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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 미소 / 박경대 좋은수필 (26년 여름호)

작성자박 경대|작성시간26.06.10|조회수94 목록 댓글 2

금빛 미소 /박경대

 

 

 목걸이는 없었다. 온 방을 다 뒤져도 보이지 않았다. 바닥에 주저앉은 아내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형편이 어렵던 젊은 시절, 아이의 돌 반지까지 팔아 생활할 때도 끝내 내놓지 않았던 금목걸이였다. 결혼한 지 수 십 년이 지나자 유행에 맞지 않다며 화장대 서랍에 벗어두고 다녔던 것이다.

 시골집에서 돌아오는 차 안, 오는 내내 말이 없는 아내가 이상해 룸밀러로 살펴보니 어딘가 모르게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집에 도착하여 현관에 들어선 아내가 숨 돌릴 틈도 없이 주방으로 가더니 식탁 안쪽의 작은 비밀서랍을 뒤졌다. 하지만 찾는 게 없었던지 다음에는 찬장을 열어젖혔다. 영문을 모르던 내가 뭘 찾느냐고 묻자 아내는 울상이 되었다. 금목걸이를 잊어버린 것 같다고 하며 눈동자가 잠시 허공을 헤맸다.

 지난 연말부터 금값이 오른다는 뉴스가 심심찮게 나왔다. 하나 모든 물가가 때에 따라 오르내리는 거라며 별 관심이 없던 아내였다. 그렇게 완만한 상승곡선을 긋던 금값이 몇 달 전부터는 가파르게 뛰기 시작했다. 불과 일 년 남짓에 금이 두 배로 오르자 아내의 생각이 달라진 것 같았다. 화장대 서랍에 아무렇게나 넣어 둔 목걸이, 반지, 귀걸이 등을 꺼내 무게를 달아보곤 하였다. 새벽운동으로 매일 다니는 동네 야산도 무섭다며 작은 팔찌조차 풀어놓고 다녔다.

 금요일 오후, 늘상처럼 시골집에서 주말을 보내려고 차에서 아내를 기다리는데 한참이나 나오지 않았다. 뒤늦게 나타난 아내는 패물을 숨기느라 늦었다고 했다. 나는 그 정도 금붙이야 집집마다 가지고 있다며 웃어넘겼다.

 금값이 많이 오른 뒤, 아내는 평소 무심히 벗어두던 금반지며 목걸이를 외출할 때마다 숨겨두곤 했다. 처음에는 식탁 안에 붙어있어 잘 보이지 않는 작은 서랍에 넣어두더니, 지난번에는 그곳도 미덥지 않아 다른 곳에 두는 것 같았다. 왠지 식탁서랍이 불안하다고 했다. 그 불안이 참 묘한 것이었다. 아내가 숨기고 또 옮기다 정작 자신이 어디에 뒀는지를 잊어버린 모양이었다.

 그날 저녁, 함께 집 안 구석구석을 뒤졌다. 책장서랍, 찬장, 옷장, 심지어 냉장고 위까지. 아무리 뒤져도 찾는 금붙이는 보이지 않았다. 아내는 자신의 건망증을 탓하며 자책했다. 맥이 빠진 아내에게 나이 들면 다들 깜빡깜빡한다면서 금이 날개 달고 날아가진 않으니 천천히 찾아보자며 달랬다.

 생각해 보면 금값이 오른다는 뉴스를 들을 때마다 내 마음도 함께 흔들렸다. 가진 것이 우리를 지켜주는 것 같지만, 때로는 그게 우리 마음을 옭아매기도 한다. 소유의 무게가 불안의 그림자를 낳고, 욕심이 평안을 밀어내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빈 반찬통을 넣어 둔 선반 안쪽의 플라스틱 통에서 금붙이들을 발견했다. 목걸이 역시 그 속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여기 있었네.”

 나의 외침에 아내는 허탈하게 웃었다. 한바탕 소동이 그렇게 끝났다.

그 일이 있고 며칠이 지나자 금값이 다시 폭락했다는 뉴스가 들려왔다. 아내는 그 소식에 실망보다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며, 금목걸이를 다시 화장대 서랍에 넣었다. 이제는 금값이 올라도 옮기지 않고 그냥 두겠다고 했다. 그 말속에는 단순한 안도 이상으로 마음의 평화가 묻어 있었다.

 가진 게 많을수록, 잃을까 두려운 마음이 더 커지는 지도 모르겠다. 결국은 금값이 아니라 잃어버림 끝에 되찾은 마음 값이었다. 마음이 편해지자 세상도 편하게 느껴지나 보다.

 이제는 화장대 위 금목걸이보다, 그 앞에 편히 앉아 있는 아내의 잔잔한 금빛 미소가 더 반짝여 보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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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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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정충양 | 작성시간 26.06.11 반짝이는 것이 금 만 있겠습니다. 박자문위원님의 주변에 대한 마음 씀씀이는 더욱 빛나니까요.
  • 답댓글 작성자박 경대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1 선생님, 과찬의 말씀이라 송구합니다.
    늘 잘 봐주시는 정선생님이야 말로
    항상 반짝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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