 반딧불이는 예전의 순수했던 시절에 경험했던 자연의 신비를 직접 체험하며 정서적인 충만함을 느낄 수 있다. 반딧불이의 빛은 강렬한 조명과 달리 생명력이 느껴지는 은은하고 규칙적인 리듬을 가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휴대폰이나 전자기기를 내려놓고 오롯이 자연의 현상에 집중하게 되면서, 정보 과부하 상태인 현대인에게 강력한 휴식을 제공해 줄 수 있다.
3. 오늘 체험을 신청한 사람들은 어린 시절 깨끗한 시골의 환경 속에서나 봤던 추억을 떠올리며 아이들과 함께 참석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아이들은 반딧불이가 어떻게 빛을 내는지 궁금해서 질문도 많이 하며 호기심을 키웠다.
4. 예전에는 개똥벌레라고 불렸을 만큼 과거에는 시골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환경지표 종으로 대접받는 귀한 존재라고 알려주었다. 애반딧불이는 알, 애벌레, 번데기 상태에서도 빛을 내는데 그때의 빛은 다른 생물들에게 건드리지 말라는 경고의 빛이다.
5. 반딧불이의 원래 이름을 맞추면 선물 증정이 있다고 하니, 여기저기서 손을 들어 대답했지만, 정확한 답은 맞추지 못했다. 본래 순우리말 이름은 ‘반디’이고 이 반디가 내는 불빛이 반딧불인데 이 둘이 합쳐져 ‘반딧불이’라고 알려줬다.
6. 드디어 기다리던 반딧불이를 날리자, 초록색 빛을 내며 반짝였다. 아이들은 환호성을 치며 기뻐했다. 오늘 체험하는 반딧불이는 가장 작은 애반딧불이 종류이다. 수컷은 배 뒷부분에 있는 발광기에서 빛을 내는데 두 줄이며 부지런히 날아다니며 반짝인다. 암컷은 한 줄이며 날아다니지만 짝짓기를 위해 수컷을 기다릴 때는 주로 앉아서 빛을 내며 신호를 주고받는다. 반딧불이가 날아다니자, 아이들은 잡으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손에 올려놓아도 빛이 나는 발광기가 뜨겁게 느껴지지 않자 질문을 수없이 쏟아 놓았다. 우리가 생각하는 빛은 뜨겁지만, 반딧불이가 내는 빛은 생물발광이기 때문에 차가운 냉광이다.
7. 오늘 체험을 진행하면서 문득 생각이 떠올랐다. 그때 당시에는 몰랐지만 살아가다 보면 사람도 저마다 한 번쯤은 반딧불이처럼 빛나는 시절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 그랬다. 젊은 날의 나는 배움에 목말라했다. 세상은 넓었지만 내가 뛰어들 수 있는 길은 한정되어 있었다. 늘 일에 지쳐 힘들어했지만, 나름대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만족하고 있었다. 하루가 짧게 느껴질 만큼 바빴지만, 마음만은 뿌듯했다.
8. 특별히 뛰어나지도 않았고 남들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진 것도 아니었지만, 적어도 내 안에는 나를 움직이는 빛이 있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았다. 내 빛은 남에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삶을 비추기 위해 존재했기 때문이다.
9. 살아가다 보면 기쁜 일보다 힘든 일이 더 많이 찾아온다. 기대했던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고, 믿었던 사람에게 상처를 받기도 한다. 가족을 돌보고 생계를 꾸려 나가는 일에 쫓기다 보면 어느새 나 자신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해야 할 일은 많아지는 데 마음은 점점 무거워진다.
11. 어느 날 문득 거울 속의 내 모습을 보았을 때, 나는 예전의 내가 아니었다. 웃음은 줄어들었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보다 익숙한 것을 붙들고 있었다. 하루를 무사히 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렇게 조금씩 빛은 희미해졌다.
12. 반딧불이의 빛이 사라지는 것은 한순간이 아니다. 아주 천천히, 조용히 진행되었다. 열정을 잃었다기보다 잊어버렸고, 꿈을 포기했다기보다 미뤄 두었으며, 나 자신을 사랑하는 일을 나중으로 미뤄 둔 채 살아왔다. 그러면서도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은 늘 허전했다. 그래서 배움에 더 열심을 다하고 살았는지도 모른다. 내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빛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내 삶을 위해 쉼 없이 깜빡이며 빛을 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