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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보다 체면이 앞서는 세상

작성자경암|작성시간26.06.06|조회수16 목록 댓글 0

믿음보다 체면이 앞서는 세상

 

종교는 사람의 마음을 바르게 하고, 서로를 이해하며, 겸손과 사랑을 실천하도록 가르친다. 그러나 현실 속에는 진정한 믿음보다 다른 목적을 앞세워 종교를 찾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어떤 이들은 신앙의 본질에는 관심이 없으면서도 습관처럼 종교단체를 찾는다. 믿음과 수행, 성찰보다는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넓히는 데 더 큰 관심을 둔다. 부와 명예를 가진 사람들 가운데는 종교를 신앙의 공간이 아니라 사교의 장이나 인맥을 만드는 영업의 장소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어떻게든 인연을 맺고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해 각종 분파 모임과 친목 활동을 주선하고 참여한다. 겉으로는 화합과 교류를 이야기하지만, 때로는 사람을 자신의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여기기도 한다. 신앙은 뒷전이 되고 인간관계와 이해관계가 중심이 된다.

 

문제는 직책과 권한이 주어질 때 더욱 드러난다. 평소에는 평등과 봉사를 말하지만, 직책을 맡는 순간 사람을 구분하고 편을 가르며 권위를 내세우기도 한다. 자신과 가까운 사람은 챙기고,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은 멀리하며, 보이지 않는 서열을 만들어 사람들을 나누기도 한다.

 

종교 지도자들 가운데 일부는 봉사자가 아니라 권력자가 되려 하고, 신도들 가운데 일부는 스스로 판단하기보다 눈치를 보며 따르려 한다. 그 결과 지도자는 갑의 위치에서 권위를 행사하고, 신도들은 을의 위치에서 순응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평등을 말하는 곳에서 오히려 권력 관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진정한 종교는 사람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 곁에 머무는 것이다. 지도자는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하고, 신도는 맹목적으로 따르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실천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믿음은 직책의 높고 낮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 속에서 얼마나 진실하게 살아가느냐에 있다.

 

인간살이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신앙의 이름으로 권위를 만들고, 믿음의 이름으로 사람을 나누는 일이다. 종교가 체면과 명예, 인맥과 권력의 수단이 되는 순간, 그곳에는 이미 믿음보다 욕심이 앞서게 된다. 진정한 믿음은 사람을 지배하는 데 있지 않고, 자신을 낮추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데 있다. 그것이 종교가 존재하는 이유이며, 인간이 잊지 말아야 할 삶의 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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