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시절에 비해 느려져도 레전드다운 축구 실력은 죽지 않았다.
‘2002 월드컵 20주년 기념 레전드 올스타전’이 5일 오후 3시 서울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에서 개최됐다. ‘2022 KFA 풋볼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열리는 이번 올스타전은 2002 한일월드컵 당시의 멤버들이 주축이 된 2002 레전드팀이 골든에이지 U-14 대표팀과 맞대결을 펼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2002 레전드팀은 김병지, 박지성, 송종국, 이영표, 조원희, 이을용, 지소연, 최진철, 최은성, 백지훈, 오범석, 최성환, 김형범으로 구성됐다. 2002 레전드와 후배들이 뭉쳤다. 유일한 현역 축구선수이자 여자축구 레전드인 지소연의 합류가 눈에 띄었다. 지휘봉은 거스 히딩크 감독이 잡았다. 골든에이지 U-14 대표팀도 박재민, 김예건, 김도연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유망주들로 만들어졌다. 이들은 송경섭 KFA 전임지도자가 이끌었다.
한일월드컵 20주년을 맞이해 기획된 이 행사는 시작 전부터 많은 관심을 끌었다. 사전 신청으로 입장한 관중들이 서울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 좌석을 가득 채웠다. 경기가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경기장 출입구에는 수많은 팬들이 2002 레전드들을 보기 위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들은 선수들이 하나씩 경기장에 들어설 때마다 뜨거운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경기는 8대8 형식으로 전‧후반 각각 30분씩 진행됐다. 2002 레전드팀은 그 시절을 떠올리는 올드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입장했다. 내빈도 다수 현장을 찾았다. 정몽규 KFA 회장과 임원진, 에드윈 반데사르 아약스 CEO까지 경기장을 방문했다. 특히 반데사르 CEO는 관중석에서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같이 사진을 찍는 등 팬서비스에도 집중했다.
경기가 시작된 후 열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양 팀 선수들이 공을 잡고 침투나 드리블을 시도할 때마다 관중들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이들을 쫓아갔다. 현역 시절에 비해 느리고 둔해졌지만 최선을 다해 개인기를 펼치는 2002 레전드들의 모습에 관중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레전드들은 팬들을 위한 재미도 잊지 않았다. 이날 선발로 나선 김병지 골키퍼는 수차례 골문을 벗어나 드리블을 시도하며 관중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2001년 파라과이와의 경기에서 갑자기 골문을 벗어나 드리블을 펼쳐 거스 히딩크 감독의 외면을 받은 사건을 떠올리게 했다.
김병지는 후반 중반 골키퍼 유니폼 대신 필드 플레이어 유니폼을 입고 등장했다. 장내 아나운서가 “여러분, 대한민국 최고의 필드 플레이어 김병지 선수가 입장하겠습니다”라고 말하자 관중석에서는 웃음과 환호가 뒤섞였다. 팬들의 성원에 답이라도 하듯 김병지는 마음껏 그라운드를 누비며 하고 싶은 플레이를 마음껏 펼쳤다.
후반 8분에는 이영표가 골을 넣은 후 송종국과 함께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로 달려가 포옹했다. 2002 한일월드컵 포르투갈전 당시 박지성이 득점 이후 히딩크 감독와 포옹했던 세리머니를 연상시켰다. 2002 레전드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최선을 다해 팬들에게 추억을 선사했다. 비록 예전과 같은 체력은 아니지만 녹슬지 않은 기량과 개인기로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만족감을 선사했다.
이날 올스타전은 골든에이지 U-14 대표팀의 4-3 승리로 끝났다. 2002 레전드팀은 이을용, 이영표, 지소연이 골을 넣었고 U-14 대표팀은 김예건, 이시영, 이지호, 정태환이 득점했다. 하지만 경기 결과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2002 레전드팀은 경기 후 ‘한국 축구의 미래’인 U-14 대표팀에게 따뜻한 격려를 전했다. 어린 유망주들은 전설과 함께 경기를 뛰며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을 만들었다.
글=안기희
사진=대한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