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해에 있어서 실존주의의 두 지평과 가브리엘 마르셀의 상호주관성
이 명 곤 (제주대)
<한글요약>
실존주의에서 ‘무신론적 실존주의’와 ‘유신론적 실존주의’는 동일하게 ‘실존이 본질에 앞선다’는 출발점을 지니고 있으며, 동일하게 휴머니즘을 지향하고 있지만 서로 다른 두 얼굴을 지니고 있다. 인간에 대한 일체의 ‘일반적인’ 혹은 ‘보편적인’ 관념을 규정할 수 없으며, 인간의 본질은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르트르에게 있어서 신에 대한 부정은 필연적인 것이다. 신 중심의 사유를 부정하고 나아가 인간의 개별적이고 실존적인 자유를 억압하는 일체의 ‘유형화’와 ‘이데올로기적인 것’을 부정하고 있는 사르트르에게 있어서 인간이 추구해야할 가장 소중한 가치는 ‘자유’이다. 그에게 있어서 경험적 자아에 앞서는 초월적인 주관이라는 것도 자아가 성립하기 위한 가능성의 조건으로서만 의미가 있을 뿐 개별자에 대한 어떠한 실체화도 있을 수가 없다. 이러한 사르트르의 사유에서 ‘타인’과의 실존적인 소통은 불가능한 것이며, 인간실존의 근원적 상황은 고독과 불안처럼 나타난다. 반면 가브리엘 마르셀은 인간의 실존을 분석함에 있어서 ‘소통의 갈망’과 하나의 ‘역설적인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이 역설은 자유의 박탈감을 체험하는 것이 곧 ‘자유롭고자 갈망하는 것’이다. 가브리엘 마르셀에게 있어서 자유란 곧 자신의 실현이라는 것을 의미하기에 개별자의 실체성은 부정될 수 없으며, 개별자의 실체성을 파괴하는 모든 유형적, 이데올로기적 문화를 비판하고 있다. 실존에 선행하는 본질이 있을 수 없기에 개별자의 실체성(본질)은 실존적인 삶을 통해서 실현되어야 하는 것이며, 따라서 나에 대한 앎은 곧 너와의 관계성 속에서 가능하다. 즉 인간은 근원적으로 ‘너’와의 관계성을 통해서 ‘나’를 알고 ‘나 자신인 것’을 형성해가는 존재이다. 바로 이러한 특성이 ‘상호-주관적 특성(le caractère inter-subjectif)’이다. 이러한 상호주관적 특성은 사르트르의 무신론적인 실존주의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며, 신을 긍정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인간실존의 ‘상호주관적 특성’은 절대적인 너를 요청하며, 절대자와의 어떤 상호적인 관여는 불안과 비극의 현대적 상황 안에서도 ‘희망’을 가지게 하고, 형제적 사랑을 가능하게 한다.
주제어 : 실존주의, 휴머니즘, 자유, 관계성, 상호주관성.
논문집 : <동서철학연구, 제68호, 2013, 06, pp. 135-1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