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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좋은시

계약직 / 박은지

작성자김은우|작성시간22.10.09|조회수35 목록 댓글 0

계약직

​박은지

마운트 프로스펙트에는 잘 도착하셨나요

미시간 호수를 유영하는 뒷모습 잘 보았습니다

여전히 곱슬곱슬하고 건강한 머리칼

이따금 낯선 과거가 부풀어 오를 때면

막 업무를 시작한 선생님을 떠올립니다

살얼음 맺힌 머리칼을요

우리는 매일 점심을 함께 먹고

뒤바뀌는 배경을 함께 걸었지요

호기롭게 후식에 열중하기도 하고요

2인용 차량에 셋이 올라타 깔깔대는 게 좋았어요

아무도 울지 않았지만 몸은 잠기고

셋이서 함께하는 몸부림은 수중발레 같기도 했어요

즐거웠지요 파티션 너머로 서로의 배경이 되며

계약은 약을 삼키게 했지만

병환에 대해 아무도 묻지 않는 게 좋았어요

아침엔 살고 저녁엔 사라지는 일에 대해

아무것도 묻지 않는 게 약이었어요

선생님 마운트 프로스펙트는 어떤가요

그곳에는 선생님을 붙잡는 것들이 있나요

제 약이 떨어져 갑니다

그래도 우리 가끔 동료였지요?

야유회 가는 길에 보았던 안개

눈을 떠도 감아도 하얗던 그 길

그 길에서 함께 찍은 사진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누가 누구인지 아니 누가 있긴 있는 건지

아무리 들여다봐도 알 수가 없어요

그곳에선 길 너머를 볼 수 있나요

서로에게 별명을 주렁주렁 걸어 주며

웃음소리를 선물하던 그런 시간이 그곳에도 있나요

선생님, 그러니까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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