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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우주론

작성자어진비|작성시간18.09.07|조회수45 목록 댓글 0

다중우주론
 



총각 시절 한 과에서 근무하던 동료가 죽었습니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 발생한 교통사고 인데
친구와 나란히 앉아가다가
창쪽으로 앉은 동료만 사망자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중환자실에서 겨우 깨어난 옆자리 친구는
석간신문 사오면서 자리가 바뀌게 되었다며
신문을 굳이 보겠다고 한 자신이
친구를 사망으로 내몰았다며 자책했습니다.
 
연이어 친구들의 자책이 쏟아졌죠.
다음에 가라고 권했는데 기어이 사지로 갔다며
자신이 조금만 말겼어도 구할 수 있었다며
덜 권한 친구 역시 자책에 빠졌습니다.
 
떠나는 친구를 라면 먹고 가라며
잠시 붙잡는 바람에 버스가 뒤바뀌었고,
한 그릇의 권유가 생과 사를 갈랐다며
라면을 권한 친구 역시 자책에 빠졌습니다.
 
동료가 교통사고로 사망할 이유는
곳곳에 숨어 있었고
묘한 확률 중에서 그의 선택은
본의 아니게 사망을 택한 셈입니다.
 
그가 사망으로 이어진 확률은
수학적으로 보면 지극히 미미했지만
죽음을 댓가로 지불할 만큼
엄청난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우리는 이 사건을 진실이라며 슬퍼하죠.
 
석간신문이 궁금하지 않았더라면,
친구가 자리를 바꿔주지 않았다면,
권하는 라면을 사양했다면,
다음에 가라는 친구의 권유를 받아들였다면,
과연 동료는 살았을까요?
 
달리 선택된 우주에서 동료가 웃고 있네요.
"뉴스를 보고 알았는데
내가 그 버스를 탈 뻔 했어."
그래요,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은
그만한 확률인 실체로 남아 있을 겁니다.
 
"일체유심조"와 "겨자씨만큼의 믿음"으로
또 다른 우주에서 실체로 살가가고 있는
그에게, 이제는 명복 대신
축복을 빌어야 하지 싶습니다.
 



2015년 2월 14일   어진비 변재구
 



덧]
현재 나와 마주 앉은 그대는
지극히 미미한 순간에 투영된 확률에 불과합니다.
허상일까요?
실상일까요?
 
글 내용은 평행우주론이지만
평행우주론도 결국엔 다중우주론의 부분입니다.
사고의 확장을 위해 잠시 언급했습니다.



https://story.kakao.com/sbt119/DO2DQujzhx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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