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이여 안녕 / 박장락
분홍빛 걸음으로 대지를 물들이던
고운 비단 자락을 거두는 시간
찬란해서 더 애달픈 봄날이여,
이제는 고요히 안녕을 고합니다.
초록의 싱그러움이 등을 떠밀지 않아도
꽃잎은 제 무게를 비워내며 흐르고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낙화를 택한
이 찬연한 사랑을 배웁니다.
바람의 가느다란 손길을 빌려
공중에 새기는 마지막 춤사위는
눈물 대신 바치는 나의 노래이니
지는 길마다 향기로운 축복이기를.
환하게 몸을 열던 꽃들과의 이별은
끝이 아닌 깊어짐의 시작임을 알기에
내 마음에 새겨진 그 고운 빛깔 가만히 접어
푸른 여름의 길목으로 걸어갑니다.
찬란히 아름다웠던 나의 봄날이여,
바람을 나누어 맞던 꽃들이여,
기쁘게 보내어 다시 만날 그날까지
안녕, 나의 찬란한 사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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