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명록
신해욱
옆집의 주소로
하얀 가발과
제2의 얼굴이 왔다.
나와 똑같은 인간으로 가득 찬 세계에서 온
초대였다.
그렇다면
세수를 해야 한다.
*
세수를 한 얼굴로서
나는 옆집을 찾는다.
다음엔 문지방을 밟은 채로
제2의 얼굴에
하얀 가발을 쓰고
난색을 표한다.
" 사실 나는 다른 사람이야."
*
바로 뒤에서
얼굴이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우리 집에 가자.
우리 집에는
이름이 아주 많아.
─신해욱 『 생물성 』 중에서. 2009년. 문학과 지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