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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의문

한국의 뉴튼은 의대를 간다

작성자헤라|작성시간03.09.24|조회수20 목록 댓글 0

한국의 뉴튼은 의대를 간다


"세계적인 과학자 아인슈타인, 퀴리, 뉴튼이 한국에서 다시 태어난다면?” “수학만 잘하는 아인슈타인은 대학도 못 가고 평범한 회사에 취직한다. 퀴리는 대학까지 마쳤으나 여성 이공계 인력을 받아주는 데가 없어 유학을 준비한다. 뉴튼은 박사과정 중 열악한 환경에 좌절하고 의대로 편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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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동안 전해오는 우스개다. 그러나 웃을 수만은 없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머리가 좋다는 과학고 출신의 ‘과학영재’들이 실제 겪고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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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특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 길을 택했죠.” A과학고 출신인 최모씨(27)의 말이다. 서울대 재료공학부를 졸업한 그는 현재 인천의 제강 업체에서 생산설비와 현장직원을 관리하고 잡다한 서류를 챙긴다. 몸과 악쓰는 일이 대부분이라는 그의 소망은 “1%의 사고력이 필요한 일을 업무의 10% 이상 맡고 싶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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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모씨(27)는 ‘훌륭한 과학자’를 꿈꾸며 93년도 B과학고에 입학했던 과학영재였다. 그러나 남씨는 일반고교보다 더 치열했던 입시경쟁에 실망하고 2학년때 자퇴했다. 적성과 현실을 고려해 경북대 의예과에 진학한 그는 “(과학고는) 내가 생각했던 ‘과학영재를 위한 학교’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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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서울대 인문대 미학과에 재학 중인 임모씨(26)는 적성 문제로 전공을 옮긴 경우. 당초 임씨는 과학고를 거쳐 서울대 산업공학과에 진학했다. 그러나 공연예술에 관심이 많던 그에게 공대 수업은 맞지 않았다. “(공부)하기도 싫었고 성적도 안나왔다”는 임씨는, “뒤늦게나마 적성에 맞는 길을 찾게 되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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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들 세 명 모두 과학고를 택했던 이유는 같았다. “과학자가 되고 싶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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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3년 경기과학고를 필두로 설립된 과학고는 현재 전국에서 17개가 운영되고 있다. 과학고가 세간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초반 ‘특목고 열풍’의 주역으로 부상하면서부터. 당시 입학했던 과학영재들은 벌써 20대 후반이 되었다. 이들은 과연 얼마나 ‘과학자’가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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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한달동안 26~30세의 과학고 출신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이메일 설문조사 결과는 한국 과학영재들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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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고의 설립목적인 ‘과학영재 육성’에 걸맞은 길을 현재 걷고 있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1백11명 중 39%(43명)가 ‘아니다’라고 대답한 것. 이들은 주로 평범한 회사원이 되거나 의대, 경영대 등 다른 길을 택한 경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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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공계 석·박사 과정 중이거나 연구원의 신분으로 ‘과학자의 길을 걷고 있다’는 응답은 26%(29명)에 불과했다. 또한 전체 응답자의 66%(73명)는 “과학인력 양성을 위한 국가의 정책적인 지원이 전혀 없었거나 미흡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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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서울대 대학생활문화원 조사 결과, 올해 서울대 의예과 신입생 중 과학고 출신이 20.5%를 차지했으나 공대 신입생 중 과학고생 비율은 2.5%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과학고가 ‘의사 양성소’로 변질된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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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설문조사 전체 응답자의 과반수인 52%(58명)는 ‘과학자가 되고 싶어’ 과학고에 진학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과학자를 갈망했던 ‘과학영재’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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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가 도리어 범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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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영재들도 ‘학벌주의’와 ‘입시병’에서 자유로울 순 없었다. 특목고 열풍의 절정기였던 94년도 입시에서 서울과학고가 서울대 응시자 132명 전원합격이라는 ‘기록’을 세우자 다른 과학고들도 서울대 합격자 수를 늘리기 위한 ‘입시교육’을 강화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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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고 출신인 정모씨(27, 독일 KIST-유럽 연구소)는 “고3 시절은 마치 ‘스파르타식 입시학원’을 다니는 듯 했다”고 술회했다.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는 과학고가 일종의 ‘합숙학원’이 된 셈. 정씨는 “무모한 입시 준비로 낭비한 시간들이 아깝다”며 “영재가 영재로 커갈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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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고를 나온 우수한 인재들이 서울대에서 ‘평범한 대학생’으로 전락하는 모습도 많이 봤습니다.” 과학고, 서울대를 졸업한 이모씨(27, 미 스탠포드대 유학예정)의 말이다. 서울대의 ‘쉬운’ 1,2학년 수업에 적응하지 못한 과학고 졸업자들이 술, 게임, 당구 등 다른 ‘유혹’에 휘말리고 만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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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모씨(28, A과학고, 서울대 박사과정)는 “입시교육을 탈피하고 과학고의 ‘심화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며, “이를 대학 학점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미국의 대학은 과학고의 심화 수업을 학점으로 인정하기에, 2년만에 대학을 졸업하고 학위과정에 들어가는 과학고 출신이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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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과학고 제도는 ‘옥석’을 골라냈다가 다시 섞어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과학고가 진정 과학영재 육성을 위한 제도라면 (기초과학의) ‘과학대’를 설립해서라도 연계교육이 이뤄져야 합니다.” 97년에 과학고를 졸업한 전모씨(26, 서울대 공대)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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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를 푸대접하는 한국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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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연계교육은 커녕 더욱 푸대접만 받게 되었다. 이공계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과학고생들에게 내신 혜택을 주던 ‘특목고 비교내신제’가 지난 97년 논란 끝에 폐지되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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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교육부 관계자는 “도농간 격차도 문제인데 (비교내신제를) 지금에 와서 부활시킬 순 없다”며, “과학영재들의 미래는 대학 특별전형 확대 등 입시문제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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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과학고 출신인 심모씨(27, 미 UC버클리대 연구원)는 “입시 정책에 의한 해법은 근시안적”이라며 반박했다. 자연대, 공대에 진학했던 학생들도 다시 의대, 한의대로 편입하려 드는게 대한민국의 현주소라는 것. 심씨는 “과학자가 돈 버는 사회를 이룩해야 과학영재들이 ‘자기 길’을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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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를 위해 따로 과외를 해야 하는 현실도 힘겹지만 앞으로의 전망은 더욱 회의적입니다.” 현재 포항공대에서 석․박사 통합과정에 몸담고 있는 손모씨(26)의 말이다. 손씨는 “이런 상황에서 누가 힘든 과학자의 길을 택하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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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설문조사 결과 보수를 밝히길 꺼려한 과학고 출신자들은 주로 국내 대학 연구소에 몸담고 있는 석․박사 학생들이었다. 이들의 수입은 일년에 5백~1천여만원. 그러나 과학고와 국내 대학을 거쳐 미국 유학 길에 오른 심씨와 최모씨(28, 미 조지아공대)의 보수는 3~4천만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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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과학자를 제대로 대접해 주지 않은 한국 사회 풍토가 과학영재들을 다른 길로 내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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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 1·2등은 과학고 가고, 3·4등은 외고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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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중3의 나이에 자신의 적성을 냉철히 파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 설문조사 결과 ‘좋은 대학을 가고 싶어서’, ‘좋은 학생들과 겨뤄보고 싶어서’ 등 적성과 상관없이 과학고를 택했던 이도 전체 응답자의 40%(44명)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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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고 진학에 실패한 후 일반고교 문과를 거쳐 현재 고려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김모씨(27). 그는 “공부 잘하는 애들은 너도나도 한번씩 과학고를 쳤었다”며, “지금 내 적성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과학고에서) 떨어진 게 다행”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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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고 출신의 유학 준비생 이모씨(28, 기계항공학 석사)는 “중학교 때 전교 1,2등은 과학고에 가고 3,4등은 외국어고에 가곤 했다”고 말했다. 그는 “과학고에 들어갔던 이들이 뒤늦게 후회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며, “과학에 열정을 가진 학생들이 (과학고에) 진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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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국가에서도 ‘미래의 과학자’를 엄격히 선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좋은 대학을 가고 싶어서’ 과학고에 진학했다고 응답한 18명 중 ‘과학영재 육성’에 걸맞은 길을 가고 있다고 대답한 이는 단지 1명(6%) 뿐. 오로지 일류 대학에 가기 위해 과학고를 선택하는 학생들을 배제시키는 등 애초에 ‘예비 과학자’를 신중히 가려내야 한다는 반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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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과학영재의 요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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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정부는 2001년에 ‘과학영재학교 제도’를 새로 도입했다. 이에 따라 ‘과학영재학교’로 지정된 부산과학고는 3단계의 엄정한 절차를 거쳐 전국의 중학생 중 144명의 ‘예비 과학자’를 엄선할 수 있게 됐다. 또한 KAIST, 포항공대와 무시험 특별전형을 체결하여 학생들이 과학영재 교육만 받고도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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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교육부 관계자는 “(영재학교 지정의) 확대에 대해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부산과학고의 운영결과를 찬찬히 더 살펴보고 결정할 문제”라고 밝혔다. 부산과학고를 제외한 전국의 15개 과학고는 아직 ‘합숙학원’을 벗어날 뚜렷한 대책이 없는 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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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고 출신의 미 조지아 공대 유학생 최씨는 “한국의 경우 평생 정년이 보장되는 교수, 또다른 돈벌이를 찾아 나서야 하는 대학원생, 이에 따른 느슨한 연구 풍토 등 모든 것이 문제”라고 질타했다. 지원은 많이 하되, 치열한 경쟁 속에 소수의 우수한 인재를 솎아 내야 대우도 올라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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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공계 인력 처우 문제에 있어 새 정부가 내놓은 가시적인 대책은 지난 8월에 확정된 ‘이공계 출신의 공직 진출 확대 방안’이 전부다. 과기부는 늦었지만 연구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발굴, 추진하기 위한 ‘과학기술인 복지과’를 9월 안으로 신설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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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의대에 미련이 있다”는 A과학고 2학년생 신모군(18)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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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과학고의 의미가 많이 퇴색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사회에 진출하기 시작한 우리 과학고 선배들이 이공계 문제를 언젠가 해결해 주리라 기대합니다. 그때가 되면 과학고가 진정한 ‘과학영재의 요람’으로 거듭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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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신방과 함영철.이동학.박소훈 <zerofe@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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