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직
박은지
마운트 프로스펙트에는 잘 도착하셨나요
미시간 호수를 유영하는 뒷모습 잘 보았습니다
여전히 곱슬곱슬하고 건강한 머리칼
이따금 낯선 과거가 부풀어 오를 때면
막 업무를 시작한 선생님을 떠올립니다
살얼음 맺힌 머리칼을요
우리는 매일 점심을 함께 먹고
뒤바뀌는 배경을 함께 걸었지요
호기롭게 후식에 열중하기도 하고요
2인용 차량에 셋이 올라타 깔깔대는 게 좋았어요
아무도 울지 않았지만 몸은 잠기고
셋이서 함께하는 몸부림은 수중발레 같기도 했어요
즐거웠지요 파티션 너머로 서로의 배경이 되며
계약은 약을 삼키게 했지만
병환에 대해 아무도 묻지 않는 게 좋았어요
아침엔 살고 저녁엔 사라지는 일에 대해
아무것도 묻지 않는 게 약이었어요
선생님 마운트 프로스펙트는 어떤가요
그곳에는 선생님을 붙잡는 것들이 있나요
제 약이 떨어져 갑니다
그래도 우리 가끔 동료였지요?
야유회 가는 길에 보았던 안개
눈을 떠도 감아도 하얗던 그 길
그 길에서 함께 찍은 사진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누가 누구인지 아니 누가 있긴 있는 건지
아무리 들여다봐도 알 수가 없어요
그곳에선 길 너머를 볼 수 있나요
서로에게 별명을 주렁주렁 걸어 주며
웃음소리를 선물하던 그런 시간이 그곳에도 있나요
선생님, 그러니까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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