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신과 기신
월령에 용신이 있으면 다른 곳에는 반드시 희신이 있게 된다. 이것은 임금이 재상을 얻어 그 보필을 받아 희신은 용신을 보필하게
된다. 용신이 기뻐하는 것을 희신이라 하고, 꺼리는 것을 기신이라 한다. 희신도 기신도 아닌 오행을 한신(閒神)이라 부른다.
정관격인데 재성의 생조함이 있으면 정관은 용신이 되고 재성은 희신이 된다.
재왕생관(財旺生官)이 되면 재성은 용신이 되고 정관은 희신이 된다. 칠살에 식신이 있어서 칠살을 제어하면 칠살은 용신이 되고
식신은 희신이 된다.
그러나 용신의 희기는 이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고, 사주를 볼 때는 통변(通變)의 묘를 살려야 한다. 요약해서 말하면 사주 전체의
격은 어느 한 글자에 의해서 성격(成格)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한 글자가 바로 희신이다.
재관식인(財官食印)은 상호작용을 하는데, 필히 주체가 있으니 주체가 바로 용신이다. 그 주체인 용신을 보좌하는 것을 희신이라
하고, 용신이 싫어한는 것을 기신이라 한다.
정재격에서는 정재가 생하는 정관과 정재를 생조하는 식신이 희신이 된다. 정관격은 재와 인이 없으면 정관을 쓰지 못한다. 정관이나
식신이 없으면 재성을 쓰지 못한다. 전국의 격은 이로 인하여 성격이 되는데, 전국을 구조하고 성격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 희신이다.
용신이 상하면 내 몸까지 다치게 되고, 희신이 상하면 용신이 다치게 된다.
甲木 일간이 酉金의 정관을 용신으로 삼는데 상관인 丁火가 투출하고 다시 壬水까지 투출하면 丁壬合이 되니 상관이 합거되어 정관이
보호되므로 정관격이 성격된다. 이 경우에는 壬水가 보필하는 데 의지하게 되니 壬水가 희신이 된다.
戊土 일간이 子水의 재성을 쓰는 경우에 칠살 甲木과 겁재 己土가 둘 다 천간에 투출하면 겁재가 칠살을 합거하고 재성이 살아 남게
되어 정재격이 성격이 된다. 이 경우에는 격국이 성격이 되는 것은 己土의 존재 때문이다. 따라서 己土가 희신이 된다.
乙木 일간이 酉金의 칠살을 쓰는 경우에 년간에 식신 丁火가 투출하고 월간에 편인 癸水가 투출하였다면 식신이 파괴되어 파격이 되는데
이때 시간에 戊土가 투출하였다면 戊癸合하여 편인 癸水가 합하느라고 丁火를 극하지 않게 되어 식신이 칠살을 제압할 수 있게 되므로
식신제살격이 성격이 된다. 이 경우에는 격국이 성격되는 것은 오로지 戊土의 존재에 힘입게 되어 戊土가 희신이 된다.
용신을 구원하는 신이 바로 희신이다. 기신을 합거하는 것이 희신이 될 수도 있으며 기신을 제화(制化)하는 것이 희신이 되기도
한다.
甲木 일간이 酉金 정관을 용신으로 삼는데 상관 丁火가 투출하면 파격이 되니 丁火가 바로 기신이 된다. 이때 편인 壬水가 투출하여
상관 정화를 합거하거나 인수 癸水가 투출하여 정화를 파괴하는 것처럼, 기신을 합거하거나 제압하면 기신이 제거되어 파격이 변하여
다시 성격된다.
癸水가 亥月에 나고 천간에 정재 丙火가 투출했다면 재성이 월지의 겁재에 극을 당하여 희신의 작용을 하지 못한다. 이때 지지에서
亥卯未 木局을 이루게 되면 겁재 亥水가 변하여 상관 木으로 되니 겁재가 변하여 식상으로 되어 결국은 재성인 丙火를 생하게 된다. 이
경우에는 전적으로 卯未의 희신에 힘입어 격국이 성격이 되는 것이다.
庚金 일간이 申月에 나고 癸水가 투출하면 설기하는 쓸모가 있겠는데 그러나 癸水가 월지에서 본기가 통근하지 못하여 설기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이때 지지에서 申子辰 水局을 이루면 金이 水로 변하여 금수상함(金水相涵)을 이루므로 좋게 되며, 이런
경우에는 오로지 子와 辰의 희신에 힘입어 사주가 쓸모가 있게 된다. 이와같은 유형은 모두 희신의 중요성을 입증하고 있다.
지지 삼합이든 육합이든 효과는 같다. 예컨대, 癸水 일간이 亥月에 나고 지지에 卯未는 없이 寅이 있다면 寅亥合하여 木으로 화하니
월지 겁재가 식상으로 변하여 재를 생한다. 이 역시 희신이 된다.
회합이 충을 풀어 구조되는 경우를 살펴 보자.
庚金 일간이 午火 정관을 쓰는데 지지에 子水가 있으면 子午沖이 되어 정관 午火가 파괴되어 나쁘다. 이때 子水와 午火 사이에 丑土가
있다면 子丑합이 되어 충을 해소하면 子水가 午火를 극할 겨를이 없게 되므로 정관격이 성격이 된다. 여기서는 丑土가 희신이 된다.
지지는 정하여 동하지 못함으로 바로 옆에 붙어 있어야 비로서 충한다. 子水와 午火 사이에 寅卯木이 있다면 子水가 寅卯木을 생하고
寅卯木이 午火를 생하니 충이 해소된다. 여기서는 寅木이 희신이 된다.
甲木 일간이 酉金의 정관을 쓰는데 상관인 午火가 있으면 酉金이 파괴되어 정관격이 파격된다. 이때 子水가 있으면 子水가 午火를
충거하여 정관격이 성격이 된다. 이렇게 되면 子水가 희신이 된다.
사주의 변화는 천변만화하지만 요점은 사주의 형태와 위치의 배합에 있다. 이상은 지지에 있는 희신에 대해 설명한 것이다.
희신이 파괴되지 않으면 이미 귀격이 된 것이다. 희신이 파괴되었다면 이미 파국된 것이다. 예컨대, 甲木 일간이 酉金의 정관을
쓰는데 천간에 상관 丁火와 정인 癸水가 있다면 인수가 상관을 파괴하여 정관을 보호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때 戊土가 천간에
투출되었다면 戊癸合하여 희신인 癸水가 합거당하여 기신인 丁火를 제압못하니 희신이 파괴된 것이다.
丁火 일간이 酉月에 나서 편재격인데 천간에 癸水 칠살이 있으면 파격이 된다. 이때 천간에 己土 식신이 있으면 기신인 칠살을
제압하고 편재를 생하니 성격된다. 그런데 다시 甲木까지 천간에 투출했다면 甲己合이 되어 己土가 합거하니 기신인 癸水를 제압할 수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희신 己土가 파괴된 것이다. 이 모두 유정이 변하여 무정하게 된 경우이다.
기신이 있으면 필히 파격이 된다. 기신은 있는데 구응의 신이 없으면 파격이 되는 것이고, 구원의 신이 있다고 해도 구원의 신이
파괴되면 역시 파격이 된다. 이것을 가리켜 희신이 파괴되었다고 한다.
甲木이 酉金 정관을 쓰는데 상관 丁火와 정인 癸水가 모두 천간에 투출하면 정인이 상관을 극하고 정관을 보호한다. 癸水가 구응의
신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다시 천간에 戊土까지 투출하면 희신이 합거당하여 구원의 작용을 하지 못하니 구응의 신이 파괴된 것이다.
천간만 이런 것은 아니고 지지 역시 그러하다. 예컨대, 亥月의 癸水 일간이 丙火 재성이 투출한 경우 재성 丙火가 월지 겁재에
의하여 침탈되어 나쁘지만 만약 지지에 亥卯未 木局을 이루거나 또는 寅木이 있어서 寅亥合하여 木으로 화하면 겁재가 식상으로 변하여
재성을 생해주니 성격되는 것이다. 이 경우에 卯木이 희신이 되는데 지지에 酉金이 있어 희신을 충거하거나 寅木이 희신인데 申金이
있어 희신을 충거하면 寅卯木의 희신이 파괴되어 파격된다.
팔자의 배치가 정해지면 필히 격과 용신과 희신의 작용에 대하여 살펴야 하고 버리는 것과 취하는 것이 있게 된다. 사주마다 상황이
다르니 일률적으로 논하기는 어렵다.
사주를 볼 때는 필히 전국(全局)의 상태를 보고 어느 것이 용신이고 어떤 것이 희신인지를 분별하여야 한다. 용신은 필히 일원의
수요에 합당한 것을 택할 것이며 희신은 필히 용신의 수요에 합당한 것을 택할 것이니, 이점을 명백히 분별하면 자연히 불변의 이치가
들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