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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보고

북알프스 산행보고

작성자박지훈|작성시간12.08.22|조회수111 목록 댓글 4

8월 11일 - 8월 15일

최웅림(77), 김봉철(77), 이 찬(78), 박영목(80), 채승진(81), 박지훈(87), 한정림(92), 김이수(사대 76), 김연수(87), 최 웅(97)

8월 11일

07:00 공항집결

13:15 나고야 공항에서 버스출발

14:40 나가라가와 고속도로 휴게소-중식

17:30 히라유터미널 도착

17:50 가스버스로 갈아타고 가미고지로 출발

18:35 가미코지 도착

모두 정시에 공항에 도착, 탑승 수속. 오랜만에 또 설레인다. 나에게 있어서 북알프스는 20년 전의 며칠간의 안타까운 사랑과의 재회이다. 1992년 재학생 시절 70리터 배낭을 매고 올랐던 북알프스 였는데 이번엔 40리터 배낭을 매고 오른다. 비행기에 올라 20년전의 기억을 되살려 보려 했는데 너무 오래전이라 그림들이 다 파편화 되어있고 전체적인 파노라마가 이어지지가 않는다. 그때는 북-남 능선종주였는데 이번 산행은 가미고지에서 야리가다케로 올라 다시 남쪽 오쿠 호다카다케(3190m)로 돌아오는 코스이다. 이번 산행은 혜초여행사에서 에이젼트를 담당하였고 발권업무 및 행정업무 그리고 산행가이드 업무를 이진영 상무(수원대 85)가 맡아주었다.

나고야 공항에 도착, 예약된 버스를 타고 바로 출발한다. 대형 버스에 우리 팀과 연맹 15기팀이 같이 이동했다. 버스 안에서 멤버들을 소개하고 어색함을 덜어낸다. 나가라가와 휴게소에서 준비된 점심을 먹었다. 첫 번째 일본식사는 라멘...나는 라멘을 너무 좋아한다. 각 지방, 도시마다 특별한 라멘이 있는데 이 고속도로 라멘은 좀 짬뽕같다. 고속도로 음식이니까 그렇겠지....ㅎㅎ

히라유터미널에 도착해서 가스를 연료로 하는 버스로 갈아탄다. 공원에서 대기환경을 위해서 일반연료를 쓰는 차량을 공원 구역내에 출입을 금지한단다.

오늘은 가미코오지에서 1박을 한다. 산장이라기 보다는 방갈로/펜션 같은 시설에 가깝고 식당도 무지 크다. 설악산으로 치면 설악동이나 와선대쯤 되는 위치의 시설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 옛날 설악동 호텔에는 나이트 클럽도 있었는데 여긴 그런 시설은 없는것 같다. 날씨도 청명해서 내일 산행이 기대된다.

8월 12일

06:30 조식

07:30 출발

10:30 요코오산장 휴식 및 간식

12:30 야리사와 산장 중식

18:30 야리가다케(3180m) 산장 도착

아침을 맛있게 먹고 출발한다. 날씨가 완전 좋다. 나는 심지어 반바지를 입었다. 날씨가 끝까지 좋아서 야리가다께 산장 직전까지 반바지 때문에 한기를 느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오늘 산행 전반은 각도가 거의 없는 길을 걷게되고 야리사와 산장을 지나면서 본격적으로 고도를 올리게 되어있다. 너른 계곡길을 끊임없이 오르면서 천불동 계곡 생각이 자꾸 난다. 요코오 산장을 지나서 휴식을 취했다. 아이스크림도 먹고 간식도 먹고... 아직 까지는 산장이라는 느낌 보다는 위락시설이라는 느낌이다. 많은 등산객과 여행객들이 섞여서 각자 휴식을 취하고 있다. 완만한 길을 계속 가다가 야리사와 산장에 도착했다. 여기서 벤또를 까먹고 휴식을 취하고 산장앞에 설치된 망원경으로 저....멀리 야리가다께 정상을 관망하고...이제 우리가 가는 길은 계곡에서 조금씩 멀어지면서 능선과 빙하로 이어진다. 덩치가 큰 산을 오를 때 좋은 점은 시야가 확 트인다는 점이다. 동시에 나쁜 점은 눈 앞에 빤히 보이는 포인트가 아무리 걸어도 내 앞에 나타나지 않는 다는 거다. 야리가다께로 이어지는 길은 이렇게 훤하게 드러나 있는데도 그 ‘가도가도 끝이없는 외로운길 나그네길(김현식의 이별의 종착역)...’이다. 고도가 높아지고 경사가 급해지면서 휴식도 잦아지고 속도 또한 조금씩 느려진다. 나랑 같이 있던 연수는 호흡이 약간 거칠어지는 증상을 겪는다. 쉬엄쉬엄 가라는 네판의 셀파 말이 자꾸 생각난다. “비쓰따레..비쓰따레...” 고도가 3000미터에 가까워 진 상황에서 쓸데없는 일로 괜히 흥분하거나 급히 움직이면 반드시 ‘훅’가게 되어있다.

모두 무사히 야리가다께 산장에 도착했다. 헐레벌떡 저녁을 먹고 숙소에서 몸을 추스르는데 모두들 피곤해서 인지 이른 시간인데도 잠을 청하는 것 같다. 나는 15기 형들 2,3분이 술먹는데 꼽사리껴서 술 몇잔 더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8월 13일

04:00 기상

04:30 야리가다케 정상 (이찬, 박지훈, 최웅)

05:00 산장도착

05:30 조식

06:40 출발

09:40 미나미다케 산장

10:30 미나미다케 - 하산

14:00 야리사와 산장

17:40 요코오산장 도착

야리가다께 정상을 오르기 위해 4시에 기상을 했다. 오를 의사가 있는 사람만 가기고 했는데 다들 피곤해서 좀 처럼 몸을 추스르지 못한다. 나도 더 자고 싶긴 했지만 옷을 챙겨입었다. 최웅군을 깨웠다. 이렇게 훌륭한 산행 경험은 언제나 오지 않기 때문에 데려가야 했다. 해 뜨기 전 묘한 긴장감을 가지고 오르는 산행이 나는 개인적으로 좋다. 아주 신선한 회를 먹는 기분이다. 연맹 15기 팀과 우리팀 세명, 이마등을 켜고 야리가다께, 말 그대로 창 끝을 향한다. 철 계단과 밧줄 철 사다리, 약간 미끄러워진 바위면을 거쳐 정상에 오르니..........아무것도 안 보인다. 어제 날씨는 100점 만점에 99점 이었는데 오늘은 새벽부터 조짐이 심상치 않다. 5시에 다시 산장으로 돌아와 식사를 하고 출발준비를 하는데 산장에 있던 많은 팀들이 산행을 포기한다. 비바람이 너무 심하다.

우리는 일단 산행을 계획대로 진행한다. 나는 20년만의 북알프스 산행을 뽀송뽀송하게 해보렬구(20년 전 기억은 춥고 축축했다는 기억밖에 없으므로) 자켓도 새로 사고 방수제 처리도 하고 신발에도 방수제 떡칠을 하고 왔다. 방..수..----니미 뿡이다.

야리가다께 출발 한시간도 안되서 빤스에 물차기 시작한다.

서쪽에서부터 부는 비바람이 너무 강력하다. 고어텍스가 아니라 고어텍스 할배가 와도 이 물난리는 피해갈 수 없으리...

신기하게도 능선의 동쪽으로 2미터만 내려가 피하면 지옥이 천국으로 바뀐다. 나카다케(中岳)를 지날 때쯤 멘붕은 점점 심해졌다. 하지만 나는 힘들게 오랜만에 온 북알프스 종주를 마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가자가자가자!!!!!!

미나미다케를 지나 미나미다케 산장에 도착했다. 다들 젖은 몸과 젖은 마음 젖은 옷을 말리느라 정신이 없다. 이진영 상무는 ‘대책’을 모색하느라 분주하다. 여기저기 전화도 하고 무전도 하면서 상황을 정리하고 있다. 사람들은 차도 마시고 커피도 마시고 하면서 각자 몸을 추스르고 있는데...산장 문에 이런 글귀가 써 있는게 보인다. “산장 휴식 일인당 100엔”.

생각을 해보니까 우리 수십명 모두 그 100엔을 지불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산장 관리인 ‘새끼’가 “한국인 등산객들 모두 나가주시기 바랍니다. 이것은 민폐입니다”라고 지랄을 했다. 그때는 정신이 없어서 모두들 그냥 주섬주섬 챙겨서 산장을 나섰는데..생각해보니까 참 어처구니 없다. 산장은 위락시설 이전에 기상상태에 따라서 대피공간으로서의 기능을 해야 하는 것이고 그 때의 상황은 분명히 비상상황 이었다. 그러한 환경에서 우리가 매우 이성적이지 못했던 것은 분명히 자연발생적인 이유가 있었던 것이고 산장관리인은 이런 상황을 수도 없이 경험했을 터 인데, 100엔을 안 지불하고 시간을 죽였다는 이유로 그런 국제적인 ‘민폐’를 깨쳤다니...정말 황당하기 짝이 없다. 경황없는 사람들을 진정시키고 정중하게 일인당 100엔을 지불하라고 요청해도 우리는 충분히 그것을 이해했을 것이다. “한국인들 모두 나가 주세요” -----이게 할 소리냐고???

미나미다케 관리직원 니기미 뿡 데쓰 조까라 마이싱 데쓰 지미 보오지 데쓰다.

 

 

2부---------------------------

 

10시 40분, 기상상태가 너무 안 좋다. 이대로 이 인원이 움직이면 ‘확률상’ 사고가 날 것이 분명하므로 하산을 결정했다. 대원 중 일부는 벌써 약간의 하이퍼떠미아 (hypothermia) 증세를 겪는 듯 하다. 이럴 때는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다시 미나미다케로 후퇴한 후, 텡구하라 (天拘源) 방향으로 하산을 했다. 북동쪽으로 방향을 잡아 하산하니까 고도가 낮아지면서 완연하게 비바람이 잦아든다. 암릉 분위기가 계속 이어지다가 빙하지대가 나올 무렵 수목환경도 변하면서 길도 완만해 진다. 무전을 통해서 오늘은 요코오산장에서 숙박을 할 것이란 정보를 확인하고, 기상상태도 최악을 벗어나니 긴장감이 조금씩 풀린다. 그러다 보니 선두와 후미의 간격이 많이 벌어진다. 나는 발목이 아파서 고생하는 정림이와 무릎특공대 봉철이 형님을 챙기느라 가장 후미에 쳐져서 운행을 했다. 텡구하라/야리가다케 갈림길을 지나 3,40분 정도 내려가다가 무전으로 선두를 확인하니 선두는 이미 야리사와 롯지에서 우동을 먹고 있다고 한다.

우리 후미팀도 점심 시간도 지났고 지쳤고 야리사와 까지는 좀 멀고 해서 ‘나의(나중에 형들이 저를 면피시킬려고 자기 결정이었다고 했지만...)’ 결정으로 버너와 라면을 이용해서 우리식의 중식/휴식을 하기로 한다. 계곡에 자리를 잡았다. 사람들 잘 안보이는 곳에 숨어있었는데도 지나가는 사람 하나가 “거기 등산로 아닙니다!”라고 잔소리를 하며 지나간다. 원래 절대로 지정된 지역 이외에서, 특히 계곡에 들어가 취사를 하면 안되지만 ‘아 몰라...배째!!!’ 라면도 먹고 대나무 잎에 곱게 포장된 벤또도 먹고 술도 먹고...아 진짜 이번 산행 시작하고 거의 첫 번째 유유자적이다. 나중에 확인한 사실인데, 이진영 상무는 야리사와에서 우동을 주문하고 요코오 산장으로 급히 내려갔고 (무전기가 이진영 상무에게 있었음) 나머지 멤버 일부는 최 후미 팀이 너무 안와서 계속 기다렸다고 한다. 윤수형은 한참을 올라와서 기다리고 있다가 우리가 오는 것을 보고 내려갔다. 요코오 산장에 5시 40분이 돼서 도착했다. 아이고....하산이 이렇게 빡셀 줄이야....

그런데

산장에 목욕탕이 있다!!!

주섬주섬 챙겨서 허겁지겁 목욕탕으로 뛰어 들었다. 아!!!! Heaven & Hell...............

내 몸이 설탕이었나?? 몸이 스르르르 녹는다.

버라이어티 하루가 가고 있다.

 

8월 14일

 

06:30 조식

10:30 가미코지 산장 도착 및 중식

12:40 히라유 온천 도착

19:00 나고야 도착 호텔 체크인

 

아침을 먹고 룰루랄라 룰루랄라 가미코지를 향한다. 그런데 짧은 거리가 아니다. 내려가면서 계속 “여길 어떻게 올라왔지”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의 마음은 그렇듯 간사하다.

가미코지에 도착해서 식사를 하고 남은 술 꺼내서 마시고 재정비를 한 뒤, 히라유 온천으로 향했다. 일본 온천을 올 때 마다 쪼오끔 이해가 안되는 것은 이들은 타올에 대한 개념이 우리랑 무척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는 싸우나 가면 무한정 타올이 공급되고 온몸의 물기를 싸그리 제거하고 좀 거시기한 아저씨들은 헤어드라이를 거시기와 거시기에 대고 건조 시키는 만행을 저지를 정도로 ‘건조’에 목을 맨다. 근데 얘네들은 돈을 내고 얻는 타올조차 우리로 치면 거의 설걷이 마무리 행주 수준의 스케일이고....뭐 몸이야 놔두면 알아서 마르긴 하지만....조또....문화의 차이인 것이다. 너네는 너희 식으로 살어 우리는 우리 식으로 살께!!

8월 15일

럴럴하게 일어나서 우아하게 호켈조식을 먹고 나고야성 관람을 하고 호텔로 돌아와서 다시 헤쳐모여 한 뒤 장비점을 들르고 각자 자유시간 및 자유 점심시간을 갖기로 했다. 각자 알아서 잘 보냈지만 백화점을 일부 멤버를 따라 들어간 결정은 나의 실수......

와이프 백화점 갈 때 거의 알러지 반응을 하는 내가....

왜....

이불을 꾹꾹 찔러보는..

모든 손수건을 다 찔러보는

어떤 여인과 백화점을 들어갔을까...

이번 산행에서 아쉬웠던 점은 ‘일정’이다. 매우 tight한 일정에 쫓기다 보니 중요한 상황에서 결정을 할 때 passive한 태도를 취해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팩키지 투어의 약점이 이 부분에서 드러난다. 심지어 대규모 히말라야 원정대 조차도 일정에 쫓기다 일을 그르치거나 심지어 대형사고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한다. 북알프스 산군에는 매우 조밀한 간격으로 산장들이 있고 일본인들은 절대 서두르거나 무리해서 산행을 하지 않는다. 미나미다케 산장에 우리가 허겁지겁 들어갔을때 그 산장의 숙박객들은 만화책을 보거나 차를 마시면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마음이 저----멀리 오쿠호다카다케에 가 있었지만 상황과 조건이 그 곳을 향할 수 없었다. 만약, 우리가 시간에 쫓기지 않고 그곳에서 하루를 머물 여유가 있는 상황이었다면 “한국 사람들 모두 나가 주세요!!!”라는 족(足) 같은 말을 듣지 않았을 수도 있다.

분명히 내 주머니는 1992년때의 주머니보다 훠월씬 풍족했고 일본의 산문화를 즐길 더 많은 현명함이 준비되어 있었다. 우리 모두에게는 적어도 그 정도의 풍족함은 있었을 듯 하다. 앞으로 그 풍요로움을 여유로움으로 치환시킬 수 있는 지혜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우리도 산에서 훨씬 더 많이 웃고 그 숙소가 웅장한 산장이든 쪽방 텐트이든 만화책을 보면서 낄낄 거릴 수 있는 ‘사치’를 부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시 10년 쯤 뒤에 북알프스를 간다면 나는 진짜로 멋있는 산행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리가또 고자이 마시다!!!!!

와따시와 박지훈사마 데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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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한정림 | 작성시간 12.08.22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미나미다케산장에서의 일은 도떼모 유감이므니다.
  • 작성자최웅림 | 작성시간 12.08.22 박대장! 어쨌거나 졸나 수고했고 졸라 재밌었다.
  • 작성자채승진 | 작성시간 12.08.22 기억력이 좋네. 역시 일정을 챙긴 사람이 지식도 기억도 좋은 것같아. 난 고속도로휴게소서 뭘 먹었나 기억도 안나는구만. 그 산장지기가 독도로 열받은 것 아닐까? 걔들 독도 인근에 오거든 그대로 답해주자고
  • 작성자이찬 | 작성시간 12.08.26 잘 읽었습니다.미나미케 산장지기의 폭언.시발로므스기같은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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