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네시네요.
오늘 동국대학교에서 처음으로 수업을 들었던 학생입니다.
한자라는 녀석이,
정복은 커녕, 좀 친해져보고 싶었는데-
저랑 궁합이 안맞았는지 도무지 해도 해도
'거짓 가' 자만 기억 날 뿐이네요-
특히 옛날 지도같은 거 보면, 참 동네 이름 읽고 싶은데-
문맹의 서러움을 알꺼 같아요.
첫 수업, 상당히 즐겁고 희망차게 끝냈습니다.
2급은 차마 꿈도 꾸지 못했던 급수, 차라리 기다렸다 달을 다녀오는게 빠를것 같다고
생각했던 그 급수에, 해보자! 라는 생각을 하게되었습니다.
돌아오는 길, 오늘따라 배가 유난히 아퍼서 일찍 집에 들어가 쉬려고 했었는데,
촛불집회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연락으로 곧장 광화문으로 향했습니다.
뭐 상황이야 늘 비슷하고, 또 늘 심상치 않지요. 물론 오늘은 분명 다른 날과 달랐습니다.
한참만에 물대포가 등장했으니까요.
찢어진 우비 둘러 입고, 철 모르고 다른데 간 장마비 대신 흡사 맞았더니
희망에 가득 찼던 교재가 모조리 젖어버렸네요.
집이 명륜동인 관계로, 걷기는 좀 뭐하지만, 젖은 몸 택시 타는것도 실례같아서
추적추적 걸어오는데-
창경궁 앞을 지났습니다. 평소 아무 생각없이 보던 창경궁 현판의 창(昌)자가
오늘은 힘쓰다 두개로 번창하다.가 되새겨지네요-
'경'이 뭔지는 모르지만, 경을 번창하고자 하는 궁이지 않겠습니까?
생활속 복습이네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경찰이 내려준 물에 젖은 쓰기 교재를 다시 구할 수 없는지요.
구입해야 한다면, 정보 알려주시면, 다음 시간에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돌오돌 춥다가 겨우 몸이 녹아 몇 자 적었습니다.
새로 시작하는 모든 분들 ,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