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3리그 선두를 질주 중인 시흥 시민축구단의 이승희 감독에게는 ‘최연소 감독’ 타이틀이 붙는다. 1988년생으로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이제 막 첫발을 뗀 감독이지만, 경기 운영에 관해서 만큼은 타협하지 않는 철학과 원칙을 갖고 있다. ONSIDE가 만난 30대의 젊은 지도자는 ‘꿈’을 ‘확신’으로 바꿔가는 방식에 대해 털어놓았다.
2026시즌 K3리그에서 단연 눈길을 끄는 팀은 시흥 시민축구단이다. 12라운드를 마친 시점(5월 25일)을 기준으로 10승 2무(승점 32)로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시흥 시민축구단을 이끌고 있는 이승희 감독은 K3리그에서 가장 화제성 높은 지도자로 떠올랐다. 타 팀을 압도하는 경기력과 독보적인 성적 외에 ‘젊은 지도자’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1988년생인 그는 올시즌 K3리그 최연소(38세) 감독이다. 30대 지도자가 등장한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과감한 전술과 확신에 가득한 리더십만큼은 독보적이다. “팀을 맡을 때부터 우승을 목표로 준비했다”는 말로 시즌 초반의 성과가 우연이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역설적이게도, 지도자로서 파격적인 이승희 감독의 행보는 다소 불운했던 선수 시절에 뿌리를 두고 있다. 강원도 동해에서 나고 자란 그는 지역의 축구 명문 황지중-강릉 제일고를 거쳐 홍익대에 진학했다. 홍익대 재학 중이던 2010년 K리그 신인 드래프트에 신청해 전남 드래곤즈에 1순위 지명으로 입단했을 때만 해도 장밋빛 미래가 그려지는 듯했다. 실제로 제주 유나이티드, 수판부리FC(태국), 나고야 그램퍼스(일본), 포항 스틸러스 등 국내외 다양한 프로 클럽에서 활약하며 ‘실력파’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무릎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29세라는 이른 나이에 축구화를 벗게 됐다. 그라운드와 작별하는 순간은 그렇게 느닷없이 찾아왔다.
“냉정하게 말하면 저의 선수 시절은 실패에 가깝죠. 나름대로 큰꿈을 갖고 시작했던 축구인데 그 꿈을 이루지는 못했으니까요. 아쉬움이 있기에 지도자로서는 성공하고 싶고,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도 있습니다.” 이승희 감독은 거침없는 언변으로 ONSIDE에 자신만의 길을 소개했다.
2026 K3리그에서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는 시흥 시민축구단
K3리그 선두 독주 이끄는 ‘확신의 리더십’
시흥 시민축구단은 이승희 감독이 맡은 첫 성인 팀이다. 2025년 수석코치로 합류했다가 시즌 도중 사임한 박승수 감독의 자리를 대신했고, 감독대행으로 3연승을 이끈 뒤 올시즌을 앞두고 정식 감독이 됐다. 짧은 기간에 팀 분위기를 추스른 비결을 묻자 망설임 없는 답이 돌아왔다.
“제가 준비한 축구에 자신 있었습니다. 선수 구성이나 능력은 큰 변수가 아니었어요. 선수 능력보다 제가 하고자 하는 축구를 할 수 있다는 확신, 제가 원하는 팀을 만들어 우승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올시즌 목표로도 ‘전승 우승’을 내걸었어요. 오히려 구단이 만류하며 ‘무패 우승’ 정도가 어떻겠냐고 권할 정도였죠. 우리를 분석하고 대응하는 팀이 많아지면서 계획만큼 득점이 터지지 않을 때도 있지만, 무패 우승할 수 있는 분위기는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의미 있다고 봅니다.”
경기 전적이나 승점 관리 정도로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머릿속으로 그리고 계획했던 축구를 실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결과 이상의 성취감을 느끼고 있다. 이승희 감독이 원하는 축구란 무엇일까.
“항상 우리 팀이 경기를 주도하길 원합니다. 90분 내내 일방적으로 주도하긴 어렵겠지만, 경기의 중요한 상황을 모두 우리 팀이 지배하는 방식으로 풀어 가길 원해요. 강팀이든 약팀이든, 상대가 누구든 상관없죠.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경기를 끌고 가는 게 중요합니다. 올시즌을 앞두고 동계 훈련에서 K리그1, K리그2 팀들과 연습 경기를 했습니다. 우리가 밀리는 경기는 없었어요. K3리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정확한 기록은 확인해 봐야겠지만 아마도 볼 소유나 장악력에서 우리를 능가하는 팀은 없을 겁니다.”
경기를 지배하거나 주도하는 축구라고 하면 흔히 ‘점유율’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이승희 감독의 축구는 점유율에 집착하지 않는다.
“시흥 축구는 볼 소유를 중시하고, 실제로 경기에서도 볼 소유를 통한 운영을 잘한다고 봅니다. 다만 패스를 통해 상대를 힘들게 만드는 것 외에 굳이 소유를 위해 패스를 많이 할 필요는 없어요.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기 위해 전방 공간으로 다이렉트 전달도 하도록 강조하죠. 전술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 유럽 축구를 본다고들 하는데, 저는 오히려 피하는 편입니다. 그건 말 그대로 언젠가는 바뀔 유행이니까요. 핵심을 적용시키는 게 아니라면 흉내내기에 그치고 말아요. 예를 들어 사이드백이나 윙포워드가 안으로 들어와 움직이는 전술이 있다면, 그 자체는 따라할 수 있어요. 그런데 실제 경기 상황에서 선수가 안으로 들어가 어떻게 볼을 받고 그다음 움직임을 어떻게 이어갈지에 대한 디테일이 없다면 그저 흉내를 내는 것에 불과한 거죠. 저는 트렌드에 상관없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우선 패스의 질입니다. 원하는 방향으로 정확하게 볼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른 하나는 볼의 위치에 따라 선수들이 이동하면서 간격을 유지하는 것(시프팅)이에요. 시흥 축구에서 이 두 가지를 바꿨더니 경기력이 확 달라졌습니다.”
패스의 질이 보장되고 볼 중심 시프팅이 원활하게 이뤄지면 ‘주도하는 축구’가 자연스럽게 실행된다. 볼 주변에 선수 숫자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곧 압박이나, 인터셉트, 세컨드볼 확보 등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필요할 때는 과감하고 직선적인 전달도 선택한다. 다른 팀을 신경 쓰기보다 시흥이 준비한 축구를 계속 밀고 나가는 일이 더 중요한 이유다. 올시즌 리그에서 선두를 독주하는 것도 확신으로 진행한 팀 빌딩의 결과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다른 팀은 제 관심사가 아닙니다. 리그 우승 경쟁이나 다른 팀의 경기력은 우리 축구를 하는 데에 크게 상관 없는 요소예요. 우리 팀이 우리 축구를 잘하는 게 중요하죠. 우리가 잘하면상대는 우리 팀에 맞춰 나올 수밖에 없으니까요.”
“경기 중에 선수들에게 지시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좋게 봐주시는 분들은 ‘열정이 넘친다’고 하지만 ‘고등학생 다루듯 주문하는 것 아니냐’며 걱정 섞인 질책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다만 저는 하고자 하는 축구가 분명하기 때문에, 경기에서 그 축구를 완성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선수들에게 전달하고 있어요.”
새 시즌이 시작되기 전 혹은 새 감독이 부임할 때마다 대부분의 감독은 청사진을 제시한다. 모든 감독에게는 그럴싸한 계획과 전술이 있다. 그러나 실행 단계에서 뜻대로 되지 않는 건 전술만으로 리더십을 충족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감독의 철학이 설득력 있게 전달되어야 하고, 계획을 뒷받침할 수 있는 훈련 프로그램과 선수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소통 능력도 있어야 한다. 이승희 감독은 어떨까?
“저는 독불장군에 가깝습니다. 감독이 되고 처음 미팅하는 자리에서 선수들에게 말했어요. ‘나는 공정한 사람이 아니다. 내 판단과 기준에 따라 잘 뛰는 선수 11명에게 기회를 주겠다’라고요. 사실 팀내에는 좋은 능력을 가졌다고 평가받는 선수도 있고 고액 연봉자도 있습니다. 그런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가 먼저 주어지는 게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제가 하려는 축구에는 이름값보다 제 축구에 맞는 선수가 우선이었습니다. 여기에는 다른 사람들의 기준이나 평가가 개입할 여지가 없죠.”
“선수 시절을 떠올리면 ‘믿고 맡긴다’거나 ‘창의적인 움직임을 위해 자율성을 부여한다’고 말하는 감독님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저는 전혀 다른 메시지를 전달했어요. ‘나는 주문하는 게 아주 많은 감독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훈련할 때도 그렇고 경기할 때도 지시형 메시지가 많아요. 단, 축구에 한해서입니다. 확신이 있기 때문이죠. 사실 좋은 축구를 하겠다고 포장하는 건 쉽습니다. 하지만 선수들은 알아요. 그 축구를 하기 위한 디테일이 감독에게 있는지 아닌지를요. 선수들에게 친근하게 대하는 감독이라고 해도 내용 없는 축구를 하면 장악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고액 연봉자이든, 기가 센 선수든, 좋은 축구를 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면 지도자를 따를 수밖에 없어요. ‘왜 이 축구를 해야 하는지’ 이해하는 거죠. 그 부분에 있어서 저는 지금까지 증명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초보 지도자 시절. 신생 자연과학고와 함께 전국대회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하루라도 빨리 감독 되고 싶었다” 열망이 이끈 지도자의 길
이쯤에서 생기는 궁금증 하나. 자신의 축구에 이토록 강한 신념을 갖기까지, 이승희 감독은 어떤 시간을 보내온 것일까. 확신이란 하루이틀 사이 깨달음만으로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선이다.
“현역 생활을 접게 되면서 머리도 식힐 겸 아르헨티나로 떠났습니다. 리버플레이트 경기를 봤어요. 그날 충격적일 정도로 강한 자극을 받았습니다. 선수들 모두 감독을 위해 뛴다는 게 고스란히 느껴지는 경기였습니다. 선수들이 뛰는 걸 보니 감독이 어떤 축구를 하고 싶어하는지 보였죠. 몸 사리지 않는 선수들을 보면서, 이 축구를 하기 위해 훈련을 어떻게 했을지까지 머릿속으로 그려졌습니다. 선수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리더십을 보면서 ‘아, 나는 감독이 되어야겠다’라고 마음먹었습니다. 하고 싶은 축구가 있었고, 그 축구를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 그려졌죠. 금방 팀 빌딩이나 원하는 축구에 대해 정립할 수 있었습니다.”
2020년 부산 기장고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2개월여 짧게 머무른 팀이었지만 패배의식을 떨치고 승리하는 기억을 만든 팀이 됐다. 합류 당시 기장고는 전국 대회에서 패배에 익숙한 팀이었다.
“훈련할 때 선수들에게 이런 말을 했어요. ‘3주 뒤 전국대회가 있는데, 너희가 우러러 보는 선수들 이길 수 있도록 만들어 줄 테니 따라 오라’고요. 정말로 준결승까지 올랐어요. 승부차기에서 패했죠. 당시 딱 하나 준비하지 않았던 것이 승부차기였거든요. 선수들이 ‘누가 차요?’라고 물어보는데 ‘자신 있는 선수가 차’라고 답했습니다. 그때 키커까지 지목하는 것도 준비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죠.(웃음)”
2021년에는 창단 팀 경북 자연과학고 코치로 보직을 옮겼다. 김래현 감독 역시 그에게 훈련 등에 관한 재량권을 부여했다.
“제가 적극적으로 훈련에 참여할 수 있는 팀을 찾았어요. 자연과학고 김래현 감독님은 전술과 팀 운영을 총괄하셨지만, 훈련 프로그램에서는 저를 믿고 맡겨주신 부분도 많았습니다. 워낙 뛰어나신 감독님이라 창단 첫해부터 전국대회 8강에 올랐고 다음해에는 준우승, 그다음해에는 우승 타이틀을 챙기는 팀이 됐어요. 지금은 전국 무대에서도 알아주는 강팀이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무엇이 되고 무엇이 안 되는지, 수정 보완하며 다듬는 시간을 보냈죠.”
2025년 시흥 시민축구단에 코치로 합류한 것은 지도자 생활의 분기점이었다. 전임 감독 사임 후 감독대행이 된 그에게 구단은 ‘3연승을 하면 정식 감독으로 올려주겠다’라고 제안했다.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자신의 축구를 정립한 그의 답은 “우승을 시키겠다”였다. 언뜻 치기 어린 말처럼 비치지만 그에게는 전부를 건 도전이었다.
“저는 하루라도 빨리 감독이 되고 싶었습니다. 지금 제 이름에 K3리그 최연소 감독 타이틀이 붙지만, 저는 훨씬 더 일찍 감독이 되었으면 했어요. 구단에서 제시한 계약기간은 1년이었습니다. 젊고 감독 경력도 없었으니 당연하죠. 저는 ‘1년이면 충분하다’고 답했어요. 내심 1년 뒤 구단에서 잡고 싶어도 못 잡는 감독이 될 수 있다고 믿었으니까요. 비록 코치로 시작한 지도자 생활이지만, 제가 있던 팀에서 모두 성과를 냈습니다. 시흥에서도 팀을 우승시킬 수 있는 방법과 확신을 갖고 있었어요. 입으로만 외치는 축구는 선수들에게 설득력이 없어요. ‘안 되는 걸 어떻게 하라는 거야’ 같은 반감만 불러일으키죠. 그런데 문제풀이 과정을 정확하게 알려주고 답을 제시하면 선수들은 ‘이게 되네’라는 마음을 가질 수 있어요. 그게 바로 확신과 믿음입니다.”
선수 구성에 관한 불만을 드러내거나 선수를 볼모로 핑계대지 않는 것도 자신의 축구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올시즌을 앞두고 구단에서는 득점력을 책임질 수 있는 골게터를 데려오자고 했습니다. 저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어요. 골 넣는 선수보다 제가 원하는 축구를 할 수 있는 선수가 필요했습니다. 그중 한 명이 공민현이죠. 득점력보다 활발한 공간 침투와 연계 플레이에 강점이 있는 선수예요.”
그런가 하면 팀의 축구 안에서 제 역량을 발휘하도록 도운 선수도 있다. 공격의 마무리를 책임지고 있는 김홍이다. 김홍은 올시즌 11경기에 나서 6골을 넣으며 K3리그 득점 선두에 올라 있다.
“작년에 코치로 K4리그를 보는데 김홍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저 친구를 데려오면 K3리그 최고 선수가 될 것 같다’며 감독님께 추천했죠. 막상 동계훈련 때 보니까 기대했던 퍼포먼스가 안 나오는 겁니다. 몸이 덜 만들어진 상태이기도 했고, 새로운 축구를 하려다 보니 적응을 잘 못하는 단계였던 것 같아요. 선수를 불러서 우리가 하려는 축구에 대해 진지하게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시즌이 시작되면서 몸도 올라오고 경기력이 좋아지는 상태가 된 거죠. 김홍 선수의 득점력을 높이기 위해 디테일한 요구를 하거나 전술적인 지원을 하지는 않습니다. 선수 능력 자체가 좋으니까요. 키는 171cm로 작은 편이지만 피지컬 능력이 뛰어나고 지능적인 선수입니다.”
“사실 프로 무대에서 뛰는 선수와 K3, K4에서 뛰는 선수의 실력은 한끗 차이예요. 마인드셋에 따라 뛰는 무대가 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김홍은 프로에서 뛸만한 경쟁력을 갖고 있어요. 올 1년 동안 마음을 다잡고 힘든 순간을 잘 극복하면 내년에 더 좋은 팀에서 더 좋은 대우를 받는 선수가 될 겁니다. 선수에게도 득점 경쟁은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했어요. ‘어차피 우리 팀이 우승하면 네가 MVP가 될 거다’라고 했죠.(웃음)”
초보 감독이 제시하는 ‘최고 감독’의 조건
확신에 찬 감독에게도 시행착오는 있기 마련이다. 이를테면 자신의 팀과 선수에 집중한 나머지 주변 환경을 변수로 두지 않는 경우다. 이승희 감독에게는 5월의 때이른 무더위가 복병으로 찾아왔다. K3리그에는 라이트 시설을 갖춘 구장을 확보한 팀이 많지 않다. 야간 경기보다 낮경기가 많다. 그렇다 해도 한여름이 아니라면 낮경기가 아주 큰 부담으로 느껴질 정도는 아니다. 다만 올 5월에는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폭염이 축구장을 기습했다.
“저희가 8연승을 하다가 5월 첫주 창원FC를 상대로 한 원정 경기에서 처음으로 비겼어요. 그날도 1-0으로 앞서고 있는데, 날씨가 너무 더웠던 겁니다. 우리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떨어지는 게 눈에 보였어요. 제가 상황을 냉정하게 봤다면 체력을 아끼면서 지키는 전략을 썼을 거예요. 1-0 리드 상황이었고, 굳이 앞에서부터 덤빌 필요가 없으니까요. 그런데 무조건 강하게 압박하면서 몰아치는 게 우리 축구였으니 저는 더 강하게 나가라고 요구했죠. 결국 1-1로 비겼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너무 화가 났습니다.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선수들이 샤워하는 동안 기기다리면서 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우승이 걸려 있다거나 단판 승부 같은 중요한 경기였어도 ‘무조건 전진’이나 ‘압박’만 외쳤을까 싶었습니다. 불현듯 ‘이게 경기 운영이구나’ 하는 깨달음이 생기더라고요. 그러자 선수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달라졌습니다. ‘내가 실수했다. 상대를 너무 얕봤고, 100% 상황을 보지 못해서 잘못된 지시를 했다. 내 실수이니 너무 다운되지 않았으면 한다. 잘했다.’”
선수들 앞에서 실수를 깨끗하게 인정하고 사과하는 지도자의 모습도 신선하다. 그저 젊다는 것만으로 ‘쿨’한 태도를 보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저는 제가 잘되는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아직 깨치지 못한 점이나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계속해서 수정하고 보완하는 게 맞습니다. 그래야 능력이 생긴다고 봅니다. 저는 최고의 감독이 되고 싶습니다.”
최고의 감독을 생각하는 기준은 저마다 다르다. 혹자는 대표팀 감독을 꼽겠지만 누군가는 프로 상위팀에서 꾸준히 우승 경쟁을 하는 감독을 꼽을 수 있다. 또 다른 이에게는 프로 무대에서 장수하는 감독이 진정한 ‘최고’로 여겨질지도 모른다. 이승희 감독이 내놓은 기준은 다소 도발적이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감독이 되고 싶어요. 최고액을 받는다면 실력으로도 인정 받는다는 뜻이겠죠. 팀이나 무대는 국내든 해외든 상관없어요. 그만한 금액을 지불할 수 있을 정도로 자금이 넉넉한 팀일 테고, 그만큼 좋은 선수들을 보유한 팀일 거라는 기대도 있어요. 돈이 있는 팀이라면 를 모셔가는 상황이 될 수 있도록 독보적인 감독이 되고 싶습니다.”
이승희 감독의 목표는 추상적인 명예보다도 더 선명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자신의 능력을 더 큰 무대에서 증명하는 일이라는 태도다. 젊은 지도자의 ‘신선한 반란’이 K3리그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이어진다.
“당장은 시흥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분명합니다. 리그 우승과 K3·K4 챔피언십 우승이 욕심납니다(*편집자 주-시흥은 6월 13일 열린 챔피언십 8강에서 탈락했다). 코리아컵은 16강까지 가야죠. 16강에 오르면 프로팀과 3경기 정도 치르게 되는데, 차례로 성과를 내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프로 무대에서의 기회도 기대하고 있지만, P급 라이센스를 따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만큼 차근차근 준비하려고 해요. 일단 시흥에서 올시즌을 잘 마무리한다면 재계약 혹은 다른 팀에서의 기회가 있겠죠. 시즌을 치르다 보면 고비가 올 거예요. 가능한 저에게는 그 고비가 안 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웃음)”
시즌은 아직 많이 남았고, 이승희 감독도 이제 막 첫발을 뗐을 뿐이다. 다만 이승희 감독이 전하는 ‘확신’만큼은 시흥이 왜 K3리그 선두에 있는지 분명히 설명한다.
“축구 트렌드는 계속 바뀔 겁니다. 하지만 저는 트렌드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을 저만의 원칙을 갖고 있어요. 5년 뒤 혹은 10년 뒤에도 저와 저의 팀은 비슷한 축구를 하고 있을 겁니다. 압도적으로 장악하면서 승리하는 축구죠. 다만 그때의 위치는 달라질 거라 기대합니다. 국내든 해외든, 최고의 팀과 함께하는 감독이 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 이 글은 KFA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6월호 ‘LEADERSHIP’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글=배진경
사진=대한축구협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