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을 말하며 차별하는 세상
모든 중생과 교인은 평등하다고 말한다. 종교는 사람의 신분과 재산, 권력과 지위를 초월하여 모두를 한결같이 대하라고 가르친다. 그러나 현실은 그 가르침과 다른 모습을 보일 때가 많다.
일부 종교 지도자들은 돈과 권력, 사회적 지위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인다. 보시와 헌금으로 큰 절과 교회를 세우고, 그 공로와 규모를 자랑하며 사람을 재산과 영향력에 따라 구분한다. 또한 자신들이 해석한 법전이나 성경만이 옳다고 주장하면서 다른 견해를 가진 이들을 배척하고, 계층과 서열을 만들거나 1단과 2단으로 나누기도 한다.
생활이 어려운 가난한 이들은 외면하면서도, 돈이 많거나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관심과 예우를 보인다. 문 앞까지 달려 나가 맞이하고, 좋은 자리를 내어주며,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반면 어렵고 힘든 사람들의 목소리는 쉽게 잊혀진다.
본래 종교 지도자는 말석에 앉아 법전과 성경의 가르침을 전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그러나 때로는 상석에 앉아 권위를 드러내고, 자신의 위치를 과시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이는 겸손을 가르치는 종교의 본래 정신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더 안타까운 것은 많은 사람들이 진심보다 체면을 앞세우며 살아간다는 점이다. 옳고 그름을 알면서도 자신의 지위와 명예, 관계를 지키기 위해 침묵하고, 마음속 생각을 숨긴 채 다수의 의견에 따르기도 한다.
체면을 잃을까 두려워 진심을 감추고, 진실을 말하기보다 듣기 좋은 말만 반복한다. 그 결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는 약해지고, 진정한 소통은 사라지게 된다.
인간은 누구나 인정받고 싶어 하고, 높아지고 싶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그러한 욕심이 진리와 양심보다 앞설 때 시작된다. 종교가 사람을 하나로 묶어야 할 자리에 서열이 생기고, 사랑이 있어야 할 자리에 차별이 생기며, 겸손이 있어야 할 자리에 권위가 자리 잡게 된다. 또한 체면과 이해관계가 진심을 가리게 되면, 사람은 자신의 양심보다 남의 시선을 더 의식하며 살아가게 된다.
진정한 가르침은 사람을 나누는 데 있지 않다. 사람을 모으고 품는 데 있다. 진정한 지도자는 높은 자리에 앉는 사람이 아니라 낮은 자리에서 약한 사람의 손을 잡아주는 사람이다. 가난한 사람과 부유한 사람, 지위가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을 차별 없이 대할 때 비로소 평등과 자비, 겸손이라는 종교의 가르침은 살아 있는 진리가 된다.
인간살이란 결국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진심과 양심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다. 체면 때문에 진실을 감추지 않고, 권력 때문에 사람을 차별하지 않으며, 재물 때문에 마음을 팔지 않는 삶. 사람이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세상, 그것이 종교가 추구해야 할 길이며 인간이 걸어가야 할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