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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의 조우

편안 하우꽈? - 폭싹 속았수다!

작성자보보|작성시간15.07.30|조회수171 목록 댓글 3

   학기말이면 가끔 아이들에게 영화를 보여줄 때가 있다. 3-4학년 아이들을 맡았을 때 가장 많이 보여주는 영화가 이란 영화 '천국의 아이들'과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이다. 영화를 보여주며 아이들을 살펴보면 감동하는 표정이 헐리우드 영화보다 훨씬 더 진하게 나타나곤 한다. 화려한 환상이나 어마어마한 장면 없이 아이들의 눈에 보이는 세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운동화 한 켤레 때문에 1등 아닌 3등을 원하고, 숙제 때문에 혼날 친구를 생각하며 친구의 집을 찾아가는 아이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그 순수함은 어른들이 간직하고 싶은 어릴 때의 자화상이다. 

 

 

 

 

 이번에 제주도 여행을 다녀 왔다. 바람과 돌, 그리고 여자들이 많아서 찾아간 것이 아니라, 내 친구의 집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친구가 보내준 사진 속에 들어 있는, 내 친구의 집에 보관되어 있는 황금 하프의 유혹 소리가 나를 끝없이 이끌었기 때문이다. 그리스 음악의 요정 사이렌의 하프 소리보다 더 매혹적인 기네스의 하프 소리를 듣고 어찌 가만히 있을 수가 있겠는가. 흑맥주의 쌉쌀한 그 맛에 내 생애 최고의 기네스 신기록을 세워보고 싶다는 마음이 얼마나 요동쳤던가. 더군다나 유랑의 노마디즘 세계 속에 살던 친구가 제주에 정착을 한다고 하니, 그곳 또한 새로운 생성의 땅으로 거듭날 것이 분명하지 않겠는가. 이런저런 생각 속에 내 친구의 집 제주로 가는 발걸음이 빨라졌다.

 

       

 

  편안 하우꽈? 청소년 활동을 지도하던 때 아이들에게 들려주던 노래를 부르며 '제주에어'에서 내릴 수 있었다. "곰 쉬모리가 혼집에 있어 아방곰 어멍곰 아기곰 아방곰은 뿅뿅해 ~ ♬" 서귀포로 가는 길이 낯설지 않다. 잘 먹고, 자고, 싸고, 놀게 해주려는 친구 아낙네의 분주한 모습이 눈앞에 떠오르고 한라산 소주의 감칠 맛에 취하는 나의 모습 또한 익숙하다. ', 乎'라 했던가? 이 뜻을 같이 할 친구가 얼마나 될까를 떠올리며 버스에서 내리니 석양 빛이 강렬하다. 천지연 폭포 가까이 자리잡은 집. 콘크리트 냄새도 아직 덜 마른 상태이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야 집들이 선물을 사오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마음 뿐. 항상 미안한 채무책에 기록으로 남길 수밖에. 2층으로 올라가서 짐을 풀기도 전에 탄성부터 터져나온다. "와 ~ 이건 완전 그리스식 테라스네! 좋다. 좋아!" 리조트식 구조의 지붕 위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일품이다. 서귀포 칠십리가 한 눈에 들어온다. 

 

 

                                                               (작가의 길에서 바라 본 폭포와 그 너머에 있는 온주 빌리지)

 

 

  설문대할망이 한라산을 만들기 위해 돌을 나르다가 남긴, 치마 틈새로 떨어진 흙의 흔적이라는 신화를 간직한 오름으로 간다. 이번에는 신령스러운 산이라는 거문오름, 천연기념물 444호 UNESCO 세계자연유산이라고 되어 있다. 문화해설사 할머니를 따라다녀야 하는데 엄청 빠르시다. 거문오름용암동굴계를 만든 화산의 분화구가 한눈에 보이는 곳, 정상에 서서야 비로소 숨을 돌릴 수 있다. 내려가는 길이 오름 속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바로 제주의 생태계를 말하는 '곶자왈'이다. 곶자왈은 숲을 뜻하는 제주 사투리 ‘곶’과 자갈을 의미하는 제주 사투리 ‘자왈’을 합쳐 만든 글자로, 화산분출할 때 凹凸지형이 만들어지면서 나무, 덩굴식물 등이 뒤섞여 원시림의 숲을 이룬 곳을 이르는 제주 토속어라 한다. 분화구 내부에 남아있는 옛날 제주민의 삶의 애환을 엿볼 수 있는 숯가마터, 태평양 전쟁당시 일본군들이 거문오름에 만들어 놓은 갱도진지, 연중 일정한 온도와 습도가 유지돼 겨울에도 울창한 숲과 독특한 생태계를 구성한 용암함몰구 등을 지나친다. 가장 신기한 곳은 땀에 젖은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식혀주던 '풍혈'이다. 지층의 변화로 생긴 자연 현상이라 하는데 생태탐방로 중간과 끝의 두 부분에서 맞는 자연 에어켄의 세기는 단연 최고이다. 자연이 만들어 낸 신비의 세계를 돌아나오니 아침에 사가지고 간 김밥이 기다리고 있다. 땀 흘린 후에 먹는 컵라면과 소주, 맥주와 어우러지는 제주 통 깁밥의 맛은 가히 일품이다.

 

 

  소나기를 피해 들어간 카페에서 이름도 생소한 '치즈빙수'를 떠 먹던 중, 전화 속으로 반가운 목소리가 들린다. 대학 친구 부부, 서귀포에 도착했다고. 만남의 반가움과 함께 서귀포 올레시장으로 들어가니 전에 맛 보았던 모닥거리(떡볶이+김밥+만두+오뎅+빈대떡)냄새가 구수하다. 서귀포 '꽁치김밥'을 먹으러 찾아가니 30년 지기 친구들에게 맞춘 집이라는 듯, 이름도 '우정횟집'이다. 꽁치김밥의 새로운 맛을 보는 것도 잠시, 친구들을 부르는 것은 역시 한라산 소주이다. 고등어회 한 젓가락에 계속 넘어가는 소주의 맛은 서귀포에서 맛볼 수 있는 최고의 별미이다. "술이 좋아 친구가 좋아 ~ ♪" 노랫소리가 나오고, 빌리지 테라스에서 벌어지는 맥주 파티는 시간과 공간을 4차원으로 끌고 간다. 이야기인지 타령인지 뭔소리인지 몰라도 다 알아들을 수 있는 듯한 경지에 도달하니, 와인 바 주인장의 손놀림이 바빠진다. 그동안 '맥주의 여신'에게 얼마나 애타게 부르짖었을까? 세계 곳곳의 맥주가 콸콸 쏟아져 나온다. 

 

 

 

  무지개를 뿜어내는 정방폭포 앞에서는 친절하면서도 엉뚱한 술의 신, '박쿠스'도 멀리 도망가 버린다. 하천을 거치지 않고 바다로 직접 떨어진다는 폭포를 지나 올레 길 6코스(쇠소깍~외돌개)로 들어간다. 백두산 천지를 닮았다는 소천지,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바다가 한반도의 지형을 보여주는 곳, 젊은이들의 양지라고 하는 쇠소깍, 큰엉을 지나 나오면서 수박을 잘라주시는 고마움에 강정을 사서 먹어보기도 하며 식당으로 들어가니, 냉국과 옥돔구이가 얌전하게 기다리고 있다. 노릇노릇 구워진 옥돔의 맛은 여행에 지친 일행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오늘날 제주는 중국 사람, 올레길 카페, 게스트 하우스 세 가지가 넘쳐나는 삼다도라 한다는 우스개 소리가 들릴 정도로 바뀌었다. 주인장 가이드의 말을 들으니 제주에서 물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곳이 골프장 1등, 호텔리조트 2등, 삼다수 물 공장이 3등이라 한다. 물이 부족할 것 같은 섬에서 나온 물이 가장 맛있는 물이라는 생각을 하며 삼다수 숲길을 걷는다. 숲길은 사색과 명상, 힐링, 치유, 자유.... 몸과 마음에 좋다는 어떤 말을 붙여도 어울리는 시원하고 조용한 길이다. "꿔~엉"하며 울기에 꿩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꿩과 꽤 많이 뛰어다니는 노루를 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걷는다. 오른 쪽으로 감아도는 것이 칡나무이고, 왼쪽으로 감고 올라가는 것이 등나무라고. 이러한 성향이 서로 부딪침으로써 '갈등'이 생긴 것이라는 말의 어원을 처음 들었다. 지나가는 나무들 위로 많은 덩굴들이 올라가는 것으로 보아 곶자왈 생태계 역시 서로 살겠다는 갈등의 현장이었다. 갈등이 없는 사회는 없다. 존재하는 이상 갈등을 느낄 수밖에 없다. 자연은 어떻게 갈등을 해결하나 살펴보고 싶은 마음에 유심히 나무를 바라보았지만 보이는 것은 수많은 덩굴들의 위로 향한 뻗침 뿐이었다. 서로 인정하고 함께 올라가는 수밖에 별다른 묘안이 없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숲길 끝에서 만난 노루의 눈빛에 잠시 머물며 숲을 나올 수 있었다. 숲을 이루는 삼나무, 노루, 덩굴, 바위, 대나무, 고사리들에게 자리를 지켜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제주시 ASTRA 호텔★★★★★에 짐을 푼 후 전복돌솥비빔밤과 해물뚝배기로 저녁을 해결한 후, 주위에 있는 제주공설운동장을 한 바퀴 돌고나서, 14,000보 이상을 걸었다는 폰의 글자를 볼 수 있었다. 이튿날, 새벽 사우나에 들어가니 나 혼자 만난 별천지 세상이다! 어린 아이처럼 물장구를 치며 놀 수 있었다. 물이 상당히 깨끗해서 좋았는데, 알고보니 이 호텔이 원래 목욕탕이 있던 곳이라 한다. 공항가는 길에 탄 택시기사 할아버지가 들려주셨다.

 

  - 공항까지 부탁드립니다.

  - 저 호텔 자는데 얼마달라고 해요?

  - 할인해서 8만원이라고 하던데요. 보통 때는 14만원이라고 하고요. 아마 중국 관광객이 없어서...

  - 저 호텔 주인이 예전에 거기서 목욕탕을 해서 물이 좋은 데지요.

  - 네, 아침 사우나 했더니 깨끗하고 좋더라구요.

  - 7만원 짜리 은갈치 먹어보았어요?

  - 그렇게 비싼가요?

  - 제주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 나도 못 먹었어요. 내가 아는 할아버지가 해안 가에 살고 있었는데, 그 사람이 택시타고 가면서 하던 말이예요. 죽어라 고생하며 살았는데, 해안가 쓸모없는 땅을 중국인에게 팔고 난 후에 부자가 되었다고. 해수가 들어오는 땅이라 아무도 거들떠 보지도 않았지만 중국인에게 팔 수 있었다고. 큰 돈을 다 써보지도 못하고 죽을 것 같아서 7만원 짜리 갈치도 샀다고. 이렇게 비싼 생선을 언제 먹어나 보았냐고 하면서요.

 

  중국인에게 땅 팔아도 된다는 것을 계속 이야기하신다. 중국인들이 땅을 많이 사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경기가 나빠지면 중국 사람들 다 나갈거고, 그 때 땅은 다시 헐값으로 나오게 된다고 하신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할아버지의 구성진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내려야 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공항에서의 여유있는 시간을 가지며 이번 제주 여행을 끝낼 수 있었다. 물론 다시 시작이라는 것도 잊지 않는다. 다시 찾는 날 "혼저옵서예"를 들으며 또 다른 색다른 느낌을 갖게 될 것이다. 이번 여행을 함께 한 친구 부부들에게 "폭싹 속았수다(매우 수고하셨습니다!)"는 감사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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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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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오딘-김 | 작성시간 15.07.30 제주도의 추억, 이국적 땅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향기. 무엇이든 새로움은 의미있다
  • 작성자에어텔 | 작성시간 15.08.02 글 내용이 참 좋다. 즐겁게 보냈다니 반갑네. 다음에 올 때는 체코맥주로 즐기자.
  • 작성자김용주 | 작성시간 15.08.11 와우!!
    해박하시고! 감성적이시고!

    우리 반 함께 가요~
    계획 부탁드려요~

    제주는 도형씨가 있어서 더욱 매력적인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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