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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방

형님 소

작성자조롱박(보은)|작성시간26.06.17|조회수30 목록 댓글 0

 우가네 막내인

우 서방이 장가를 들었다

. 가난한 집안의 막내라

세간이라고 받은 건 솥 하나

, 장독 하나,

돌투성이 밭뙈기

그리고 철도 안 든 수송아지

한마리뿐이다.

먹고살 길은

산비탈을 개간해

밭뙈기를 늘려가는 것밖에 없었다

. 그러려면

소가 쟁기질을 해야 하는데,

아직도 툭하면

큰집 어미 소에게 달려가

는 수송아지를 키워 길들이는 일이

급선무다.

 우 서방은 송아지 키우는 데

온 힘을 쏟았다.

추수하고 난 남의 콩밭에 가서

낟알을 줍고

산에 가서 칡뿌리·마뿌리를 캐다

쇠죽솥에 넣었다.

그랬더니 송아지는 금세

엉덩짝이 떡 벌어지고

머리 꼭대기엔 뿔이 삐죽

올라왔다.

 이젠 길을 들일 참이다.

큰집 형님 지시대로

냇가 모래밭에 소를 끌고 나가

쟁기를 씌우곤

형님이 앞에서 코뚜레를 잡고

우 서방이 뒤에서 쟁기를 잡았다.

멋대로 뛰어놀던 송아지가

제대로 할 턱이 있나.

형님이 코뚜레를 낚아채자

송아지는 앞발로는

모래밭을 버티고

뒷발로는 모래를 퍼부었다.

 “회초리로 등짝을 후려치며

‘이랴’ 소리쳐.

” 형님이 이렇게 고함쳐도

우 서방은 어린 송아지를

때릴 수도 없고

소를 모는 형님에게 대고

‘이랴, 이랴’ 할 수도 없어

“형님, 우로 가십시오”

“형님, 멈추세요”

“형님, 좌로 가십시오”

이렇게 말했다.

 보름쯤 지나자

소가 제법 길이 들었다

. 여전히 형님이 코뚜레를 잡고

우 서방이 쟁기를 잡았다.

“형님, 저쪽으로 도세요.”

“형님, 서세요.”

마침내 우 서방은 산비탈을

개간하기로 했다.

 그런데 냇가 모래밭에서는

그렇게도 잘하던 녀석이

산비탈 밭에서는

우이독경이다.

“이랴, 이랴”

산골짝이 떠나갈 듯 소리쳐도

다리에서 뿌리가 내렸는지

꼼짝도 안 한다.

형님이 올라와 쟁기를 잡고

회초리로 때리며

“이랴, 이랴”

목이 쉬어라 외쳐도

쇠고집을 꺾을 수가 없었다.

 형님이 씩씩대며 내려간 후

우 서방은 곰방대에

담배를 말아넣고 부싯돌을 치는데

, 이때 번개처럼 떠오르는 게 있었다

. 우 서방이 쟁기를 잡고

“형님, 어서 갑시다” 했더니

소가 걸음을 떼는 것이 아닌가.

“형님, 왼쪽으로 도세요.”

”형님, 서세요.”

우 서방은 말 잘 듣는 소의

목덜미를 안고 빙긋 웃었다.

 어느 봄날, 우 서방이

“형님, 오른쪽으로 가세요”

“형님, 그 자리에 서세요”

하면서 돌밭을 가는데

지나던 홍 영감이

이를 보고 묻는다.

“우 서방, 그렇다면 자네는

저 황소의 동생인가?”

기분이 나빠진 우 서방은

‘형님’이란 말을 빼고

“어서 갑시다” 했다.

소는 꼼짝을 않는다.

“형, 갑시다” 해도,

“형님, 가자” 해도

발을 안 뗀다.

꼭 “형님, 갑시다”

해야 쟁기를 끄는 게 아닌가.

 이튿날부터

우 서방네 산비탈 밭뙈기엔

구경꾼들이 몰려와

배꼽을 잡고 뒤집어졌다.

우 서방은 쟁기질을

하지 않았다.

헛걸음한 구경꾼들의

발길이 끊어지고야

쟁기질을 했지만

그러자 또 다시

구경꾼이 몰려들었다.

 화가 난 우 서방이

소를 몰고 우시장으로 갔지만

소문이 났는지 아무도 안 산다

. 내친 김에 도축장으로 끌고 갔더니

소가 그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게 아닌가.

암소가 녀석을 낳을 때

탯줄을 끊어주었고,

장가올 때 녀석을 받아

이렇게 듬직하게 키워놓고는

이제 와 도축장으로 보내다니!

우 서방은 소의 목을 얼싸안고 울면서

발걸음을 돌렸다.

 집으로 돌아오던 우 서방은

이상한 일을 겪었다.

외나무다리에서 마주친

덩치 큰 황소를

우 서방네 어린 황소가 들이받아

개천으로 떨어뜨린 것이다.

 그로부터 2년이 흘렀다.

우 서방은 돌밭에 매년 콩을 심었고,

쇠죽솥에는 콩이 그득해졌으며,

황소의 덩치는 우람해졌다.

이때까지 전적은 12전 12승

. 이 고을 저 고을에서

소싸움 대회를 열었다 하면

우 서방네 ‘형님 황소’가

장사가 되었다.

“형님, 옆구리를 파고드세요.”

“형님, 계속 밀어붙이세요.”

소싸움 대회장엔

폭소가 터진다.

 단오 대회에서는

금송아지,

칠월칠석 대회에서는

송아지 한마리,

추석 대회에서는 금 스무돈…

우 서방은 부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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