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_창작동네_아침 사유의 좋은 시_6월의 선정_6월 아리랑_白傘 안규필
6월 아리랑_白傘 안규필
바람이 분다
6월의 바람이 불어온다
낙동강 굽이마다 붉게 서리어
강물 따라 흘러가 버린 학도들의 푸른 꿈
돌아오지 못한 그 넋을 안고, 바람은
유학산 고지의 굴참나무 가지를 흔들며
길을 잃고 서성인다
격전의 잔해 흥건했을 참호를 베고
하늘에 멈춘 동공 속에 흐르던 구름도
80여 년이 멈춰진 음지에서
굴참나무 뿌리는 백골을 감싸 안고
수 없이 무심했던 계절 또 기다린 것은
구름 다시 흘러 볕 드는 날 원 없이 한번
울어나 보자고
6월의 바람은 분다
6월 아리랑_白傘 안규필_시평(詩評)_아침 사유의 좋은 시_윤기영
이 시는 한국전쟁의 비극과 돌아오지 못한 학도병들의 넋을 ‘6월의 바람’이라는 상징 속에 깊고 장엄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낙동강과 유학산 고지, 참호와 백골 같은 역사적 이미지들이 시 전반에 묵직한 현실감을 부여하며, 긴 세월이 지나도 끝내 사라지지 않는 슬픔과 기억을 강하게 환기한다. 전체적으로 시는 단순한 추모를 넘어, 역사의 상처를 현재의 바람 속에서 다시 살아 움직이게 한다. “바람이 분다 / 6월의 바람이 불어온다”라는 반복적 도입은 매우 상징적이다. 이 바람은 단순한 자연의 바람이 아니라, 전쟁의 기억과 억울하게 스러져 간 젊은 영혼들의 숨결을 실어 오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이어지는 “강물 따라 흘러가 버린 학도들의 푸른 꿈”이라는 표현은 너무도 어린 나이에 희생된 청춘의 비극을 절절하게 드러낸다. ‘푸른 꿈’이라는 말 속에는 아직 피워 보지도 못한 삶의 가능성이 담겨 있어 더욱 먹먹한 울림을 준다. 특히 “굴참나무 뿌리는 백골을 감싸 안고 / 수 없이 무심했던 계절 또 기다린 것은”이라는 부분은 이 시의 가장 깊은 비애를 보여 준다. 자연은 수십 년의 세월을 지나며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켜 왔고, 이름 없이 묻힌 존재들마저 조용히 품고 있다. 전쟁은 끝났지만 그 시간은 아직도 땅속 어딘가에서 끝나지 않은 채 남아 있음을 느끼게 한다. 마지막의 “구름 다시 흘러 볕 드는 날 원 없이 한번 / 울어나 보자고 / 6월의 바람은 분다”는 매우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이는 단순한 슬픔의 표현이 아니라, 끝내 다 울지 못했던 영혼들의 한과 기억을 대신 울어 주려는 시대의 바람처럼 들린다. 시는 바람을 통해 과거와 현재, 죽음과 기억을 하나로 이어 놓는다. 「6월 아리랑」은 결국, 전쟁 속에 스러져 간 젊은 생명들의 아픔과 끝내 풀리지 못한 한을 6월의 바람과 대지의 기억 속에 새겨 넣은 깊고 장엄한 추모의 시라 할 수 있다.
2026/06/05
현대시선 대표 윤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