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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사진첩

요양원의 일과 (5월 30일)

작성자김재희|작성시간26.06.16|조회수13 목록 댓글 0

 

새들의 합창소리에 잠이 깬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한숨 쉬고는 아침산책을 나선다. 나무 사이로 부는 산바람이 상쾌하다.  나뭇잎 술렁이는 소리가 귓속을 간질이고 나뭇가지 사이로 언뜻언뜻 비치는 햇살이 눈가에 살랑인다. 코끝에 스며드는 향기에 이끌려 휘둘러보면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각각의 자태를 뽐내고 있다. 한송이 한송이 눈맞춤하며 인사를 나눈다. 그냥 헤어지기 아쉬워 카메라를 들이대고 요모조모 찍다보면 한나절이 훌쩍 지나간다
 
점심후 나른함에 낮잠 한소금 자고나면 숲속도 잠이 든듯 조용하다. 정원 마당에 쏟아지는 햇살이 눈부셔 창문 가리개를 내렸지만 마음은 먼 산마루의 구름을 향해 있다.  
 
오후 4시엔 명상시간.
눈감고 싱잉볼 듣는 시간은 모든 생각과 단절된다. 각기 다른 음색의  싱잉볼 소리가 겹으로 울린다. 끊어지는가 싶으면 이어지고 이어지려나 하면 잠시 끊긴다. 그러는 동안은 마음이 정갈해진다. 더도덜도 말고 그런 마음으로 나머지 생을 이어가면 좋겠다
 
이른 저녁을 마치고 나서는 산책은 노을빛과 함께 한다. 조용하던 산촌이 해질무렵이 되자 다소 웅성거린다. 낮에는 본듯 만듯하던 개가 컹컹대고 어디에 있다 모여들었는지 개구리 울음소리가 우렁하다. 날파리들도 더 극썽스럽게 얼굴에 부딛친다. 서들러 들어와 씻고 하루를 정리한다
 
일주일에 두번은 캠프파이어를 한다. 켜켜이 쌓여있는 장작에 불을 붙이면 처음엔 무섭게 타오른다. 불꽃들이 날리고 장작 타는 소리가 사람들을 부른다. 한두명이 얼굴을 내밀면 모두들 뒤질세라 나와서 자리타툼을 한다. 누구는 너무 뜨거워서 몸을 뒤로 젖히고 누구는 앞자리가 욕심나서 얼굴을 들이민다. 그래도 나누는 얘기들은 다정다감하다. 불꽃이 다 스러지고 잉걸불이 되면 얘기들도 뜸해진다. 밥 뜸들이듯 생각들도 뜸들이기를 하는 걸까. 입으로 말하기 보다 마음으로 생각을 나눈다.
가끔 눈들어 하늘을 보면 별이 총총하다
 
불을 끄고 잠자리에 누우니
창문으로 스며드는 달빛이 은은하다.
달빛 사이로 그리움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하고싶었지만 못다한 일들이 새록새록 아쉽다.  
 
깊은 밤, 소쩍새는 왜 저리 울어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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