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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좋은시

이 모든 것이 여름같이 생겼다고 생각했다 / 안태운

작성자김은우|작성시간22.06.18|조회수44 목록 댓글 0

이 모든 것이 여름같이 생겼다고 생각했다

​안태운

 

 

밤에는 산책했다. 어제처럼. 이미 벌어진 일들을 다시 하고 있다는 기분으로. 이곳에 살던 사람들을 추측하면서. 나는 이 동네에서 오래 살았다. 살아서 또 산책을 한다. 한산한 곳을 바라보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여름같이 생겼으므로. 나는 걷는다. 걷고 있었다. 모퉁이를 돌고 있었다. 그러자 그곳에는 있었던 것이 사라졌다. 움푹 파여 있다. 그것은 분수대였고 그곳엔 구덩이만 홀로 남아 있다. 접근 금지 테이프가 둘러져 있다. 사람들은 지나친다. 나는 걷는다. 사람들을 따라서. 빈 곳을. 붕괴되어 사라진 한곳을 돌아보면서. 그러면서 걷고 있었다. 여름은 변주되고 있었다. 걸을 때마다 붐비는 것들이 있다. 집적되는 것들이 있다. 도시는 발광한다. 나는 경관을 둘러보며 거리에 나와 있다. 도로변으로 빠져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지니다니는 틈으로 또 한 사람이 앉아 있었다. 홀로 운다. 도드라져 있다. 앉아서 울고 있다. 나는 본다. 다른 사람들도 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지나친다. 그 사람에게 접근하지 못한다. 멀어지고 있다. 나는 뒤를 돌아본다. 돌아보고 있었다. 당신은 여기 있어선 안 됩니다. 다시 걷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이 모든 것이 여름같이 생겼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계속 걷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여름이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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