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이 문장을 말줄임표로 끝내는 것은 이야기가 계속될 수도 있음을 나타내기 위해서이고(<이 점에 대해서는 아직 해야 할 이야기가 많이 있을 듯하다. 그러나……>하는 식이다), 문장 중간이나 문장과 문장 사이에 말줄임표를 넣는 것은 글의 일부가 생략되었음을 알리기 위해서이다.(<나는 어떤 미지의 여인에 관한 그 이상하고 선연한 꿈을 자주 꾼다. …… 그 여인은 전적으로 똑같은 사람도 아니고 전적으로 다른 사람도 아니다> 하는 식이다).
그에 반해서 비전문가들은 자기들이 사용하고자 하는 수사법이 지나치게 대담하다 싶을 때 말줄임표를 넣는다. 예컨대 <그는 몹시 화가 나 있었다. 마치…… 한 마리 황소 같았다> 할 때 처럼 말이다.
작가란 언어를 그 한계 너머로 이끌어 가려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아무리 대담한 비유를 사용한다 할 지라도 다음과 같이 그것에 책임을 진다.
적시는 건 햇살이요, 말리는 건 강물이다.
그런 기적은 자연에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다.
우리 모두가 동의하듯이, 바로크 시대의 뛰어난 시인인 아탈레는 이 2행시에서 과정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어조를 완화시키려고 애쓰지는 않았다. 그와 달리, 비전문가라면 아마 이런 식으로 썼을 것이다. <적시는 건…… 햇살이요, 말리는 건…… 강물이다.> 마치 <이 말에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농담을 하고 있는 것이니까요>라고 애교를 떠는 거나 다름없다.
작가는 다른 작가들을 염두에 두며 글을 쓰지만, 아마추어는 자기 이웃이나 직장 상사를 의식하며 글을 쓴다. 그래서 아마추어는 그들이 자기 글을 이해하지 못할까 혹은 그들이 자기의 대담성을 용납하지 않을까 저어한다(대게는 부질없는 걱정이지만 말이다). 아마추어는 말줄임표를 마치 통행 허가증처럼 사용한다. 다시 말해서 그는 혁명을 일으키고 싶어하면서도 경찰의 허가를 받고 혁명을 하려는 사람과 다름이 없다.
기존의 문장에 말줄임표를 넣어서 변형한 예를 간단하게 몇 가지 들어 보기로 한다. 말줄임표가 얼마나 해로운지를 보여 주고, 만일 작가들이 소심했더라면 우리 문학의 꼴이 어떻게 되었을지를 말해 주는 예들이다.
<인간은 자연에서 가장 약한 하나의…… 갈대일 뿐이다. 그러나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이다.>
<이 장미는 모든 장미들이 경험하는 것을 경험했다. 어느 날 아침의…… 공간을.>
<너에 대한 기억은 내 안에서 마치…… 성체 현시대(聖體顯示臺)처럼 빛난다.>
<나의 술잔은 한바탕의…… 웃음처럼 부서졌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다.>
<나는…… 셔터가 열린 카메라이다.>
<우리네 인생길의…… 한 고비에서……>
<그 치폴라라는 수도사는 키가 작고 머리털이 불그스름하며 얼굴에 늘 희색이 도는,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도적이었다.>
<한 해가 아주 서서히…… 죽어 가고 있었다.>
이렇듯 말줄임표를 넣는 것은 비유적인 표현의 대담성에 대한 두려움을 보여 주면서, 어떤 표현이 겉으로 드러나는 문자 그대로의 것이 아니라 수사학적 비유일 뿐임을 알아채게 하는 구실을 한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1848년의 『공산당 선언』은 다 알다시피 이렇게 시작된다.
<하나의 유령이 유럽에 출몰하고 있다.>
이 첫 구절이 멋지고 훌륭하다는 것은 여러분도 인정할 것이다.
만일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하나의…… 유령이 유럽에 출몰하고 있다>라고 섰다면 어땟을까? 그것까지는 그런대로 괜찮았을 것이다. 고작해야 공산주의가 유령처럼 무시무시하고 실체를 포착할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곧이곧대로 밎지 않게 하는 효과를 가져왔을 테니 말이다. 그랬더라면 아마도 러시아 혁명은 50년쯤 앞당겨졌을 것이며, 러시아 황제의 동의를 얻지 못할 까닭도 없었을 것이고, 어쩌면 마치니마저도 혁명에 동참했을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이렇게 썼더라면 어찌 되었을까?
<유럽에 하나의 유령이…… 출몰하고 있다.>
그랬다면 여러 가지 의문이 생겨났으리라. 유령이 나온다는 것일까 안 나온다는 것일까? 그 유령은 어느 한 곳에 머물러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거긴 어디인가? 아니면 유령이 본디 그렇듯이 어느 한 곳에 죽치며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순식간에 나타났다 사라지곤 하는 것일까?
한 발 더 나아가서, 만일 두 사람이 이런 식으로 썼다고 가정해 보자.
<하나의 유령이 출몰하고 있다…… 유럽에.>
그랬다면 그들은 자기들이 과장하고 있다는 뜻을, 유령은 그저 독일의 트리어라는 도시에 나타날 뿐이니 다른 곳 사람들은 마음 푹 놓고 잠을 자도 된다는 뜻을 그 말줄임표에 담으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아니면 벌써 아메리카 대륙뿐만 아니라 호주에서까지 유령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넌지시 일깨우고자 했던 것일까?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셰익스피어가 이렇게 말줄임표를 넣었다고 상상해 보자. 후대의 연구가들이 시인의 숨겨진 의도를 알아내기 위해 얼마나 고심했을지.
<이탈리아는 그 토대를…… 노동에(아무렴!) 두고 있는 공화국이다.>
<이탈리아는 말하자면, 노동에 토대를 둔 하나의…… 공화국이다.>
<이탈리아는 하나의 공화국으로서…… 그 토대를(???) 노동에 두고 있다.>
<이탈리아…… 라는 나라는(만일 그것이 존재한다면) 노동에 토대를 둔 공화국일 것이다.>
이탈리아는 말줄임표의 존중에 토대를 둔 공화국이다.
1991년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움베르토 에코
그에 반해서 비전문가들은 자기들이 사용하고자 하는 수사법이 지나치게 대담하다 싶을 때 말줄임표를 넣는다. 예컨대 <그는 몹시 화가 나 있었다. 마치…… 한 마리 황소 같았다> 할 때 처럼 말이다.
작가란 언어를 그 한계 너머로 이끌어 가려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아무리 대담한 비유를 사용한다 할 지라도 다음과 같이 그것에 책임을 진다.
적시는 건 햇살이요, 말리는 건 강물이다.
그런 기적은 자연에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다.
우리 모두가 동의하듯이, 바로크 시대의 뛰어난 시인인 아탈레는 이 2행시에서 과정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어조를 완화시키려고 애쓰지는 않았다. 그와 달리, 비전문가라면 아마 이런 식으로 썼을 것이다. <적시는 건…… 햇살이요, 말리는 건…… 강물이다.> 마치 <이 말에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농담을 하고 있는 것이니까요>라고 애교를 떠는 거나 다름없다.
작가는 다른 작가들을 염두에 두며 글을 쓰지만, 아마추어는 자기 이웃이나 직장 상사를 의식하며 글을 쓴다. 그래서 아마추어는 그들이 자기 글을 이해하지 못할까 혹은 그들이 자기의 대담성을 용납하지 않을까 저어한다(대게는 부질없는 걱정이지만 말이다). 아마추어는 말줄임표를 마치 통행 허가증처럼 사용한다. 다시 말해서 그는 혁명을 일으키고 싶어하면서도 경찰의 허가를 받고 혁명을 하려는 사람과 다름이 없다.
기존의 문장에 말줄임표를 넣어서 변형한 예를 간단하게 몇 가지 들어 보기로 한다. 말줄임표가 얼마나 해로운지를 보여 주고, 만일 작가들이 소심했더라면 우리 문학의 꼴이 어떻게 되었을지를 말해 주는 예들이다.
<인간은 자연에서 가장 약한 하나의…… 갈대일 뿐이다. 그러나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이다.>
<이 장미는 모든 장미들이 경험하는 것을 경험했다. 어느 날 아침의…… 공간을.>
<너에 대한 기억은 내 안에서 마치…… 성체 현시대(聖體顯示臺)처럼 빛난다.>
<나의 술잔은 한바탕의…… 웃음처럼 부서졌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다.>
<나는…… 셔터가 열린 카메라이다.>
<우리네 인생길의…… 한 고비에서……>
<그 치폴라라는 수도사는 키가 작고 머리털이 불그스름하며 얼굴에 늘 희색이 도는,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도적이었다.>
<한 해가 아주 서서히…… 죽어 가고 있었다.>
이렇듯 말줄임표를 넣는 것은 비유적인 표현의 대담성에 대한 두려움을 보여 주면서, 어떤 표현이 겉으로 드러나는 문자 그대로의 것이 아니라 수사학적 비유일 뿐임을 알아채게 하는 구실을 한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1848년의 『공산당 선언』은 다 알다시피 이렇게 시작된다.
<하나의 유령이 유럽에 출몰하고 있다.>
이 첫 구절이 멋지고 훌륭하다는 것은 여러분도 인정할 것이다.
만일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하나의…… 유령이 유럽에 출몰하고 있다>라고 섰다면 어땟을까? 그것까지는 그런대로 괜찮았을 것이다. 고작해야 공산주의가 유령처럼 무시무시하고 실체를 포착할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곧이곧대로 밎지 않게 하는 효과를 가져왔을 테니 말이다. 그랬더라면 아마도 러시아 혁명은 50년쯤 앞당겨졌을 것이며, 러시아 황제의 동의를 얻지 못할 까닭도 없었을 것이고, 어쩌면 마치니마저도 혁명에 동참했을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이렇게 썼더라면 어찌 되었을까?
<유럽에 하나의 유령이…… 출몰하고 있다.>
그랬다면 여러 가지 의문이 생겨났으리라. 유령이 나온다는 것일까 안 나온다는 것일까? 그 유령은 어느 한 곳에 머물러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거긴 어디인가? 아니면 유령이 본디 그렇듯이 어느 한 곳에 죽치며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순식간에 나타났다 사라지곤 하는 것일까?
한 발 더 나아가서, 만일 두 사람이 이런 식으로 썼다고 가정해 보자.
<하나의 유령이 출몰하고 있다…… 유럽에.>
그랬다면 그들은 자기들이 과장하고 있다는 뜻을, 유령은 그저 독일의 트리어라는 도시에 나타날 뿐이니 다른 곳 사람들은 마음 푹 놓고 잠을 자도 된다는 뜻을 그 말줄임표에 담으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아니면 벌써 아메리카 대륙뿐만 아니라 호주에서까지 유령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넌지시 일깨우고자 했던 것일까?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셰익스피어가 이렇게 말줄임표를 넣었다고 상상해 보자. 후대의 연구가들이 시인의 숨겨진 의도를 알아내기 위해 얼마나 고심했을지.
<이탈리아는 그 토대를…… 노동에(아무렴!) 두고 있는 공화국이다.>
<이탈리아는 말하자면, 노동에 토대를 둔 하나의…… 공화국이다.>
<이탈리아는 하나의 공화국으로서…… 그 토대를(???) 노동에 두고 있다.>
<이탈리아…… 라는 나라는(만일 그것이 존재한다면) 노동에 토대를 둔 공화국일 것이다.>
이탈리아는 말줄임표의 존중에 토대를 둔 공화국이다.
1991년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움베르토 에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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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가랑 작성시간 04.10.05 요즘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읽고 있어요. 이 책은 읽어보지 않았는데 기회가 있다면 읽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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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엘카인 작성시간 04.10.05 저기...무언가 잘못 알고 계신 듯, 마치...에서의 점점점은 말줄임표가 아닌 말을 끄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저같은 경우에도 말을 아슬아슬하게 끄는 말하기법을 점을 이으는 것으로 자주 쓴답니다. 그것이 꼭 말 줄임표하고 할 수는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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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수지 작성시간 04.10.05 와,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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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유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04.10.06 이 글의 글쓴이는 그 표현방법이 말줄임표라고 하는게 아니라, 비전문가들이 그런 표현을 할때 말줄임표를 사용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 는 말줄임표라는 문장부호일 뿐이죠.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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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狂風 작성시간 04.10.28 ... 이라는 표현은 없습니다. …만 있지. '.'은 그냥 온점일 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