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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기자의 캐나다 연수기 - 오마이뉴스

작성자품앗이|작성시간04.02.07|조회수78 목록 댓글 0

캐나다 빅토리아의 시계는 느리다
이정은 기자의 캐나다 연수기 (1)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이정은(fini301) 기자



태어나서 처음으로 한국을 떠나 보았습니다. 제가 있는 이 곳은 캐나다 서부의 빅토리아라는 섬입니다. 제가 다니던 대학교에서 6주라는 영어 연수의 기회를 제공받고 이 곳에 도착한 지도 벌써 열흘이 넘었군요.

도착하고 나흘 동안은 본격적인 수업 없이 호스트 패밀리와 함께 지내면서 현지 적응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혼자서 버스 타는 법, 근처 쇼핑몰에는 어떻게 가는지, 길을 건널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익혔지요.

이 곳에서의 새로운 생활을 익히는 과정에서 저는 몇 가지 한국과의 차이점을 발견했습니다. 그다지 큰 차이점은 아니었지만, 이전에는 전형적으로 영화에서나 보던 외국인들의 현실들이 바로 생활 속으로 다가오면서 저는 부분적으로나마 이들의 실상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 보행자는 버튼을 눌러야 한다. 버튼 아래에는 'ECONO LITE'라고 쓰여있다.

ⓒ2004 이정은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신호등이었습니다. 이 곳의 신호등은 한국의 그것과는 달리 보행자가 길을 건너기 위해서는 신호등에 설치된 버튼을 눌러야 합니다. 그러면 잠시 후 신호가 바뀌면서 보행자는 길을 건널 수가 있지요. 이 신호등에는 "ECONO LITE"라고 표시되어 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보아온 신호등은 보행자가 없어도 횡단보도에 파란 불이 들어오면 도로의 차가 의무적으로 멈춰야 하는 한국의 신호등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곳에서는 반드시 보행자가 있고 버튼을 눌러야만 차가 서는, 말 그대로 '경제적인 신호등'인 셈이지요. 서울처럼 많은 사람이 수시로 북적이는 큰 도시라면 불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빅토리아 같은 우리 나라의 중소 도시에서는 적용해 보아도 좋을 듯한 시스템이었습니다.

또 한 가지 인상적이었던 점은, 이 곳 사람들은 조깅을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서는 결코 달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빅토리아의 웬만한 거리에서 사람들이 달리는 모습을 발견하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물론 한국에서도 거리에서 사람들이 달리는 모습이 일상적인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만큼 이 곳 빅토리아 사람들은 여유를 갖고 생활한다는 뜻입니다.

한국에서의 생활을 되돌아 봅니다. 남보다 버스에 늦게 탈까 봐, 주문한 음식이 조금이라도 늦게 나올까 봐 우리는 언제나 조바심을 내고 시계를 보지요. 그래서 마치 한국의 시계는 이곳보다 몇 배 더 빨리 돌아가는 듯한 느낌입니다. 마치 한국이 빅토리아보다 17시간 빠른 것처럼 말이죠.

이 곳 빅토리아에는 밤이 일찍 찾아옵니다. 해가 일찍 지기도 하거니와 대부분 사람들은 10시면 잠자리에 들기 때문이죠. 한국에서는 한창 '장금이'를 만나고 있을 시간에 말입니다. 이 곳 사람들보다 몇 배 더 빠르게 사는 한국 사람들은 하루의 일과도 이들보다 늦게 마감합니다.

아직은 저에게 이 곳의 모든 것들이 낯설면서도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느긋하게 살면서도 하루를 일찍 마감하며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빅토리아 사람들을 보니 늘 바쁘게 살면서도 하루 서너시간 밖에 자지 못했던 저의 한국 생활이 씁쓸하게 느껴지는 건 무슨 이유에서 일까요?

다음 기사에는 미국의 그늘에 가려진 캐나다인들의 열등감을 재치있게 날려버린 한 광고에 대해 얘기해 볼까 합니다. 저도 빅토리아에 도착한 이후에는 일찍 잠자리에 들고 있습니다. 한국에 돌아가면 제 생활 시계도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가겠지만 말입니다.
"나는 캐나다인입니다" 애증이 교차하는 미국과 캐나다
이정은 기자의 캐나다 연수기 (2)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이정은(fini301) 기자



캐나다에서 공부를 하다보니 수업시간에 캐나다에 대해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됩니다. 캐나다의 기후, 10개의 province와 3개의 territory, 캐나다인들의 평균적 수치 등을 말이죠.

며칠 전 수업시간에는 상당히 흥미로운 한 광고를 보았습니다. 미국인들이 캐나다인들에 대해 가지고 있는 오해나 편견을 재미있게 풀어낸 패러디의 일종이었죠. 미국과 캐나다. 서로 가까이 있어 비슷해 보이지만, 미국이 캐나다에 대해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 이 광고를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나는 나뭇꾼이나 모피상이 아닙니다. 나는 이글루에서 살지도, 고래를 먹지도, 개썰매를 끌지도 않습니다. …(중략)… 나는 미국어가 아닌 영어와 불어를 합니다. 하나로의 동화가 아닌 다양성을 믿습니다. …(중략)… 캐나다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나라이고, 최고의 하키 국가이며 북아메리카의 최고 국가입니다. 나는 캐나다인입니다(I am Canadian)."

이 광고가 방송되고 난 후, 캐나다인들 사이에서는 "I am Canadian"의 붐이 일었다고 합니다. 캐나다인 속에 잠자고 있던 애국심을 이 광고가 재치있게 건드린 거지요.

이 광고는 미국인들이 캐나다에 대해 평소에 지니고 있던 잘못된 생각들을 꼬집은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미국인들은 자신의 언어가 '영어'가 아닌 '미국어'라고 생각하고, 캐나다가 추운 나라이기 때문에 개썰매를 끌고 다닌다고 생각합니다.

미국과 캐나다. 지리상으로는 인접해 있는 두 나라이지만, 미국은 캐나다에 대해 너무나도 모르고 있지요. 그런 이유에서 이 광고가 캐나다에서 큰 인기를 누렸던 모양입니다.

수업시간에 미국과 캐나다의 문화를 비교하던 도중, 흥미로운 표현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다양한 인종이 모여서 사는 '인종의 전시장'인 미국을 우리는 'melting pot'이라고 부르지요. 학생들이 캐나다 역시 'melting pot'이라고 표현하자, 캐나다는 'melting pot'이 아닌 'mosaic culture'라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미국은 다양한 인종이 모여 전형적인 미국인 하나로 동화(assimilation)되기 때문에 'melting pot'이지만, 캐나다는 다양(diversity)한 여러 조각들이 모여 하나를이루기 때문에 'mosaic culture'라는 것이었죠.

미국과 캐나다. 하얀 피부에 금발머리, 같은 영어를 쓰고 서로 이웃해 있는 두 나라이지만, 그들의 실상을 들여다 보고 게다가 제가 캐나다에서 공부를 하다 보니 미국과 캐나다가 얼마나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는지 절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 표현에 '애증이 교차한다'는 말이 있지요. 영어로는 'love-hate relationship'이라고 하더군요. 미국과 캐나다의 관계가 애증이 교차하는 관계라고 합니다.

영어를 공부하러 왔지만, 동시에 그 나라의 문화를 배우고 다양성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큰 소득입니다. 캐나다에서의 하루하루가 저에게는 새로운 문화를 배우고 익히는 너무도 값진 시간들이기 때문입니다.

왜 사람들이 좀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기를 원하는지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좀더 넓은 곳에서 좀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울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캐나다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갔을 때, 과연 저는 얼마나 더넓고 큰 사람이 되어 있을까요? 예전의 저와는 분명 다른 모습이기를 조심스레 바래봅니다.


"I am Canadian"


다음은 "I am Canadian" 광고의 전문입니다.

Hey. I'm not a lumber jack or a fur trader. I don't live in an igloo, eat blubber or own a dogsled; and I don't know Jimmy, Sally or Susie from Canada-although I'm certain ther're really really nice. I have a prime minister not a president; I speak English and French not American; and I pronounce it "about" not "a boot". I can proudly sew my country's flag on my backpack. I believe in peacekeeping not policing; diversity not assimilation; and that the beaver is a truly noble animal. A toque is a hat; a chesterfield is a couch; and it's pronounced "zed" not "zee"-"zed". Canada is the second largest landmass, the first nation of hockey and the best part of North America. My name is Joe and I am Canadian. Thank you.



지난 주 수업시간에는 큰 프로젝트가 있었습니다. 이름하야 '비즈니스 프로젝트'였는데, 한 명이 혹은 한 팀이 가상의 회사를 설립하여 다른 학생들에게 그 회사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을 하고, 그 회사에 대한 의견을 청중들에게 묻는 것이었죠.

저는 제 친구와 함께 가상의 인터넷 회사를 설립하기로 하였습니다. 제 주변의 많은 친구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많은 대학생들이 졸업 후 무슨 직업을 가져야 할지, 내가 진정으로 하고싶은 일은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인터넷 시뮬레이션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일정 기간 사이버 세계에서 원하는 직업으로 살아볼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현실 상으로는 이 세계에 존재하는 수많은 직업들을 프로그램으로 일일이 만드는 일이 보통 복잡하고 힘든 일이 아니겠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단지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보는 것일 뿐이니까요.

이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현재 다니고 있는 학교의 영어연수 프로그램의 목적은 학생들의 영어회화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단지 학생들의 영어회화 능력만을 보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얼마나 학생들이 창의적인 발상을 하는지, 그런 능력까지도 가늠해 볼 수 있는 것이지요.

매일매일 학교 수업을 들으면서 저는 이곳에서의 토론 수업과 한국에서 제가 받았던 수업을 자주 비교하게 됩니다. 이곳에서는 정해진 주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토론하는 수업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것 또한 중요하게 생각하지요.

남들 앞에서 발표하기를 수줍어하는 학생들에게 발표 수업이란 여간 힘들고 두려운 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 학생들을 위해서 이곳에서는 자연스럽게 테이블을 옮겨가면서 여러 친구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도록 지시하지요. 반드시 앞에 나가서 목청을 가다듬고 "여러분,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라고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자연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면서 토론을 이끌어 가는 것이지요.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재미있는 일을 경험했습니다.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친구들과 만나가며 오랜 기간 준비를 해야합니다. 어찌 보면 상당히 귀찮고 성가신 작업이지요. 제가 이런 일들이 조금은 귀찮다며 저의 가족들에게 불평을 늘어놓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습니다. 너무도 쉽고 재미있는 작업이라는 것이지요.

신기했던 점은 저 뿐만이 아니라 함께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는 한국 학생들을 비롯한 일본 학생들까지도 같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주입식 교육과 하룻밤의 벼락치기가 통하는 한국과 일본 학생들에게 장기간 동안 창의력을 요하는 이런 작업은 익숙하지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대화를 유도하면서 함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토론수업이 활성화된 이곳. 무작정 암기도, 하룻밤 벼락치기도 아닌 꾸준한 성실함만이 통하는 이곳의 수업을 접하면서 한국에서의 시간들이 떠올라 쓴웃음이 나왔습니다.

중학교 영어시간에 "하우 아 유(어떻게 지내니)?" 에는 "파인, 땡큐. 앤드 유(좋아. 고마워. 너는 어때)?" 라고 대답해야 한다고 배웠지요. 며칠 전, 제 친구가 곤란한 상황에 처해있는데 "아 유 오케이(너 괜찮니)?"라고 물은 외국인의 대답에 "파인, 땡큐. 앤드 유?" 라고 대답했다는 친구의 얘기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주었습니다.

이제는 한국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학생 개개인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고 그런 수업이 일상에서도 자연스럽게 연계되어야 하겠지요. 이곳에서는 하루하루의 수업이 저를 들뜨게 합니다. 내일은 또 어떤 수업으로 저의 호기심을 자극할지 기대가 됩니다.

2004/02/02 오전 11:49
ⓒ 2004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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