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_창작동네_아침 사유의 좋은 시_6월의 선정_나리꽃, 향기를 담아_시우 윤기환
나리꽃, 향기를 담아_시우 윤기환
나리꽃 피는 정원 뜬구름이 머문다
흐르는 바람 속으로 간이역 숨겨지고
낡은 기차 해 질 녘 바다로 미끄러진다
나리꽃 하얀 항구에 깃발을 치우고
고운 눈부심 끝없이 닿는 하늘을
엮어가는 실바람 고백이라네
철길 위 흩어진 꿈의 조각들
달빛은 그 길 위에 이별을 놓아두고
떠나는 시간마저 눈물로 적신다
피어나는 나리꽃, 그 섬세한 잎 하나
사막의 별빛으로 물든 밤하늘 걷어
내 마음 아득한 별자리로 인도한다
나리꽃 솜털 같은 날갯짓은
고요한 바람의 이야기
내 눈 속 깊이 나리꽃이 흔들린다
나리꽃, 향기를 담아_시우 윤기환_시평(詩評)_아침 사유의 좋은 시_윤기영
이 시는 나리꽃의 향기와 풍경 속에 그리움과 이별, 그리고 아득한 감성을 섬세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간이역과 철길, 바다와 달빛 같은 이미지들이 서로 어우러지며 한 편의 서정 영화 같은 장면을 만들어 낸다. 전체적으로 시는 흐르는 시간과 떠남의 정서를 부드럽고 몽환적인 분위기로 이끈다. “나리꽃 피는 정원 뜬구름이 머문다”는 시작은 매우 서정적이다. 정원 위를 스치는 뜬구름과 간이역의 풍경은 오래된 추억의 공간처럼 느껴진다. 이어지는 “낡은 기차 해 질 녘 바다로 미끄러진다”는 표현은 시간의 흐름과 떠남의 감정을 아름답게 형상화한다. 특히 “달빛은 그 길 위에 이별을 놓아두고 / 떠나는 시간마저 눈물로 적신다”는 구절은 이 시의 중심 정서를 깊게 드러낸다. 이별은 갑작스러운 슬픔이 아니라, 달빛처럼 조용히 길 위에 내려앉아 마음을 적시는 존재로 다가온다. 또한 “사막의 별빛으로 물든 밤하늘”이라는 표현은 현실과 환상이 겹쳐지는 듯한 몽환적 아름다움을 만든다. 마지막의 “내 눈 속 깊이 나리꽃이 흔들린다”는 여운이 인상적이다. 나리꽃은 단순한 꽃이 아니라, 오래 남아 흔들리는 기억과 감정의 상징으로 자리한다. 고요한 바람 속에서도 끝내 사라지지 않는 마음의 떨림이 잔잔하게 전해진다.
2026/06/07
현대시선 대표 윤기영