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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방

점 쾌

작성자조롱박(보은)|작성시간26.06.10|조회수30 목록 댓글 0

예천 땅 용궁에서

거지꼴을 한 미친 점쟁이가

오늘도 킬킬거리며

저잣거리를 돌다가

허름한 국밥집에 들어갔다

. 미친 점쟁이는

혼자 국밥을 먹던

말끔한 젊은이 앞에 서더니

“세번이나 떨어지고 또 끌끌”

하고 중얼거렸다.

얼굴이 박박 얽은 주모가

아기를 업은 채

“나가! 재수 없게” 하며

부지깽이로 내쫓으려는 걸

젊은이가 막아섰다.

“이분 밥값은 내가 내리다.”

 젊은이는 점쟁이에게

술 한잔을 따르며 물었다.

“내가 과거에서 세번이나 떨어진 걸

어찌 알았수?”

점쟁이가 킬킬거리며 말을 받았다

. “이마에 쓰여 있어.”

젊은이는 저도 모르게

이마를 만지며 속으로 내뱉었다

. ‘안동에 사는 나를

한번도 본 적이 없을 텐데!’

젊은이는 더 바짝 다가앉아 물었다

. “도사님, 그럼 이번에는…?”

점쟁이가 답했다.

“외수염 잉어를

제 집으로 돌려보내줘.”

점쟁이는 술 한잔을 들이켜더니

또 다시 킬킬거리며 말했다.

“자네 색시는 저 아이야.”

그러면서 주모 등에 업힌

꾀죄죄한 아기를 가리키는 것이다.
 “외수염 잉어…”

젊은이 권오걸은

국밥집을 나와

문경새재를 넘으면서 중얼거렸다

. 그러다 하룻밤 묵고 가려고

남한강 나루터 주막집에 들어가

평상에 털썩 앉았다.

이때 손님 중 하나가

“오늘 저녁은 뭐여?”

하고 묻자 주모가

“잉어매운탕이구먼요”

하는 게 아닌가.
 권오걸은

후다닥 부엌으로 뛰어들어갔다

. 도마 위의 잉어를 내려치려는

주모 남편 손목을 가까스로 붙잡고는,

한쪽 수염이 떨어져나간

채 아직도 벌름벌름 숨을 쉬는

커다란 잉어를 다짜고짜 얼싸안고

내달려 남한강에 던져버렸다.

주막집으로 돌아온 권오걸은

술을 사서 손님들을 달래고

잉어 값을 두둑이 줘

주모를 다독였다.
 한양으로 올라간 권오걸은

마침내 알성급제를 했다.

어사화를 휘날리며

고향으로 내려오던 권오걸은

걸음을 멈췄다.

미친 점쟁이의

마지막 점괘가 떠올랐다.

‘그 꾀죄죄한 여식이

나의 배필이 된다고?

그 천한 주모가

나의 장모가 된다고?’
 어둠살이 내리는

예천 땅 용궁의 국밥집.

가마솥의 국은 설설 끓고

주모는 마당에서 파를 다듬고

아기는 부엌 아궁이 앞에 앉아

놀고 있었다.

어두컴컴한 부엌 뒷문으로

시커먼 남정네가 들어와

아기를 가마솥에 던져넣고는

자지러지는 비명을 뒤로한 채

사라졌다.
 15년이 흘렀다

. 상주 부사로 부임한 권오걸은

토호들이 마련한 연회에 참석했다.

권 부사를 시중들 기생은

이름이 부용이라 했다.

권 부사는 부용을 보자마자 “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인가”

중얼거리고,

부용도 권 부사 옆에 앉자

온몸이 불덩이가 되었다.

이방이 권 부사 귀에 대고

소곤거렸다.

“부용이는 아직

머리를 올리지 않았습지요.”
 주연이 파한 후

권 부사와 부용은

금침을 깔아놓은 뒷방으로 갔다.

그런데 부용이 갑자기

“나으리, 소첩은 나으리 품에

안길 수가 없습니다

” 하더니 어깨를 들썩이며

우는 게 아닌가.

권 부사도한숨을 내뿜으며

말을 받았다.

“밤새 술잔이나 나누자꾸나.”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권 부사가 먼저

신세타령을 했다.

“내 나이 열아홉에

알성급제해 안동이 떠들썩하게

장가를 갔는데

첫날밤에 새신부가

급살을 맞더니

일년 반 만에 새장가를 가자마자

또 첫날밤에…”

권 부사는 방구들이 꺼질듯

한숨을 토하더니

부용에게 물었다.
 “너는 무슨 사연이 있느냐?

” “젖가슴 아래로

심한 화상을 입었습니다.”

“어쩌다?”

“소첩의 고향은 예천 용궁입니다

. 어머님이 국밥집을 했는데

소첩이 세살 때 어떤 남자가…”
 권 부사는 촛불을 끄고

부용을 안았다.

“오늘 밤 나와 몸을 섞어도

너는 절대 죽지 않는다.”

“나으리 품에 안기면

죽어도 좋습니다.”
 권 부사는

부용의 옷고름을 풀었다.

폭풍이 몰아쳤다.

부용은 죽지 않았다.

부용은 권 부사의 정실이 되어

아들딸 낳고 잘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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