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 시종일관이 주는 함정
<자이가르니크 효과(Zeigarnik Effect)>
자이가르니크 효과란 끝내지 못한 일에 대한 기억이 마무리된 일보다 더 기억에 강하게 남는 것을 말한다. 이 효과를 처음 연구한 러시아의 심리학자의 이름이 자이가르니크여서 붙여진 학명이며, 그가 처음 이 효과를 생각하게 된 곳은 식당이다.
여러 테이블에서 주문도 받고 동시에 서빙까지 하는 웨이터들을 보면서 ‘이렇게나 바쁜데 어떻게 모든 주문을 빼먹지 않고 서빙 할 수 있을까?’라는 그의 의문에서 바로 자이가르니크 효과에 대한 의문점이 탄생된 것이다.
주문을 받은 테이블에 요리가 나가기 전까지 웨이터는 무언가 미완료된 주문이 남아있음을 인식한다. 그리고 모든 주문의 서빙이 완료되는 순간, 웨이터의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서빙을 완료한 주문들에 대한 기억(압박감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이 사라진다. 미완성에 대한 것은 기억하고, 완성에 대한 것은 사라지는 것이다.
자이가르니크 효과는 장기적인 상황과 단기적인 상황으로 나눠질 수 있다. 어릴 적 미안함의 표시를 하지 못했던 초등학교 친구에 대한 기억이 장기적인 상황이라면, 해야 할 일을 다 한 것 같은데 왠지 찝찝한 기분에 수첩을 봤을 때 빼먹은 일이 있던 경우는 단기적인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해야 하는 일이 남았다는 압박감과 불안감이 오래도록 축적되어 완성하지 못했던 일에 대한 기억이 뇌리에 강하게 남는 것이다.
마케팅에서도 이 자이가르니크 효과를 적용시키고 있는데, 광고를 시리즈로 제작해서 소비자로 하여금 결말을 알아야겠다고 느끼게 만드는 티져(teaser)광고가 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1972년 심리학자 자이가르니크는 다음과 같은 실험을 진행했다. 그녀는 갑, 을 두 팀으로 피실험자들을 나누어 난이도 하 정도의 동일한 수학문제를 동시에 풀게 했다. 갑 팀은 끝까지 계산하도록 하고, 을 팀은 중간에 그만하도록 명령한 다음 두 팀에게 연산문제를 기억해내도록 했다. 그 결과 을 팀의 기억력이 갑 팀보다 월등히 뛰어났다.
왜 그럴까? 사람들은 어떤 문제에 부딪히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다. 그러다 일단 문제를 해결하면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게 때문에 금세 잊어버린다. 반면 풀리지 않는 문제나 다 풀지 못한 문제는 갖은 방업을 동원해 해결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머릿속에 계속 남겨둔다. 이처럼 미해결 과제를 강하게 기억하는 심리현상을 '자이가르니크 효과'라고 한다. 사람들이 완수한 임무를 금방 잊어버리는 것은 그 임무를 완수하고자 하는 동기를 충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무를 완성하지 못하면 이 동기가 그 일을 더 강하게 기억하게 만든다.
걸핏하면 늦잠을 자는 유명 작곡가가 있었다. 하루는 그의 아내가 남편을 일찍 깨우기 위해 남편이 작곡한 곡의 앞 세 소절을 피아노로 연주했다. 아내의 피아나 소리를 들은 작곡가는 이리저리 뒤척이더니 겨우 몸을 일으켜 나머지 한 소절을 마저 연주했다고 한다. 완성심리가 작용해 머릿속에 기억한 악보대로 마지막 네 소절까지 피아노 연주를 마치도록 암시를 준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자이가르니크 효과는 일을 완성하는 추진력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일부 극단적인 경우도 있다. 늘 꾸물거리다 어떤 일도 완성하지 못하는 사람, 단숨에 일을 다 처리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 모두 '완성 추진력'을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
단숨에 일을 처리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은 보통 생활이 불규칙하고 타이트하며 활동 범위가 좁은 편이다. 이런 부류 사람들은 지나치게 강한 '추진력'을 감소시켜야 일을 하면서 일생도 즐길 수 있다. 일이 다 마무리되기 전까지 일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사람은 '워커홀릭'일 가능성이 높다. 사실 이런 생활태도를 조금만 바꾸면 큰 변화를 만끽할 수 있다.
단순에 일을 처리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은 아무 비전이 없는 일에 자기 자신을 가두는 실수도 저지르기 때문에 때로는 과감히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 과도한 추진력이 당신의 일상생활을 해칠 수 있다는 신호다.
어떻게 효과적으로 '완성 추진력'을 억제할 수 있을까?
첫째, 사물을 볼 때 자시의 가치관을 적용하자. 만약 업무가 할만한 가치가 없다면 과감히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
둘째, 시간표를 작성하자. 반드시 해야 할 일과 그 일에 필요한 시간을 적는다. 그리고 현실 상황을 고려해 마감일 전에 일을 마무리하도록 노력하자. 만약 2월1일까지 납부해야 하는 대금이 있으면 1월 25일에 지불하도록 스케줄을 짜자.
셋째, 의지력을 조금씩 키워나가자. 작은 일에서부터 스스로를 단련하자. 책을 한 권 읽을 때에는 중간에 잠깐 쉬고 이 책을 읽는 것이 시간 낭비인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보자. 스스로 낭비라고 판단했다면 과감히 중단하자.
마무리 지은 일을 금새 잊어버리는 것은 완성하려는 목적 심리를 충족했기 때문이고, 마무리 짓지 못한 일을 목적 심리 때문에 더 강하게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