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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한마디♨

개발에 닭알

작성자박찬용|작성시간26.06.16|조회수54 목록 댓글 14
잘 키운 항아리 열 스텐 안부럽다

 

한 번 작정하고 시작하니 집안 구석구석에서 온갖 잡동사니가 쏟아져 나온다. 약 2년 되었나? 살림다이어트를 하기로 아내와 합의한 후 눈길이 안가고 손길도 닿지 않는 살림붙이들을 내다버린 시간이~. 살림다이어트라 해서 먹을 걸 참아가며 생활비 줄이겠다는 내핍생활 차원은 아니나 버리다 보니 일면 아깝고 일면 시원하다

 

결혼생활 45년차인데 알게 모르게 절로 불어난 살림살이가 얼마나 많겠는가. 아마 트럭떼기로 두 대 분량은 족히 될 듯하다. 그동안 단지내 재활용쓰레기 수거일인 매주 수요일에 맞춰 수십차례 덜어낸 잡동사니들이 꽤 되어서 집안내 공간들도 여유가 생겼는지 숨을 좀 쉬는 것 같다. 우리 삶이란 뭐든 널널하면 좋은 것이군

 

해서 매주 수요일은 구석 수납코너에서 찾아낸 세간살이들의 쓸모여부에 대한 심판날이 된다.걔들 입장에선 우리 부부가 염라대왕격일테니 속으로야 부들부들 떨겠지만 쓸모의 무게를 재보는 우리의 마음은 동정은 사치란 생각으로 결연하다. 그럼에도 물건마다 사연없는 경우가 없어 추억으로 인해 한번씩 의식이 말랑해지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장판교의 조자룡 칼날처럼 마음을 날카롭게 벼린다

 

이런 식으로 집을 떠나게 된 물건들이 종류도 다양하고 양도 적지 않았다. 그 중 버리는 순간 가장 손이 떨렸던 물건은 서재에서 뽑아낸 책붙이들이었는데 버릴까 말까 우물쭈물할 때마다 아내의 핀잔도 덩달아 볼륨업 된다. 구닥다리 옛잡지 혹은 읽지도 않을거면서 폼으로 채워넣은 양장본 전집류, 사이비냄새나는 삼교구류의 수련비법 등등

 

어쨌거나 아내는 살림살이 늘리는 재테크도 비우는 일에서도 나보다 훨씬 노련하고 단호하다. 7순의 할배가 채움과 비움의 발란스를 잡는데 있어 서투른 자화상은 남의 그림이 아니다. 여하튼 시나브로 심판과 폐기의 사이클을 반복한 결과 집안이 한층 쾌적해진 건 분명하다. 요즘엔 인테리어 소품쪽으로도 칼날을 들이대기 시작하였다. 소품중엔 쓸만 한 게 꽤 있어 막상 버리려니 돈이 되는 건데 잘못 버리는 게 아닌가 의심드는 경우도 생겼다

 

그러다 찾아낸 방법은 지혜랄 것도 없지만 온라인 중고시장인 당근마켓을 활용키로 한 것이다. 내게 쓸모가 다했다 해서 타인들도 그러하지는 않을테니 원가 이하로 싸게만 내놓으면 반본전은 건질테니까. 이 방면도 이미 여러 건 시도하였는데 반응도 좋았고 곁들여 돈까스값 정도는 생기곤 하였다

 

지난 주였다. 아내가 도자기 두 점을 당근마켓에 내놓겠다며 내 의사를 묻는다. 말이 예의상 묻는다는 것이지 걔들은 이미 당근시장에 올려질 운명이 닥친 것이다. 도자기 두 점 이랬자 기십년째 창고 선반에서 먼지 뒤집어 쓴 채 괄시받던 게 전부여서 별다른 생각없이 동의하였다. 공짜로 남 주기는 그래서 한 점 당 만원씩에 올리자는 제의도 옳다구니 받았다

 

오묘한 문양과 붉은 질감의 유약

그중 한 점은 큰 처남으로부터 받은 우산꽂이용 원통형 백도자기이고 나머지 한 점은 진갈색의 달항아리다. 당근에 사진을 올리려 갈색 달항아리의 사진을 찍다가 문득 입수된 경위가 떠올랐다. 업무와 관련해 누군가로부터 감사표시로 선물받았다는 기억이 생생히 살아났다. 30년도 더 전 어느 때 남포동 지하상가의 한 코너에서는 현대도예전이 열렸었다. 마침 근처를 지나던 나는 이 전시회를 취재해 문화소식의 한 꼭지로 방송했던 적이 있었는데 전시가 끝난 후 주최측이 전시작품중 하나를 안겨준 것이다

 

얼떨결에 받긴 하였으나 도자기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나는 작가의 이력이나 예술적 품평을 통해 작품의 가치를 재본다는 일련의 시퀀스를 아예 무시한 채 집안 구석에 쳐박아두었던 것이다. 그렇게 흐려진 기억과 함께 곁을 떠날 운명이었던 이 달항아리가 당근에 올려질 순간 이건 아니다란 자각으로 내 품으로 다시 안겨들게 된다

 

우선 자기의 전체 문양과 바닥 굽부분의 작가서명을 사진으로 찍어 제미나이에게 물었다. 그랬더니 전통적 제작기법을 기반으로 한 현대의 철화 진사 도자기라 분석해준다. 아니 이 정도라면 예사 도자기가 아닌데? 순간 가슴이 뛴다

 

전형적인 달항아리 형태를 띄고 있되 내부의 물레선이 뚜렷해 작가가 직접 손으로 성형한 작품이란 결론도 덧붙여준다. 거기에다 백토의 바탕을 깎아내어 문양을 표현하는 박지(剝地)기법을 응용하였단 분석과 함께 진사계열의 유약을 사용해 어둡고도 불그스레한 색을 유도하였다란 귀한 정보도 알려준다

 

결정적으로 바닥의 작가서명은 ‘出光’이 분명하여 한국현대도예계의 거장인 出光 金相基의 작품이 확실하다고 강조한다. 올해 76세가 되는 출광선생은 30년 전에야 어땠을지 모르지만 현재의 이력을 보니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을 역임한데다 디자인대학 학장까지 지낸 원로의 도예가로 명망이 높다

작가 서명 '출광'

 

그의 작품은 전통적인 분청장식을 벗어나 거칠면서도 대담한 기법을 활용해 현대적인 추상화나 자연물을 몸통에 새겨넣는 스타일로 한 획을 그은 예술가라고 평가한단다. 일단 정신을 추스르고 부드러운 천으로 먼지를 닦아내는 등 호들갑을 떤 후 실내 복도끝 LED조명이 비추는 공간에 떡하니 모셨다. 오~! 그래놓고 보니 예술적 가치의 재탄생과 함께 空間美도 몇단계 업그레이드돼 버린다

 

속물적 호기심도 슬그머니 발동해 알아보았더니 최소 홋가가 300만원이란다. 이런 걸 만원에 당근에 내놓기로 하였다니 ‘천인이 공노할~!’, 아니 그까지는 아니고 여태 개발에 닭알이었던 셈이다

 

본류는 벗어난 이바구지만 개발에 닭알이란 속담이 참 이상하다. 알아보니 개발에 편자가 옳은 표현인데 닭알이라고 해서 달걀을 말하였던 게 아니라 평안, 함경도의 옛 방언에서 나왔다는 설이 존재한다. 편자를 두고 그쪽 사람들은 다개 혹은 다게라 하였는데 개발에 다개가 음운 변화를 거쳐 닭알로 변하였다는 그렇고 그런 썰들이~!

 

어쨌거나 도자기에 젬병인 할배가 개발에 닭알격으로 천대받던 도자기 한 점에 대해 그 신분을 복권시킨 전모를 참회하는 심정으로 밝힌다. 돈까스는 짧고 예술은 영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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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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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박찬용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8:54 new 아송행님이 드뎌
    아껴두던 댓글보검을
    뽑으셨구려~!

    사실 당근마켓에서
    용돈 벌게되면 아송과
    함께 돈까스 썰러 갈
    계획도 있었는데
    아쉽게 됐습니다 ㅎ

    요즘 과로하느라 몸에
    무리가 오신 모양이던데
    모쪼록 잘 챙기서
    또 밥 무우러 가입시더~
  • 작성자민호 | 작성시간 09:59 new 교통사고 당하여
    현재 치료 중 입니다. 소위
    딜레마존이라는 곳에서 파란불에서 노란불로
    바뀌는 순간 차를 세우고 이었는데 조금후 뒤차가 추돌하여 뒷범퍼 완전 교환
    현재 목 허리 침으로 1주일 치료 했는데 별 차도가 없어
    일수선생이 말한 큰 한방병원으로 병원을 옮길려고 합니다.
    나팔도 불러 못가고 서예도
    잠시 쉬고 있습니다.
    연식이 높으니 잘 치료가
    안 됩니다.
  • 답댓글 작성자박찬용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0:18 new 에구~

    그놈의 똥차가 와~
    아송행님의 귀한 차를
    들이박아가꼬시리~!

    뒤에서 박히면 경추에
    무리가 가는데 모쪼록
    카이로프락틱 등 뛰어난
    도수치료로 쾌차하시길~!

    몸도 몸이지만
    다양한 취미생활을
    가로막는 사고라
    더 속상하겠습니다

    홧팅!
  • 작성자김의철 | 작성시간 1시간 6분 전 new 아이구 백박사님이 아주 큰 사고를 당할 뻔 했군요.
    그만하기가 정말 다행입니다. 순탄한 회복을 기원합니다.

    본 건은 뒷 사람의 잘못으로 보이는 바..어쨋건 개인차는 잇겟으나
    저희 연배는 가급적 운전에 늘 조심해야 할듯 합디다.

    저는 요즘 가능한 대중교통을 이용코자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어쩔 수 없는 경우에는 운전을 하고 있는 바...

    스스로는 큰 실수없이 잘 하고 있다 여깁니다만.. 때로는, 지나가는 차들이
    공연히 저에게 경적을 울리는 경우를 자주 겪게 되는 바..

    아무래도 저의 운전에 대한 불만이 아닌가 싶습디다. 이전에는 이런 경우가 거의 없었는데 말이지요.
  • 작성자김의철 | 작성시간 41분 전 new 가만 보면.. 일수의 글에는 항시 글쓰기에 대한 은근한 소재가 많이 산재하고
    있음을 알게되는 경우가 많더군요.^^

    저는 본문의 제목만을 보고서는..아마도 서토를 두고 쓴 글인가 싶을 정도의
    큰 관련성과 더불어...친숙함에 아우른 반가운 기분마저 느꼈습니다.

    왜냐면, "개발에 다갈" 이란 말은.. 제가 어릴 때부터 저의 부친으로부터
    매우 자주 들어 온 어귀인 바...

    언젠가 중학시절..'다갈'' 이 무슨 뜻인가 직접 여쭈기도 햇으나 분주하신 중
    그냥 넘어갔었고..한 참 이후에 그 맥락을 혼자서 대충 짐작하여..아마도..
    '개발에 편자' 혹은 '모기발에 워커' 란 뜻이리니 짐작하며 지금껏 지내왓슴미다.

    그런데 "개발에 닭알" 이라니...이게 무슨 일인가 하여 아주 갑작스런 혼동이-

    즉.."격에 맞지않다" 류가 아닌, "상당히 위태한 상황" 이란 의미로 즉각적으로 이해되게 되엇기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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