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이 강하면 승리하지만, 수비가 강하면 우승을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고교 축구 최강자를 가리는 왕중왕전 결승도 마찬가지였다. 철벽 수비로 무실점 경기를 펼친 인천 U-18팀(대건고)는 창단 최초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한가온은 이 역사를 이끈 수비의 핵심이었다. ‘나라의 중심이 되어라’라는 의미의 이름처럼 그는 고교 축구 무대의 한가운데에 섰다. 이제 한가온은 또 어떤 무대의 중심에 서게 될까.
지난 8월 열린 2024 전국 고등축구리그 왕중왕전은 한가온의 기량을 모두 보여준 무대였다. 인천 U-18팀 대건고(이하 대건고) 스리백의 좌측 스토퍼를 담당하는 한가온은 이번 대회 모든 경기에서 선발로 출전하며 팀의 수비를 책임졌다. 대건고 스리백은 드물게 1, 2학년으로 구성됐다. 열일곱 살에 불과한 한가온은 위기마다 수비라인을 주도하며 집중력과 원 팀(One Team) 정신을 되새겼다. 개인 퍼포먼스도 눈부셨다. 공격수를 압도하는 대인 수비와 공격 패턴을 읽는 예측 능력은 물론 수비 후 곧바로 공격적인 플레이로 이어 나가는 간결함까지, 가진 것을 마음껏 선보였다.
한가온의 활약 속에 대건고도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결승에서는 상대 공세를 막아내며 무실점 경기를 펼쳤고, 한 점 차 리드를 지켜내며 우승을 거뒀다. 한가온은 우승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수비상을 수상했다. 인천 대건고의 최재영 감독은 “가온이는 팀에서 가장 믿음직한 수비수다. 이번 대회에서도 가장 컨디션이 좋았다. 코치진이 지시한 수비 방법과 전술 수행을 모두 잘 해내고, 공격력도 기대 이상이다. 적극적이면서도 침착하다. 약점이 크게 없고 모든 면에서 다재다능한 수비수”라며 왕중왕전에서 크게 활약한 한가온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가온이 2학년임에도 수비를 이끌며 우승까지 거둘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특유의 적극성이었다. 언뜻 열일곱다운 패기로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또래들이 잘 보여주지 못하는 만의 특징이기도 하다. 인천 대건고를 지도하는 노영래 코치는 “대부분의 센터백은 뒤(공백)를 두려워한다. 전방 압박 상황에서는 상대를 강하게 누르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능력이 중요한데, 뒤를 두려워하면 이걸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 가온이는 다르다. 해야겠다고 마음먹으면 한다”며 그의 적극성을 설명했다.
한가온의 이러한 성격은 축구를 잘 모르는 사람도 경기를 본다면 금방 알 수 있을 정도다. 본인의 표현처럼 “결정하면 뒤도 안 보고 나아가는” 그는 앳된 얼굴로 웃다가도 팀을 위해서라면 내색하지 않고 코피를 닦아낸다. 한가온은 경기장에서도 망설임 없이 나아가지만 미래를 향해서도 거침없이 달려간다. 이미 고교 축구 정상의 자리에 선 그는 여전히 나아갈 곳도, 이루어야 할 것도 많다고 믿는다.
2024 전국 고등축구리그 왕중왕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인천 대건고
이번 여름에 열린 왕중왕전에서 우승을 차지했어요. 고교 축구 최강자의 자리에 오를 거라고 예상했나요?
처음 왕중왕전 대회가 시작했을 때는 결승이라는 무대까지 올 줄은 몰랐어요. 주장인 (황)지성이 형을 비롯해 팀원들과 매 순간, 매 경기 어려운 점들을 이겨 나가보자고 했는데 그 말을 믿고 ‘원 팀’이 되어서 했던 것 같아요. 한 경기씩 이기면서 하다 보니 어느 순간 결승에도 올라가고, 우승도 했다고 생각해요.
특히 결승전을 무실점 경기로 마쳐 수비수로서 의미가 깊을 것 같아요. 결승 상대였던 평택진위FC의 공세가 심했는데 한 골도 허용하지 않았던 게 인상 깊었어요.
이번 대회에서는 스리백에 1, 2학년이 주로 출전했어요. 2학년인 제가 주축으로 다 같이 이끌어 나가면서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다들 실수도 하고 그랬는데, 서로 주눅들지 않게 칭찬이랑 격려를 많이 해주면서 경기에 임했더니 무실점까지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생활하고 있는 인천유나이티드 축구센터 입구에도, 근처 육교에도 왕중왕전 우승 축하 현수막이 걸렸더라고요. 우승한 직후보다 이런 축하를 볼 때 더 실감이 많이 났을 것 같기도 해요.
대건고 역사상 처음으로 왕중왕전에서 우승했어요. 다 같이 이야기할 때도 그렇고, 숙소에 돌아왔을 때도 그렇고 울컥하더라고요. 주변에서 축하도 많이 받았는데, 프로 감독님이나 프로팀 선수분들도 지나가면서 축하를 해주셔서 그때부터 실감이 많이 났던 것 같아요. ‘이게 진짜 우승이구나’, ‘우승하면 이런 기분이구나’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그래도 가장 뜻깊은 건 가족에게 받은 축하인 것 같아요. 특히 친형한테 연락받은 게 기억에 많이 남아요. 네 살 터울 형이랑 사이가 굉장히 좋거든요. 지금 군 복무 중이에요. 제대를 앞둔 형에게 연락이 왔어요. 형은 ‘네가 노력하는 모습을 많이 봤는데, 이렇게 우승이라는 결과까지 얻을 수 있어서 정말 보기 좋고 뿌듯하다’라고 말해줬어요.
우승까지 거두긴 했지만, 예선부터 쉽지는 않았어요. 세 경기 중에 두 경기를 비기고 남은 한 경기에서 승리하면서 아슬아슬하게 본선에 올랐잖아요.
저희 팀이 선제 실점을 하면 조금씩 무너지는 경향이 있었어요. 예선에서 화성시U18을 만났을 때도 선제 실점을 했는데, 그때도 조금씩 무너지더라고요. 그래도 한번 다 같이 이겨내자는 사인이 있었고, 바로 만회골을 성공시키면서 무승부를 만들 수 있었어요. 이렇게 어려운 일이 있어도 함께 이겨내려고 하다 보니 우승까지 거둔 것 같아요. 이 왕중왕전이라는 대회가 3학년 형들한테는 마지막 대회이기도 해서 1, 2학년들이 함께 좋은 추억 남겨주고 싶었거든요. 형들도 열심히 임하는 게 느껴졌어요. 저희도 형들을 믿으면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린 것 같습니다.
본선에 오르고서는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어요. ‘우승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시점이 있었을까요?
솔직하게 말하면, 본선 첫 경기였던 32강전에서 이기고 바로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서울중경고를 만났는데 춘계 때도 한번 만났다가 졌던 팀이거든요. 그래서 경기를 치르기 전에 걱정되기도 했고, 잘 해야겠다고 각오를 다지기도 했어요. 생각했던 것처럼 그 경기를 잘 이겨냈을 때, ‘이번 대회 진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4강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어요. 화성시U18을 만났는데, 올 시즌 세 번째 맞대결이었잖아요. 이전 두 번의 맞대결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하기도 했고요. 결승행 티켓을 두고 만난, 남다른 상황과 남다른 상대였을 것 같아요.
두 번 만났지만 그때 이기지 못했다고 해서 이번에도 지고 들어가면 자신감도 떨어지고, 경기도 잘 안 풀릴 것 같아서 그런 건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냥 무조건 이긴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죠. 화성시U18은 1대 1 능력이 다들 뛰어난데 이전에는 대응이 잘 안 됐던 것 같아서 수비와 공격 모두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서 경기를 준비했어요. 실전에서도 잘 적용했고요. 이기고 결승행이 확정되었을 때는 정말 좋았어요. 모든 걸 다 가진 기분이었지만 결승전이라는 무대가 하나 더 남아있으니까 가라앉히고 더 잘 준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왕중왕전 결승은 정말 큰 규모의 무대잖아요. 떨리거나 긴장되지는 않았어요?
결승전 당일에 경기장에 도착하니까 리허설 같은 걸 하고 계시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이게 진짜 가장 큰 대회의 결승전이구나 실감했어요. 그때부터 심장도 빨리 뛰고 되게 떨리더라고요. 경기 전까지는 계속 긴장이 됐는데, 경기가 시작되고 제가 주도적으로 말도 하면서 플레이 하다 보니 긴장이 자연스럽게 풀렸어요.
경기 끝나고 최규빈 선수랑 몸을 부딪치는 세리머니를 하는 걸 봤어요. 어떤 의미인가요?
자세히 정한 건 아닌데 중요한 순간마다 점프하면서 반대 어깨끼리 부딪치는 세리머니예요. 수비를 성공하거나, 골을 넣었거나, 경기에서 이겼거나 그럴 때 하곤 해요. 그날도 규빈이랑 눈이 마주쳐서 바로 어깨를 부딪치는 세리머니를 했었어요.
사실 대회 초반을 생각하면 처음부터 완벽한 경기를 펼쳤다기보다는 점점 성장했다는 게 어울릴 것 같아요. 성장하면서 점점 잘 이루어진 게 있을까요? 우승의 키포인트가 있을 것 같아요.
수비수로서는 전방 압박 상황에서 많이 성장했다고 느꼈어요. 스스로도, 팀으로도 부족한 부분이 있었는데, 본선에 오르면서 많이 성장한 것 같아요. 우승의 키포인트는 다른 게 아니라 분위기였다고 생각해요. 실점했을 때 무너지지 않고 다 같이 함께 일어서려는 그 분위기가 진짜 키포인트였던 것 같아요. 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하나만 실점하지 않고 버티다 보면 공격수들이 하나씩 해줄 거라고 믿었죠. 이런 이야기를 수비진끼리 많이 나누기도 하면서 경기를 했어요.
왕중왕전에서 예선 세 경기와 본선 다섯 경기, 총 여덟 경기를 치렀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을까요?
화성시U18과 치른 예선 두 번째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선제 실점 후에 제 앞에 있는 공격수한테 볼이 들어와서 압박을 시도했는데, 볼을 뺏어내는 데 성공하고 공격수인 (이)재환이 형한테 연결했거든요. 그게 바로 득점이 되었고, 무승부를 거둬서 후에 본선까지 올라갈 수 있었어요. 수비도 공격도 잘 이루어졌던 것 같아서 그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말했던 것처럼 곧바로 공격으로 연결하는 플레이도 종종 나와요. 수비를 넘어서 공격에도 욕심이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팀에서 이야기한 전술을 잘 수행하다 보면 수비 성공 후에 금방 득점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어요. 경기장에서도 그런 자신감 덕분에 공격으로 바로 이어지는 플레이도 나오고, 득점도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욕심보다는 전술을 잘 수행하려고 하다 보니 나오는 결과라고 생각해요.
왕중왕전 모든 경기에 선발로 나섰어요. 경기 일정이 굉장히 촘촘해서 체력적으로 힘들었을 텐데,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었던 이유가 있었을까요?
이틀에 한 번씩 경기를 하게 되니까 피지컬 코치님께서 몸 관리나 회복에 신경을 많이 써주셨어요. 경기 끝나고도 그렇고, 다음날 회복을 할 때도 선수들한테 잘 알려주셔서 경기 날마다 몸이 되게 좋았어요. 덕분에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왕중왕전 수비상을 받은 한가온(왼쪽)이 이흥실 KFA 대회위원장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인정받아서 수비상도 받았어요. 현장에서 이름이 호명되고 놀라는 눈치였는데, 예상하지 못했나요?
진짜 몰랐어요. 기대도 안 하고 있었는데, 수비상 호명 받았을 때 안 믿어지더라고요. 이런 걸 처음 받아봐서 되게 기분이 좋았던 것 같아요. (Q. 스스로 생각하는 수상 이유가 있다면요?) 어려운 상황이 있어도 수비를 이끌고 무너지지 않으려고 이야기도 많이 하고, 정신력을 다잡곤 했어요. 그런 모습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직전 7월에 열린 K리그 유스 U17 챔피언십에서도 우승을 했어요. 이 우승도 왕중왕전 우승에 영향이 있었을까요?
왕중왕전 직전에 치른 대회였는데 그 대회에서 우승을 하면서 1, 2학년들이 자신감이 있는 상태였어요. 그런 자신감을 가지고 3학년 형들을 뒤에서 많이 지원하면서 대회를 치른 것 같아요. 그 자신감이 도움이 많이 됐죠.
U17 챔피언십에서도 결승을 포함한 본선 모든 경기에서 선발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큰 무대를 많이 경험했어요. 선수로서는 어땠나요?
좀 더 집중을 많이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저희 팀 자체가 항상 경기 끝날 때쯤 조금씩 집중력이 흐트러지는데 이미 그걸 알고 있잖아요. 중요한 대회니까 좀 더 집중하자고 말하고, 한 발 더 뛰어주고, 다 같이 더 몸 날리면서 경기를 하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집중하다 보니까 결과에도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솔직히 큰 대회고 보는 시선이 많다는 걸 아니까 개개인이 더 잘 보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더라고요. 그런데 이제는 팀이 잘 보여야 저도 잘 보인다고 생각해서 저를 버리고 팀 안으로 들어와서 뛰었던 것 같아요.
올 시즌 우승을 두 번 했어요. 명예로운 시즌을 보내고 있는 것 같은데, 혹시 아쉬웠던 순간도 있었을까요?
전반기 리그를 치렀던 때가 생각나요. 충남아산FC U-18과의 경기였고, 리그 1위가 결정되는 경기인데 아쉽게 졌어요. 그때 컨디션도 안 좋고 플레이도 만족스럽지 않아서 후회가 많이 남아요. 빌드업이나 패스를 할 때 조금씩 실수가 나오고 경기 템포나 볼 주도권도 많이 잃어버렸던 것 같거든요. 중요한 경기였는데 아쉬운 점이 많아서 그 경기에 대한 후회가 많아요.
그렇게 아쉬운 부분이 느껴질 때 보완하기 위해서 하는 노력이 있을까요?
경기 끝나고 뛰었던 영상을 보면서 전반전, 후반전 시간별로 일지를 작성하면서 복습을 해요. 훈련할 때도 매일매일 작성하는데 도움이 많이 됩니다. 훈련이나 경기에서 감독님이나 코치님이 해주신 말씀들이 있는데, 하루가 지나면 바로 잊게 되잖아요. 그날 운동이 끝나고 저녁에 바로 일지 작성을 하면 잊지도 않고 다음 날에 한 번 더 읽어보고 훈련에 임하기도 하면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면요?
빌드업과 관련해서 감독님이 말씀해 주신 내용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빌드업 과정에서 고립될 때 저는 항상 선수가 있는 위치에 공을 전달하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감독님께서는 꼭 선수한테 전달하지 않더라도 공간으로 패스하면 좋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도움이 많이 됐던 말이라 기억에 남아요. 그렇게 말씀해 주신 부분을 경기장에서 수행하려고 하다 보면 경기력도 자연스럽게 올라가고, 스스로한테도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한가온은 최재영 감독(가운데)의 원포인트 레슨 덕분에 발전을 거듭했다
감독께서 모든 경기 1%씩만 성장하자는 이야기를 해주셨다고 들었어요. 조금씩 성장했다는 걸 느끼나요?
솔직히 말하면 항상 1%씩 성장하진 못하는 것 같아요. 경기를 뛰면서 어떤 날은 0.2% 성장할 때도 있고, 1~2%씩 성장할 때도 있어요. 그래도 감독님께서 말씀해 주신 것처럼 조금씩 더 잘하려고 의식하는데 그런 생각만으로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시즌 초에는 스스로 돋보이려고 했던 게 있던 것 같거든요. 저도 그렇지만 팀 전체적으로 그런 느낌이 많아서 조직력도 좀 흐트러지곤 했는데, 이번 여름에 치렀던 대회들은 다들 자신을 버리고 팀이 돋보이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런 마인드 자체가 많이 성장한 것 같아요. 생각이 달라지면서 좋은 경기력도 나오고 성적도 따라와 줬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인 이야기도 듣고 싶어요. 축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초등학교 1학년 때 어머니한테 부탁해서 취미로 시작하게 됐어요. 그러다 초등학교 2학년 때 감독님이 재능이 있는 것 같으니까 엘리트 반에서 해보지 않겠냐고 권유하셔서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죠. 처음부터 센터백을 했던 건 아니고 중학교 1학년 때까지는 쭉 미드필더를 봤어요. 중학교 2학년 때 감독님께서 센터백을 보면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줄 것 같다고 하셔서 그때부터 포지션 변경을 했습니다.
그럼 미드필더 포지션에 대한 아쉬움은 없어요?
정말 솔직하게 말하면, 지금도 미드필더에서 뛰어보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좀 더 제가 주도하는 플레이 같은 걸 많이 해보고 싶은 아쉬움도 있긴 해요. 그래도 지금은 비교하면 센터백이 더 좋아요. 안정적으로 플레이를 해야 하다 보니까 급하지 않고 차분하게 플레이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매력을 느껴요.
어릴 때는 어떤 선수였는지 궁금해요. 지금처럼 웃음이 많고 활기찬 편이었나요?
어릴 때는 정말 웃음 많고 장난기도 많았어요. 친구들이랑 장난도 많이 치고, 경기장에서도 그런 편이었죠. 한번은 혼난 적도 있어요. 초등학교 때 실력 차이가 조금 있는 팀이랑 경기를 하면서 웃기도 하고 장난도 치면서 경기에 임했는데, 초등학교 감독님께서 상대에 대한 존중을 꼭 해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 말이 지금도 많이 생각나요. 경기장에서의 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돼서 지금도 도움을 많이 받는 말인 것 같아요.
미드필더를 보던 어린 시절에도 수비 쪽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서 수비수 부문에서 제32회 차범근 축구상도 수상했어요.
어릴 적에도 축구를 하면서 상대 플레이를 예측하고 움직이는 그런 재능은 또래보다 좋았던 것 같아요. 볼이 오는 방향을 예측해서 끊는다거나 그런 플레이를 많이 했는데 이 부분을 좋게 봐주셔서 수비에서 좋은 상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차범근 축구상을 받았다는 건 유망주라는 의미인데, 의외로 연령별 대표팀과는 인연이 없었어요. 대표팀에 대한 욕심도 있을까요?
욕심은 되게 많죠. 하지만 아직 제가 부족한 게 많으니까 안 불러 주신다고 생각해요. 저의 부족한 것들을 보완하고 노력해서 연령별 대표팀에 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경기를 보면 적극적으로 몸을 날리는 움직임이 눈에 들어와요. 보통 센터백들은 상대를 압박할 때 뒤를 두려워하는데, 한가온 선수는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도 들었고요. 원래도 겁이 없는 편일까요?
저도 처음에 할 때는 정말 무서웠어요. 앞으로 나가서 수비를 해야 하는데 잘 나가지도 못하겠더라고요. 그런데 처음 시도했을 때 성공을 경험하고, 이후에도 계속 성공하다 보니까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래서 더 잘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저 외에 다른 수비수들과 팀을 믿기 때문에 뒤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기도 하고요. 예측하는 플레이를 좋아하는데, 예측하고 이렇게 하겠다고 한번 마음먹으면 뒤도 안 보고 나아가는 성격이라 겁이 없어 보이는 것 같아요.
대회 이후 열린 서울 오산고와의 리그 경기에서는 코피가 나는데도 치료를 받지 않고 경기를 계속 뛰길래 겁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피가 났을 때는 순간 무섭긴 했어요. 그래도 마음속으로만 생각하고 밖에서 보는 사람들이나 상대 팀, 감독님이나 코치님한테는 보여드리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그냥 잊고 경기에 집중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피가 나서 치료를 받느라 경기에서 빠지면 팀 분위기를 해치거나 경기력을 다운시킬 수도 있잖아요. 그렇게 되면 영향이 클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그냥 괜찮다고 하고 바로 경기에 집중했어요. 그날 제가 컨디션이 좋아서 더 집중하면 충분히 잘 뛸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도 있고요.
올 시즌 등번호 20번을 달고 있어요. 인천유나이티드 팬들한테 20번은 정말 의미가 깊은 번호인 걸 알고 있나요?
임중용 단장님께서 현역 시절에 달았던 번호인 걸 알고 있어요. 그 의미를 알고 책임감 있는 마음으로 20번을 골랐어요. 이번에 2학년이 되면서 20번을 골랐는데, 3학년이 되어서도 20번을 달 생각이에요.
인천유나이티드에 대한 애정이 깊어 보여요. U17 챔피언십 때는 관중석을 향해 엠블럼을 흔드는 세리머니도 했고요.
인천에 대한 자부심을 표현하려고 관중석에 인천 엠블럼을 보여드렸어요. 인천이라는 팀에 가능한 한 오래 남고 싶다는 마음도 있고요. (Q. K리그 경기를 볼 때도 많은 생각이 들 것 같아요.) 프로팀 경기가 있을 때 볼보이로 참석하기도 하는데, 경기 보면서 몇 년 뒤에는 꼭 내가 저기서 뛰고 싶다는 생각을 가장 많이 해요. 팬들이 응원해 주시는 열정이 정말 크다 보니까 그라운드 밖에서 봐도 정말 떨리는데, 저런 응원을 받으면서 경기를 뛰면 얼마나 떨릴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더 빨리 경기를 뛰고 싶다는 생각을 제일 많이 합니다.
그럼 인천유나이티드 안에서 롤모델도 있을까요?
델브리지 선수를 닮고 싶어요. 공중볼 경합 상황에서 움직임이나 헤딩 능력이 정말 뛰어나잖아요. 저도 닮고 싶어서 헤딩 타점 같은 건 어떻게 잘 잡는지 혹시 기회가 되면 물어보고도 싶어요. 인천유나이티드 밖에서는 맨체스터시티의 후벵 디아스 선수를 가장 닮고 싶어요. 제가 스피드가 조금 부족한데, 그 선수는 스피드도 빠르고 제가 좋아하는 예측성 수비 플레이도 많이 선호하더라고요. 그런 부분은 비슷한 것 같기도 해요. 태클로 상대 공격을 차단하는 플레이도 좋아서 롤모델로 삼고 많이 배우고 있어요.
내년에는 3학년이에요. 프로 진출 혹은 대학 진학을 하게 되는 중요한 시기잖아요. 어떤 걸 배우고 어떻게 보내고 싶어요?
우선 빌드업 과정에서 시야를 좀 더 넓히는 걸 배우고 싶어요. 지금도 훈련할 때 많이 연습하고 있어요. 훈련할 때 나오는 플레이들이 경기장에서 나온다고 생각하거든요. 실수하더라도 의도적으로 시야를 넓혀서 반대 킥도 많이 보고 전방으로 보내는 킥도 많이 시도하면서 연습하는 중이에요. 3학년이라고 해서 대충 경기하거나 보여주는 식으로 경기하고 싶지 않아요. 그때도 몸 날리고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플레이하고 싶어요. 나가는 대회는 다 우승해서 좋은 성적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있어요.
아직 꿈 많은 열일곱이에요. 운동선수로서 그리는 그림이 있을까요?
인천유나이티드라는 팀에서 꼭 프로 선수가 되고 싶어요. ‘인천의 수비수’ 하면 제 이름이 올 수 있도록 하고 싶고 몸 사리지 않고 헌신하는 선수라는 이미지로 남고 싶어요.
프로팀과 국가대표에 대한 마음을 많이 드러냈어요. 인천유나이티드 프로팀과 국가대표팀에 직접 어필할 수 있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작년이나 시즌 초반에는 일대일 능력 같은 개인적인 능력이 떨어졌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보완했어요. 이제는 일대일 능력이 제 강점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상대 공격할 때나 위험
한 상황이 있을 때 몸을 날리면서 상대 득점 기회를 막는 투지 있는 플레이만큼은 자신 있어요. 현대 센터백이 갖춰야 하는 빌드업 능력도 좋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여름 대회에서 두 번의 우승을 지켜봐 준 팬들과 앞으로 만나게 될 팬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응원해 주신 팬분들 잊지 않고 꼭 보답하고 싶어요. 인천유나이티드 선수가 되어서, 지난 8월 국가대표에 뽑힌 (최)우진이 형처럼 태극마크도 달면서 그 뒤를 잇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 이 글은 KFA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10월호 ‘INTERVIEW’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글=성의주
사진=이연수, 대한축구협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