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닫힌 문틈의 온기 / 박성환
사람 마음도
옛 시골 초가집의 흙벽 같아서,
긴 장맛비 한철 지나고 나면
금 간 자리마다 황토를 덧발라
겨우 숨을 붙인 채 살아간다
처음의 벽은
새어드는 바람 한 줄기 막으려
짚 섞은 흙 한 덩이 얹어 둔 것뿐이었으나,
살다 보니 서러운 날들이
마당 끝 마른 흙처럼 자꾸 갈라져
사람은 해마다
마음의 벽을 조금씩 더 두껍게 발라 올린다
무심히 스쳐 간 말 한 조각에도
벽 한편이 후르르 무너질지 두려워,
따뜻한 손길보다 먼저
황토부터 그러모으게 된다
그래서 어떤 이는
세상의 찬바람은 막아 냈으되
끝내 햇살 스미는 문틈마저 닫아 버린 채,
낡은 초가집 빈방처럼
제 숨소리만 오래 들으며 살아간다
그러나 오래된 흙벽에도
가만 들여다보면 작은 틈은 남아 있어,
달빛 한 줄기 스며들고
바람 끝에 묻어온 풀 냄새도 드나든다
어쩌면 삶이란
벽을 더 높이 쌓는 일이 아니라,
깊은 밤
굳어 버린 황토 한 줌
조용히 털어 내는 일인지 모른다
그 작은 틈 사이로
사람 냄새 같은 온기가 스며들어,
꺼져 가던 아랫목 불씨 하나
다시 붉게 살아나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