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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코디언으로 전통민요를 연주하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Medvedev) 러시아 대통령이 갑자기 점프하며 “호파(러시아어 감탄사)!”를 외치는 묘기를 선보이자 바로 옆에서 탬버린을 들고 있던 13살 연상 블라디미르 푸틴(Putin) 총리도 함께 점프한다. 이 모습을 본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자미차첼노(끝내주시네요)!”라고 분위기를 띄운다. 그러자 약간 쑥쓰러운 표정의 푸틴 총리가 수줍은듯 답한다. “노르말노(뭐, 이정도야)!”. 이 익살스런 모습만 보고도 절로 웃음이 나온다.
1채널 링크 http://www.1tv.ru/sprojects_edition/si=5820&fi=7030
심지어 탬버린을 들고 왼쪽과 오른쪽 다리를 움직이며 춤을 추던 푸틴은 갑자기 탬버린을 엉덩이로 치며 소리를 낸다. 객석에서 폭소가 터지는 순간, 메드베데프는 “자미차첼노(끝내줍니다)”라며 칭찬한다.
근엄한 러시아의 두 정치지도자,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푸틴 총리의 모습을 한 캐리커처 주인공들이 2011년 신년을 맞아 국영 1채널을 통해 선보인 듀엣화음이 3억 시청자의 배꼽을 쥐게 했다. 1채널은 인구 1억4000만명의 러시아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등 구(舊) 소련권에서도 방송되기 때문에 약 3억명의 인구가 시청했다.
특히 푸틴 총리는 마초(macho)같은 강인한 이미지로 표현돼 왔다는 점에서 이번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의 재미를 한껏 부추겼다는 평가다. 국영 1채널은 두 사람의 대화가 끝날 때마다 객석의 박수소리까지 효과음으로 넣어 재미를 더했다.
성우들이 더빙한 것으로 보이는 동영상 속 푸틴 총리와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음성은 실제의 목소리와 흡사했다. 또 두 사람 뒤로 모스크바의 명소(名所)인 크렘린(대통령궁)과 바실리 성당을 배경으로 하고 신년을 맞이하는 불꽃놀이 행사장면까지 집어 넣어 더욱 재미를 높였다.
이 동영상은 러시아의 최고 실력자 푸틴 총리, 푸틴의 정치적 후계자인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지배하는 러시아 양두(兩頭)체제와 2010년에 있었던 통치의 단면을 재미있게 그려냈다. 다음은 3분 18초 분량의 동영상 속 두 주인공의 대화 요지(화살표 이하 굵은글씨는 보충설명).
-(메드베데프) “난 (작년에 가수) 엘튼 존 콘서트에 갔었고 보노(록그룹 U2의 리더)도 만났습니다.”(→록음악 매니아인 메드베데프대통령은 작년 8월 실제로 콘서트 참석과 보노 면담을 했음)
-(푸틴) “에이, 그건 별 것이라구 할 수도 없어. 난 직접 노래도 부르고 연주도 했다고.”(→푸틴 총리는 12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어린이 종양 환자 돕기 자선행사'에 참석, 재즈 악단의 연주에 맞춰 루이 암스트롱의 '블루베리 힐'을 영어로 불렀음).
-(메드베데프) “잘 하셨습니다”
-(푸틴) “또 한가지 있다우. 요즘 러시아 사람들의 삶이 나아지고 있지. 어딜 가나 흘레프(러시아인들이 주식으로 삼는 흑빵)가 불과 7코페이크(약 26원)밖에 안한다고.”(→러시아에서 경제는 대통령이 아닌, 총리의 임무다. 경제를 안정시킨 푸틴의 자랑임을 의미)
-(메드베데프) “비탈리 무트코 체육장관이 2018년 월드컵의 러시아 개최를 위해 기막힌 연설을 했어요. 잘 안되는 영어로 ‘from my heart’라고 했죠. 이 덕분에 월드컵은 우리(러시아)가 개최하게 됐어요.”(→작년 12월 2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이루어진 월드컵 유치 신청국의 프레젠테이션에서 연설한 체육부 장관 비탈리 무트코가 발표에 앞서 영어로 된 연설문을 2주 동안이나 외워 FIFA 집행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음. 이는 러시아 내부에선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업적으로 평가되고 있음)
-(푸틴) “하라쇼, 말라제츠(좋아, 잘했어)!”
-(메드베데프) “스파시보(고맙습니다). 그런데 작년엔 미국의 CIA(중앙정보국)가 우리의 잠자는 (FSB·KGB의 전신) 요원들을 체포해 추방했지요?”
-(푸틴) “그럴 줄 알았으면 안나 채프먼과 함께 스파이활동을 할 걸 그랬지?”(→안나 채프먼은 미국이 추방한 러시아 스파이 10명 가운데 1명으로, 최고의 미녀 스파이다. 푸틴 총리 역시 KGB 요원 출신으로, 채프먼이 추방됐을 때 이들을 직접 격려하기도 했음)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푸틴 총리) “스 노브임 고듬(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