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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방

福 덩어리

작성자조롱박(보은)|작성시간26.06.13|조회수32 목록 댓글 0

 열여섯 살 송 도령이

장가들 나이가 되었다

. 손이 귀한 집안의 5대 독자라

집에서는 하루빨리 장가보내

엉덩이 떡 벌어진 색시가

가을무 뽑듯

고추 달린 놈을

쑥쑥 낳아주기만 바라는 것이다.

 송 도령은 신랑감으로

나무랄 데가 없다.

이목구비 반듯하고

허우대는 훤칠한 데다

머리도 영특해

초시에 합격했고

내후년쯤엔

한양으로 올라가

과거를 볼 참이다.

 송 도령네는 증조부가

참판까지 한

뼈대 있는 집안이지만

대대로 청렴하여

넉넉하지 않은 게

흠이라면 흠이다.

과거에 몇 번 떨어진

송 도령 아버지가

한눈 안 팔고 열심히 농사짓고

온 식구가 청빈한 생활에 익숙해

보릿고개에도

다른 집에 가서

아쉬운 소리를 하는 처지는

아니다.

 늙은 매파가

문지방이 닳도록

송 도령네를 들락날락거렸다.

앞니가 빠져

말이 새는 매파는

귀가 어두운 송 도령의

할머니를 물고 늘어진다.

 “이물 훠하지

흐단 머리에 언던짝은 이만하고

단지 히가 머근 게 타리지.

지안 조치…”

 삼십 리 밖에 있는

색싯감 집안도

양반 가문에

대대로 덕을 베풀어

인심을 잃지 않았다고

자랑이다.

 마침내

꽃 피고 새 우는 춘삼월에

신부네 드넓은 마당에서

혼례가 치러졌다.

신부네 동네는

집성촌으로

모두가 아주머니·아저씨,

형님·동생이다.

그런데 신부 측 어른들의 얼굴에

한결같이 수심이 가득하다.

 혼례를 마치고

첫날밤이 왔다

. 가물거리는 촛불 아래

원앙금침이 펼쳐졌고,

윗목엔 밤중에 배고플세라

주안상이 차려졌고,

모란꽃에 나비가 너울거리는

여덟 폭 병풍이 문을 가로막았다.

 화촉동방이라

신랑·신부는 촛불을 사이에 두고

부끄러운 듯 마주 앉았다

. 송 도령은 고개를 푹 숙인

신부의 족두리를 젖히고

얼굴을 자세히 봤다.

오똑한 콧날,

앵두 같은 입술,

백옥 같은 살결

, 짙은 속눈썹에

사슴처럼 큰 눈.

그런데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이 좋은 날에

왜 눈물을 보이시오?

무슨 연유인지 말 좀 해보시오.”

 신부는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송 도령은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걸

직감적으로 느꼈다

. 신부 측 가족들의

수심에 찬 얼굴도 떠올랐다.

 울음을 멈춘 신부에게

송 도령이 말했다.

“술 한잔 따라주시오.

신부는 묵묵부답이다

. “감주 그릇을 건네주시오.”

신부는 미동도 않는다.

이럴 수가!

송 도령은 철퇴로

뒤통수를 맞은 듯 멍해졌다.

신부가 벙어리에

귀머거리인 것이다.

 송 도령은

주안상을 당겨 술을 마시며

골똘히 생각했다.

그리고 마침내 촛불을 껐다.

 이튿날 아침,

신부의 이모가

이부자리를 정리하러

신방에 들어와

요 위의 붉은 자국을 보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처갓집 식구들이

흐느껴 울며

송 도령, 아니 송 서방의

두손을 잡았다.

송 서방이 귀머거리 신부를

제 집으로 데려가자

이번엔 온 집안이

망연자실, 넋을 잃었다.

 송 서방의 할머니는

매파를 불러 따졌다.

하지만

“단지 히가 머근 게

타리라고 말해잖아요”

하는데,

그걸 지금 따져서 무엇하나

. 송 서방의 할아버지가 말했다.

“모든 게 하늘의 뜻이다.”

 며느리는 연년생으로

아들 둘을 낳았다.

손 귀한 집안에 경사가 났다.

 첫 손자가 세돌 때

며느리는 쪽풀을 베어와

쪽물을 뽑더니

비단에 쪽염색을 해서

옷을 만들어 입혔다.

쪽빛이 너무 예쁘다고

친척들이 비단을 가져오길래

쪽염색을 해줬더니

소문이 퍼져

여기저기서 주문이 들어왔다.

 시아버지는 온 밭에

쪽풀만 가꾸고

귀머거리 며느리는

마당에 독을 열 개나 놓고

쪽물을 뺀다

송 서방 집안이 풍성해지고,

송 서방은 과거에 급제하고

, 며느리는 아들 하나를

또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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