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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이야기

내가 본 프랑스인 / 복지국가의 전제조건 2

작성자보스꼬|작성시간19.09.25|조회수332 목록 댓글 0

내가 본 프랑스인 / 복지국가의 전제조건 2 / 기회의 균등과 전문성

 

   파리1대학 철학과에서 박사과정 이전에 있는 DEA과정을 공부하고 있을 때였다. 한 여학생이 그랑제꼴이란 대학에서 우리학과로 편입을 해 왔다. 편입을 한 학생이어서 약간은 낯설어 했고 또 내성적이어서 금방 친구를 사귀지 못하고 있었다. 나 역시 외국인 학생이라 약간은 동병상련을 느껴서 다가갔다. 특히 말로만 듣던 그랑제꼴이란 학교가 어떤 학교인지, 그리고 그 좋은 대학을 그만두고 일반대학으로 편입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였다. 그리고 그 여학생을 통해 나는 프랑스인들의 합리적인 정신과 전통이나 진정한 권위에 대한 존중의 정신을 알 수 있었다.

   프랑스의 대학제도는 특이하다. 6개의 가톨릭 대학을 제외하면 전국의 모든 대학들이 원칙적으로 국립대학이며, 모두 평준화되어 있다. 파리에 있는 대학은 모두 파리대학이며, 파리1대학, 파리2대학, 파리3대학.... 파리 16대학 등으로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리옹도시에 있는 모든 대학도 리용1대학’ ‘리옹2대학이렇게 구성되고, 보르도에 있는 모든 대학도 보르도1대학’ ‘보르도2대학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소르본 대학이니, ‘파스퇴르 대학이니 하는 개별적인 이름도 있고, 이러한 이름에 따라서 명문학교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이는 모두 심정적이고 문화적인 의미이지 법적으로 형식적으로 모든 대학은 다 동등하다. 대입시험인 바까롤레아 시험을 통과한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대학 원하는 과에 선택 지원할 수가 있다. 한 마디로 기회의 균등이 아주 잘 이루어져 있다.

   반면 프랑스에는 유럽최고의 아니 세계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천재학교가 있다. ‘그랑제꼴(Grandes Écoles)’이라 불리는 학교이다. 이 학교는 전국고등학생 중 상위 4%정도만이 지원할 수 있는 학교이다. 경쟁도 아주 치열하여 평균 61의 경쟁률을 기록한다고 한다. 프랑스의 국시가 자유, 평등, 박애임을 감안하면 이상하다. 평등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엘리트들만이 갈 수 있는 천재학교를 수용한다는 것이 납득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여학생의 생각은 달랐다.

   그곳은 아주 높은 학업능력을 지닌 학생들이 들어와서 일반대학생들보다는 약 배정도의 공부를 한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기숙학교이며, 학교의 규율도 매우 엄격하다고 했다. 자신은 파리 고등사범학교라는 그랑제꼴을 다녔는데, 그 외 파리 이공대학’ ‘국립행정학교등의 그랑제꼴이 있으며, 이들은 전공분야의 공부 뿐 아니라, 전공과 관련된 행정, 입법, 국제환경 등 전반적인 부분에서 매우 많은 학습을 해야 하고, 나아가 자신이 원하는 외국어도 최소한 2개 이상은 마스트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 이유는 그랑제꼴을 졸업한 사람들은 대개 고위공직자로 나아가기 때문이라고 했다. 특히 경제부 장관이 되려면 그랑제꼴 경제학부를 나오지 않으면 안된다는 격언이 있을 정도로 그랑제꼴을 나오면 자신의 진로가 이미 대충 정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위공직자가 되려면 자신의 분야에 대한 탁월한 식견뿐만 아니라 유럽공동체라는 상황에서 다양한 외국어 구사능력 그리고 국제관계에 대한 해박한 지식 그리고 행정에 대한 법적인 문제 등 다방면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랑제꼴 중 하나인 '파리고등사범학교' 정문의 모습>

 

 

   나아가 이들이 신경을 쓰는 것은 전문적 지식뿐만이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존중을 받을 만한 인성을 기르는 것이라고 했다. 문학서적 철학서적을 읽고 명상의 시간을 가지며, 다양한 단체생활이나 국제적 행사에 참여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어떤 타국의 정치인들을 만나거나 관계를 가질 때 손색이 없도록 인격적인 면도 세심하게 교육하고 배운다고 했다. 바로 이러한 탁월한 전문성과 인성을 갖춘 사람들이 그리고 이를 위해서 젊은 시절을 모두 희생한 사람들이 프랑스를 이끌어가는 고위공직자에 임명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전혀 평등을 해치는 일이 아니라고 했다. 자신이 일반대학으로 편입한 이유는 자신은 미래의 고위공직자가 되기 위해서 젊음을 모두 빼앗기는 것이 싫었고 또 순수하게 철학을 공부하는 것을 원했을 뿐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그랑제꼴에서 젊음을 바치고 있는 학생들을 존중하고 그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고 했다. 이렇게 젊은 시절부터 고위 공직자가 되기 위한 모든 것을 습득하기에 프랑스에는 장관임명청문회라는 것이 거의 필요 없다고 했다. 이렇게 방대한 지식과 철저한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기에 그들의 결과 또한 놀랍다고 했다. ‘파리 고등사범학교에서만 지금까지 총 12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였다고 했다.

   일반 시민들은 가급적 평등을 지향하지만 또한 국제사회에서 선두주자가 되기 위해서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을 어릴적부터 길러내고 또 국민들은 그들에 대한 기대와 성원을 보내고 그들이 가진 능력들을 국가를 위해서 헌신하도록 존중을 보낸다는 것은 참으로 합리적인 사유이고 또 현명한 처사라고 생각되었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어떻게 의미를 부여하든 천재학교라는 것은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가! 라고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차피 절대적인 평등이 이루어 질 수 없다면, 특정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의 특권을 허락하고 그들로 하여금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훨씬 현명하고 실제적인 평등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특히 국민이 정치가나 공직자들을 신뢰할 수 있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고위공직자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국가와 국민을 위해 최고의 실력을 보여줄 수 있고 인성이 잘 형성된 전문가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그들의 사고방식은 참으로 배울만한 것이라 생각되었다.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이러한 국민적인 신뢰를 갖추는것, 이것이 바로 프랑스인들이 수입의 60%넘는 돈을 세금으로 낼 수 있는 토대가 이닌가 생각되었다 . 전문성이나 인격성 보다는 정치적 코드나 지연이나 학연을 중심으로 고위공직에 임명하는 한국의 문화적 풍토는 국가경쟁력이란 차원에서 매우 취약하다. 국가를 이끌어가고 세계화 속에서 선두주자가 되기를 원하는 것이 현대의 모든 국가들이 원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러한 프랑스 인들의 합리적이고 전문성을 존중하는 풍토는 참으로 배울만한 것이라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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