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 26일 아침 120여명이 안락한 버스 5~6대에 나눠 타고 서울을 떠나 경주로 향했다. 52년 전엔 기차를 탔었는데
1200여명 중 몇명이 갔었나?
정오쯤 도착한 경주의 농가정식 식당에서 소박하면서도 풍성한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음식을 다 먹어버려서 그릇들이 깨끗했다. 그 뒤에 감포로 이동해서 동해바다 주상절리 파도소리길을 친구들을 앞세우고 뒤세우며 걸었다. 우리 친구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지난 살아온 세월을 얘기하며 소중한 현재를 남기려고 연신 사진을 찍기도 했지.
그 후엔 거대한 고분들의 공원인 대릉원에 들어갔다. 신라금관이 전시된 천마총 전시실을 보고 근처에 있던 첨성대로 갔는데 옛날에 봤을 때보다 줄어든 아담한 느낌이다. 신라 천문학의 상징인 벽돌 건축물이 고색창연하게 아름답다.
저녁으로 한우고기를 먹으러 갔다. 평생에
마블링이 그렇게 하얗게 꽃핀 것을 본 적이 없고 그렇게 기름지고 맛있는 소고기를 그렇게 배불리 먹은 적도
없는거 같다. 친구들이 고기굽는 도사다.
저녁 산책으로 "동궁과 월지"(안압지로 불리웠음)를 갔다. 야경으로 유명한 이 곳은 고증을 거쳐 1980년에 복원된 공간. 월지는 달이 비치는 연못이란 뜻이다. 누각들 아래 호수에 비친 건축물들과 나무들이 황홀하게 아름다웠지?
담소를 나누고 사진찍고ᆢ
그리고 잠자러 들어간 경주 라한 호텔에선 계단에 앉아 단체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후 보문호수를 바라보는 전망 좋은 방에서 편안한 밤을 보내고 조식뷔페를 친구들과 먹는 즐거움을 누렸지.
아침에 친구들은 보문 호수 산책로를 산뜻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걸었다. 첵아웉 후 또 이동.
부처님의 나라가 있는 절이라는 불국사로 향했다. 불교의 이상 세계를 건축으로 표현한 다보탑, 석가탑, 청운교, 백운교와 극락전. 비가 부슬부슬 내려서 우산을 쓰고 다녀서 52년 전 사진이 재현되었다. 얼마 전 옛날 우리 수학여행 때 모두가 우산을 들고 있던 사진을 단톡에 올려서 웃었는데 똑 같은 일이 벌어졌다.
또 점심 시간이 왔다. 고두반에서 한정식을 푸짐하게 먹고 마지막 여정인 양동마을로 갔다. 신라시대에서 조선시대로 건너 뛰었다. 국가민속문화유산이면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양동마을. 아래에는 초가집들이 꽤 보이고 언덕 위 기와집들에는 양반들이 살았다고ᆢ 현재도 월성 손씨와 여주 이씨의 후손들이 살고 있다. 고즈넉하게 아름다운 한국 전통 가옥들이 마음 가득하게 들어왔다.
1박 2일 동안 오랜만에 친구들과 쉴새없이 웃음꽃과 이야기꽃을 피우며 다시 여고생이 되어서 너무 행복했다. 52년 전보다 대한민국이 크게 발전했고 경주도 더 관광지답게 잘 다듬어졌네. 그 사이 우리들도 많이 성장해서 큰 나무들이 되었다. 이번 여행에서 각자가 살아온 자신만의 재밌는 이야기들을 잔뜩 가지고 옛날 소녀시대의 친구들을 만나 그 감성을 누리며 기쁨이 가득한 시간을 보냈다. 52년 전보다 더 풍성하고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