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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좋은시

성적 취향 / 양애경

작성자김은우|작성시간22.07.04|조회수34 목록 댓글 0
성적 취향

양애경



내가 자기에게 안 넘어온다고
저거 저거 동성애자 아니야? 라고
무리 속에서 힐끔대며
입술 비쭉거리던 남자가 있었어
1명도 아니었던 것 같아

자기한테 매력 못 느낀다고
왜 내가 동성애자가 되어야 한담
세상에 멋진 남자가 없는 것도 아닌데

시간이 안 맞더라고
어떤 사람은 나보다 너무 일찍 태어났고
어떤 사람은 나보다 너무 늦게 태어났어
안 그러면 벌써 아내가 있었지
평생 아버지를 유혹하는 여자들을 원망하는 엄마의 말에 귀가 물러질 지경이었으므로
아내 있는 남자는 남자로 보면 안 됐지

(멋진 사람은 역시 멋진 사람이라
마음이 내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당신은 아니야, 라는 표시를 내면
자신 있는 남자들은 푸우~ 웃고 그냥 가지만
어떤 남자는 ‘늙은 X이~’ 하더라구
어차피 여자가 남자보다 10년은 더 사는데 뭐 그리 젊은 여자가 필요하단 건지 모르겠지만
각자의 취향이긴 하지

나이 들어 좋은 일 하나는
호르몬이
내게 엉뚱한 짓을 시키는 일이 없어졌다는 것
그래도, 장담은 말아야겠지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서 인생이 재미있는 거잖아



—계간 《시인수첩》 2022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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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애경 / 1956년 서울 출생. 1982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불이 있는 몇 개의 풍경』 『사랑의 예감』 『바닥이 나를 받아주네』 『내가 암늑대라면』 『맛을 보다』 『읽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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