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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점 / 김현근

작성자김현근|작성시간26.06.22|조회수30 목록 댓글 1

  모기에게 물린 손등을 긁다가 무심코 오른 팔뚝에 핀 점을 바라본다. 지름 1.5센티의 동그란 점이 팔뚝 위에 얹혀 있다. 언제부터 있었지. 왜 저기에만 유독 검붉고 커다랗게 박혀 있지. 쟤는 커지지도 작아지지도 않고 왜 항상 저만하냐.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에 아랑곳하지 않고 점 속의 털은 허리를 빳빳이 세웠다.

  “징그러워

하며 초등학교 소풍 가는 날 짝꿍이 손을 뿌리치고 도망갔다. 길을 잃지 않도록 손 잡은 여자 짝꿍이 큰 점을 보고 기겁한 것이다. 아이들이 모여 웅성거리고, 선생님은 그럼 안돼 라며 여자아이를 타이른다. 난 그들과 떨어져 멀뚱멀뚱 점을 내려다봤다. 무당벌레 반질반질한 등에 난 점처럼 검정 먹물이 또렷이 찍혀 있었다. 툭 튀어나와 말 걸 듯이 날 바라 보았다.

  “워매, 전쟁나도 잃어 버리지는 안컨네잉

  할머니는 외손주 팔에 난 점에 쪽쪽 입 맞추며 신기해했다. 복점이라며 동네 사람들아 이것 보소 하며 팔소매를 잡아 당겼다. 맘속으로 그런가 하며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그리 기분 나쁘지만은 않았다. 전쟁 나도 고아는 안 되겠구나 싶어 씨익 웃었다.

  교복 바지에 침풀을 바르는 한창 멋 부리기 사춘기에 점은 참 골칫거리였다. 다행히 맹구같은 점이 얼굴은 비껴갔지만 폼 안나게 팔에 콕 찍혀 있다. 숨어 있어라. 더운 여름에도 소매 긴 옷으로 가리다가 무심코 걷을 때면 점이 또렷이 나타났다. 더 진하고 또렷해진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인간의 점은 색깔과 크기가 다양하다. 갈색과 검은색 그리고 푸른색 등의 색깔을 띠고 깨알만 한 점에서 호두만 한 크기까지 모양도 여러 가지다. 입이나 코 근처에 애매하게 점이 생기면 영구 오 서방처럼 보이는데 클수록 그런 인상이 강해진다. 반대로 코에 있는 미인 점과 입술 근처에 있는 애교점은 매력 포인트로 작용하기도 한다.

  내 점은 검정과 갈색이 반반 섞인 모양에 크기는 일 원짜리 동전만 하다. 어릴 적 지우려 빡빡 문질렀지만 꿈쩍 안 할 만큼 아주 깊이 박혀 있다. 더 커지지도 작아지지도 않고 평생을 딱 그만큼의 크기로 멈춰 있다.

  요 녀석을 어떡해야 하나. 면도날로 삭삭 긁어서 수염처럼 없애야 하나 아니면 피부과에 가서 레이저로 지워야 하나. 에이 굳이 해도 안 끼치는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무엇보다 레이저로 태우면 아프다던데. 겁 많은 주인 덕에 녀석의 명은 여태껏 연장됐다.

  우리 왕 중에 영조가 굉장히 점이 많았다고 한다. 온몸이 온통 점으로 뒤덮여 있었다고 한다. 특히 김해 김씨 남자들은 무려 김수로왕 때부터 몸의 점이 유전이라는 설화가 있다.

  “우리는 왕족의 후손이여

  어릴 때부터 아버지는 족보를 가리키며 에헴 마른기침 소리를 냈다. 조상이 김수로 왕인데 네 몸에도 큰 점이 있다. 그럼 나도 왕족의 후예라는 건가. 그런데 점돌이라는 이름의 수많은 마당쇠는 뭐지. 점점 미궁으로 빠진다.

  동양에서 점은 운명과 복의 상징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입 주위 점은 먹을 복이 있다고 하고 팔의 점은 재물운이 있다고 한다. 밝고 선명한 점은 길상이라 봤으며 복의 징표일 수 있다며 점 빼는 것을 꺼렸다. 서양에서는 매릴린 먼로처럼 매력적인 외모로 간주하기도 했다.

  아내 손을 붙잡고 동네 마실을 나선다. 한쪽 눈이 점으로 얼룩진 강아지 한 마리가 저편에서 뛰어 나온다. 뭐가 그리 신났는지 날 보며 꼬리를 팽이처럼 돌려댄다.

  연애 시절 손잡고 데이트할 때 아내는 점을 보며 귀엽다고 웃었다. 그 말에 난 내 귀를 의심했다. 난생 처음으로 내 점이 귀엽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콩깍지가 제대로 씐 모양이다. 수 많은 사람 중에서 아내와의 인연은 복점으로 연결됐다.

  어느 순간부터 점은 부끄러움과 애착 사이에 놓여 있었다. 더는 감추고 싶은 대상이 아니라 특징으로 변해 버렸다. 늘어 질대로 늘어난 러닝 바지 모양 편해졌다.

  요즈음 못 보던 희멀건 점들이 피부 곳곳에서 눈에 뛴다. 하지만 괜찮다. 선명하게 떡 하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점 덕분에 그들의 존재가 묻힌 탓이다. 뜨거운 태양에 쫓기어 그늘 밑에서 헐떡거릴 때 점을 보며 안도의 숨을 들이킨다. 내가 나를 잃지 않도록 잘 표시하고 있구나 하며 안도의 숨을 내쉰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처럼 함께해줌에 그저 든든할 따름이다.

  누군가를 피하지 않고 나 자신도 더 이상 피하지 않게 됨에 감사하다. 그때는 손이 스쳤을 뿐인데도 아이들이 도망갔다. 지금은 이 점 있는 팔로 다정히 세상을 끌어당긴다. 팔에 박힌 복점이 날 보며 동글동글하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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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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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담비 | 작성시간 26.06.22 new 복점 덕 본 이야기는 바로 바로 사모님 만난 일이군요. ㅎㅎㅎ
    마리린 몬로의 점은 일부러 그려놓은 것이라지요?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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