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철학적 개념들

'인간이 만물의 척도'라는 공허한 명제

작성자보스꼬|작성시간20.06.17|조회수841 목록 댓글 0

프로타고라스의 인간은 만물의 척도라는 공허한 명제

 

   희랍철학의 소피스트들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사람을 들라면 프로타고라스일 것이다. 그는 인간이 만물의 척도라는 유명한 명제를 남긴 철학자이다. 신성한 것 혹은 절대적인 것으로부터 진리와 가치의 명성을 빼앗아 인간의 손에 넘겨준 사람이 프로타고라스이다. 언뜻 보기엔 프로타고라스는 매우 휴머니즘적인 철학자이며 진정한 철학적 사유를 시작한 것 같이 보인다. 하지만 인간이 만물의 척도라는 이 형식이 무엇을 의미할 수 있는 것인지 그 형식자체의 모호성에 대해 유의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만물의 척도가 되는 것이 일반성의 차원에서 취해진 인간성혹은 인간의 본성을 말하는 것인지, 즉 모든 인간에게 공통되는 일종의 보편성을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고유한 자신만의 자아와 개성 그리고 인격을 소유한 개개인을 말하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각각의 개별적인 개인의 의식 안에 그들이 진실하다면 모든 판단의 기준이 되는 척도가 있는가?’ 하는 문제는 차후로 미루더라도 일단 척도가 되는 인간이 일반성 혹은 보편성과 개별성 모두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왜냐하면 사실상 모든 인간 안에는 다양한 가치들 사이에 서로 공감하고 긍정할 수 있는 그리하여 특정한 가치를 공유하는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한 사회공동체 안에는 모두가 일치하는 어떤 동일한 가치기준이 있으며, 또한 서로 비교가 불가한 독창적이고 약분할 수 없는 개별적인 요소들도 분명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만일 모든 판단의 척도가 보편적인 인간성에 있다고 하든지 또한 각자의 고유한 개별성에 있다고 하든지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가령 판단의 척도가 일반성을 의미하는 인간 본성에 있다고 강조할 경우에는 인본주의로 나아가가게 되겠지만, 개별성을 무시하는 전체주의적 경향성을 띨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인간성을 의미하는 일반성이 사람에 따라서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 경우 결국 진리나 가치는 상대주의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무엇이 보다 가치 있는 것인가?’하는 문제가 인간성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견해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반면 만일 판단의 척도를 각자가 지닌 개별성에 둔다고 한다면 이는 명백히 개인주의나 회의주의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서 회의론은 각 개인에게 진실과 가치감정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와 같은 진실과 가치가 다른 사람들한테도 동일하게 발생하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 전혀 알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모두에게 공통된 것과 각자에게 고유한 것 사이의 구별에 있어서 우리 자신에게 고유한 그 진실을 진실로 판단하는 척도가 무엇인가에 대해 일치를 가지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에 있다. 인간본성의 차원에서 모두에게 공통되는 일반성으로 개별자를 판단할 수도 없고, 또한 전혀 알 수 없는 타인의 개별성을 나의 개별성으로 판단할 수도 없다. 결국 자기 스스로 자기 자신의 판단의 척도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인데, 이 경우 진실과 가치의 문제는 지극히 개인주의적이고 회의주의적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따라서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 보면 인간이 만물의 척도라는 프로타고라스의 명제는 매우 공허하고 모호한 진술인 것을 알 수 있다. 사실상 이 명제가 의미가 있으려면 무엇이 인류를 대변하는 유일한 하나의 인간성이란 것이 있다는 한에서, 혹은 모든 인류가 유일한 하나의 인간개념에 동의를 한다는 한에서 의미가 있을 뿐이다. 아니면 인간성을 규정하는 힘 있는 그 사람이 혹은 일군의 사람들이 곧 만물의 척도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반면 만일 만물의 척도가 타인과 다른 고유한 개별성을 가진 각자를 의미한다면, 만인이 각자 자신만의 만물의 척도를 가지고 있다는 절대적 상대주의를 의미하는 것이거나, 공허한 말이 되어 버린다. 척도란 다양하고 개별적인 것들이 지표모델로 삼을 수 있는 그 무엇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자신만의 고유한 척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더 이상 척도라고 할 수 없으며, 다만 자신만의 기호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소피스트들은 인간이 만물의 척도라는 대 전제 하에 기존의 모든 보편적인 법칙이나 가치를 부정하고, 궤변을 통해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무엇이고 새롭게 정립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인간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봄이 가고 여름이 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으며, 태양이 빛나지 못하게 막을 수도 없다. 거짓으로 성공한 사람을 의롭다 할 수 없고, 암에 걸린 사람을 건강하다고 할 수도 없다. 독재자를 성군이라 말할 수 없으며, 볼 수도 체험될 수도 없는 것을 있다거나 없다고 말할 수도 없다. 이 세상에는 수많은 척도가 있을 수 있다. 그 중에는 자연이 척도가 되는 것도 있고, 인간이 척도가 되는 것도 있고, 개인이 척도가 되는 것도 있고, 또 인간을 초월하는 그 무엇이 척도가 되는 것도 분명 있을 수밖에 없다.



=모네 : 수련=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